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the UK

일단 몇 가지. 기억을 위한 기록

Growing 2012. 8. 20. 23:04


1. 잘 도착했다. 첫 느낌은 "어라? 생각보다 괜찮네?". 오기 전에 미국 출장을 다녀온터라 마음 속에 계속 "아.. 미국으로 갈 걸, 미국으로 갈 걸.."이라는 생각이 가득해서 영국으로 가야만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긴장되고 부담으로 다가왔었는데, 막상 와 보니 이곳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직 4일째고 더 있어봐야 알겠지만, 앞으로 적어도 2~3년은 살아야 할 곳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마음이 편해졌다. 물론 학기 시작하면 매일 쳐울고 괴로워하겠지만, 일단은 매우 좋음. 


2. 첫째날, 9/17 금. 


도착하자마자 버스를 타고 학교 쪽으로 구경 갔다. 핸드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게 너무 답답해서 맥도널드 프리와이파이 2시간 짜리에 가입해서 Three 위치를 파악하고 20분 정도 걸어 심카드를 구입했다! 심카드를 교체하기만 하면 바로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 아이폰이 제대로 컨트리 락 해제도 안 되어 있었고 top-up이라는 절차를 거쳐야해서 생각보다 복잡했다 ㅜㅜ 하.. 나처럼 어려움을 겪는 유학생들을 위해서 나중에 이건 한 번 제대로 포스팅 해줘야겠어 ㅜㅜ 여러 절차를 거쳐 영국 번호도 따고 폰을 사용하게 할 수 있게 해두고, 부동산에 찾아가 앞으로 살 집도 알아봤다. 


학교에서 걸어서 20~30분 정도 거리. 화요일에 3군데 정도를 보기로 했는데, 마음에 드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후에는 선배 언니를 만나 저녁 같이 먹으면서 이런 저런 조언도 듣고 얘기도 하고.. 선배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ㅜㅜ 나도 나중에 나같은 후배가 생기면 정말 잘 이끌어줘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하루하루. 좋은 언니들이 주변에 정말 많아서 정말 복받았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흑흑 


3. 둘째날, 9/18 토. 


느지막히 일어나 시내 구경. 마트, 서점, 옷가게, 백화점 등등을 둘러보고 한국이랑 물가가 얼마나 차이나는지 비교도 하고.. 이런저런 관광지도 보고 벤치에 앉아서 빵도 뜯어먹으며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근데 왜 자꾸 저한테 길을 물으시나요..... 요즘 올림픽 기간이고 여름 휴가 기간이라 관광객이 많은 건 알겠는데.. 토종 영국인처럼 보이는 사람한테 물어보셔도 되잖아요...... 왜 자꾸 저한테....... 제가 그렇게 열려있는 것처럼 보입니까. 그래도 다행인 건, 적응력이 빨라 왠만한 길은 다 알려줄 수 있었다는 거 ㅋㅋㅋㅋㅋㅋ 이틀 동안 얼마나 빨빨거리고 돌아다녔는지 하.... 


걸어다니다보니 역시나 듣던대로 펍이 정말 많았는데, 혼자서는 아직 용기가 없어서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혼자 들어가서 먼저 말을 걸어보라며 친구는 날 부추겼지만, 난 아직 용기가 없다고 ㅜㅜ .. 앞으로 언젠가 기회가 생기겠지. 


4. 셋째날, 9/19 일. 


한국인 교회에 출석했다. 난 늘 감리교에 다녔는데 감리교가 아니라 그런지 예배 순서가 약간 다르고 사도신경이 약간 달랐다.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는 늘 광고와 헌금을 설교 후에 했는데 여기는 설교 전에 광고와 헌금을 했고.. 우리교회는 신앙고백을 "~하옵시고 ~ 하옵소서" 라고 끝냈는데 여기는 "합니다" 로 끝내서 뭔가 어색함을 스스로 지울 수가 없었다. 음. 


예배 후, 많은 분들이 말을 걸어 주셨는데 다들 내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25일거라고 생각했다고 하셔서 ㅋㅋㅋㅋㅋㅋㅋ 기분이 좋았음. 어렸을 때는 나이 많아보인다는 말 정말 많이 들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있어서 별 거 아닌데도 즐겁다. 앞으로 피부 관리 좀 열심히 해야지. 


집에 와서 교수님들께 메일을 보내던 중, 갑자기 몸이 욱신거리고 토할 것 같은 기분에 바로 전기장판 깔고 12시간을 내리 잤다. 


5. 넷째날, 9/20 월. 


그렇게 잤는데도 몸살 기운이 여전했다. 밥 먹고 약을 먹으니 좀 괜찮은 것 같긴 한데.. 아무래도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 날씨. 더웠다가 추웠다가 쨍쨍했다가 비가 왔다가.. 하는 미친 날씨 때문이 아닐까 싶다. 거기에다가 그 날도 겹쳤고, 머리 감으면 잘 말리지 않고 그냥 밖에 나가는 버릇도 한 몫 한 것 같다. 


오늘은 조심히 몸 사리면서 집에 있어야지.. 몸이 아픈 건 너무 괴롭고 무섭다. 해야만 하는 일,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무기력해진 자신을 바라보는 게 너무나 괴롭다. 아프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