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11. 06. 27
Growing
2011. 6. 27. 23:35
하는 일 없이 바쁜 날이었다.
점심 미팅이 있었는데 급작스럽게 취소되어서 혼자 카페에 가서 샌드위치와 따뜻한 라떼를 마셨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점심시간을 보다 자유롭게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래저래 혼자 여유롭게 점심시간을 보내는 일이란.. 꽤나 힘든 일이다.
비오는 우울한 월요일, 혼자 보내는 점심시간. 푹신한 소파에 기대 노닥거리는 느낌이 묘하다. 몇 년 전 미국에서 아침에 일어나 빈둥빈둥 수업에 갔다가 쉬는 시간이면 친구들과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고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걷던 생각이 났다. 지금보다 부모님께 기대어 생활을 했었더라도, 그나마 그 때가 순수하고 덜 기운 없었던 것 같고, 매일매일이 새롭고 기대되는 하루였던 것 같다. 보통은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 나인데, 시간을 너무나 돌리고 싶었다. 그냥 왜인지 모르게, 나는 시간이 갈수록 치열하게 사는 게 힘들어 지는 것만 같다. 아니면 사실은 지금까지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치열하지 않게 살아왔던지.
오후 시간은 대부분 회의로 보내고 .. 퇴근할 때 쯤 너무 놀고 싶어서 Y언니에게 연락 했다. 혼자 마실 수 있는 술인데도.. 오늘은 그냥 누군가와 떠들고 싶었다. 요즘 특히 내 E 성향을 발견하고 있다. 종종 혼자 있기 지겨워 하고, 자꾸 사람들이랑 어울리려고 한다. 이제서야 사회화가 되고 있는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오늘 저녁은 대개 이 시기의 여자들이 그렇듯이 일, 연애 그리고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기억나는 것들을 정리해 보자면..
- 일을 많이 하는 것은 상관없다. 재미있고 나에게 의미 있으면 된다.
- 내가 조직(또는 조직의 수장)에(게) 원하는 것은 이곳에 있음으로써 펼쳐질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 누구든지 만나고 연애하는 경험은 필요하고 또 소중하다.
- 연애와 결혼이 얽히면, 사소한 말도 너무나 크게 (서운하게?) 다가온다.
- 결혼 일찍하기엔 우리의 젊음과 청춘이 아깝다.
- 일만 하며 매일매일을 보내기엔 마음이 너무 허하다. -> 취미의 필요성
그리고선 곧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라디오를 들으며 1시간 동안 효창공원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