낯선곳의 초대
어글리 코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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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2. 9. 18:23
베트남에 온지 어느덧 10일 째다. 내가 있는 곳은 수도인 하노이(Hanoi)와 5개 직할시 중 하나인 하이퐁(Hai Phoung)시 사이의 하이증(Hai Duoung)이다. 10일을 지내는 동안 하이증 곳곳과 하이퐁도 방문하고 다음 주 쯤에는 하노이도 가게 될 예정인데 어쨌거나 베트남은 지금까지 방문했던 다른 나라에 비하면 그다지 매력적인 국가에 속하는 축은 아니다.
그 가장 큰 원인은 아무래도 언어인 듯 하다. 간혹 영어나 한국어,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는 있지만 극 소수이고 내가 아무리 짧디 짧은 베트남어로 의사소통을 해보려 노력해도 무려 여섯 종류의 성조가 있는 탓인지 쉽사리 통하지 않는다.
또한 최근 한류 때문에 베트남에서도 한국의 인기는 매우 높지만,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는 한국인이 지나가기만 해도 "예쁘다, 한국인이냐" 말 걸기 바쁘기가 일쑤인데 이곳에서는 그렇지 않은 편이다. 한국인에게 호의는 가지고 있으나 조금 무심하고 무뚝뚝한 베트남인의 성격이 느껴진달까. 나는 계속 북쪽에만 머무니, 따뜻하고 여유로운 지역인 호치민 쪽에서는 또 어떨지 모르겠다.
물론 여러 번 만나 나름 정을 쌓은 베트남 사람들은 매우 호감을 표시하는 편이다. 4일 같이 생활한 후 사랑한다는 말까지 들었으니...! 베트남 사람들은 첫 인상에 따라 호감도를 결정한다는데 내 첫 인상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나보다. 아니면 끊임없이 스킨십을 시도하고 베트남어를 어떻게든 알아들으려고 애쓰는 내 모습이 기특해 보였을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 하나는 추운 날씨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살이 타들어갈 정도로 뜨거운 곳을 매우 좋아하는 편인데, 이곳에 와서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한국에서 입고다니던 패딩을 계속 껴입고 다녔다. '동남아'라 하면 떠오르는 뜨거운 이미지는 전혀 없고 매일 비가 내리고 강과 바다에 가까운 지역이라 습도가 높은 바람이 분다. 그 때문에 현지 사람이나 방문한 사람이나 마음이 활짝 열리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서 베트남에 대해 여러가지를 알고 느끼게 되고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중에 가장 먼저 기록해 두고 싶은 것은 "어글리 코리안"에 대한 것이다. 일전에 이경이 학생들이 공정여행에 대해 물어오면 "학생시절엔 그냥 여행을 다녀오면 그게 바로 공정여행이다. 돈도 없어서 불공정여행이라 할만한 것들을 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대답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실 학생들이나 어른들이나 "불공정"해 보이고 "어글리"해 보이는 이유는 타 문화를 대할 때의 태도에서 오는 것 같다.
물론 처음부터 공정여행이라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문화에 대한 이해와 태도, 마음가짐을 충분히 갖추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실상 외국을 나갈 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 문제다. 이 곳에 와서 "베트남은 이렇구나"가 아니라 "베트남은 왜 이래? 진짜 이상하다"라는 불평, 불만 섞인 반응들을 너무나 많이 접해 나름 개방적이고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받고 있다고 여겨지는 어린 학생들이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에 피로감이 느껴졌다. 부정적인 관점을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이 나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한 것들은 보게 해 주고자 나름 애쓰고 있는데 과연 잘 될런지 모르겠다.
그리고 또 놀란 것은 베트남인을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이다. 하이증은 인구밀도도 가장 높고 베트남에서 한국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도시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 곳에서 일하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인은 베트남어를 하지 못한다. 물론 간혹 베트남어가 가능한 사람들이 있지만, 말 그대로 간혹이고 대부분은 베트남어를 배울 생각 조차 없는 것 같다. 업무가 바쁘고 베트남을 배우러 온 것이 아니라 일을 하러 온 것이니 언어를 공부하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런데 제발 식당에서만큼은 종업원을 "야" 라거나 "이 새끼야" 라거나 험한 표현을 사용하며 다루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좁은 곳에서 한국인을 몇 번 마주치지도 못했지만 그 때마다 그들은 "야 이 새끼야, ㅇㅇ 가져와." 등등 서빙하는 베트남인이 마치 종이라도 되는 양, 그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윽박지르는 등 한국이었다면 절대 상상도 못했을 표현과 행동들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었다. 본인 역시 베트남어를 모르면서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베트남인에게 화나 내고...
아마도 베트남이 한국보다 경제수준이 좋지 않고, 또 이곳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베트남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나온 우월의식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우월의식을 느끼는 것까진 이해할 수 있다. 자존심이나 자존감은 살아가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니까. 그런데 제발 상식이 허락하는 선에서 정도와 예의를 지켰으면 한다. 과연 그런 태도로 자신이 몸을 뉘이고 있는 국가에서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런 일들은 비단 베트남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닐 것이다.
한국의 지나치게 급속한 경제 성장이 정서적, 사회적 성장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과연 우리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베트남이 한국보다 경제수준이 좋지 않고, 또 이곳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베트남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나온 우월의식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우월의식을 느끼는 것까진 이해할 수 있다. 자존심이나 자존감은 살아가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니까. 그런데 제발 상식이 허락하는 선에서 정도와 예의를 지켰으면 한다. 과연 그런 태도로 자신이 몸을 뉘이고 있는 국가에서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런 일들은 비단 베트남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닐 것이다.
한국의 지나치게 급속한 경제 성장이 정서적, 사회적 성장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과연 우리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