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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예상치 못했던 휴강에 취소된 퀴즈 ... 퀴즈 보자마자 홀가분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러 갈 생각에 두근두근 하고 있었는데, 조금 더 도쿄!를 빨리 만날 수 있다는 두근두근함에 학교를 나섰다. 도쿄!를 볼까 이리를 볼까 고민하다가, 시간이 맞는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한 도쿄! 장소는 스폰지하우스 중앙, 구 중앙시네마.

※ 스포일러 있음!

도쿄! 상세보기

1. Interior Design, Michel Gondry

일상적인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누구나 느낄만한 감정, 일상적인 사건들을 통해 '변신'을 꾀하는 히로코의 모습은 꽤나 뭉클했달까.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닐 일들에, 그렇지만 자신에게는 너무나 중요하고 심각하게 다가오는 일들에 상심하고, 상처받아 단아한 나무의자로 변신한 그녀. 자연히 카프카의 변신이 생각나지 않나. 후후후후후

의자로 변신한 데는 이유가 있다.(라고 생각한다.) 의지가 되는 존재, 필요한 존재가 되길 갈망한 그녀 아니었던가. 돈도 없고, 꿈도 없고, 포부도 없고, 차도 없어져버리고, 멍하니 앉아 잡지나 스크랩하는 멍한 존재에서 말이다. 의자는 내게 항상 그런 이미지다. 기댈 수 있는 존재. 그녀는 그런 존재가 되자, 애인에 대한 마음도 금새 회복하고 왠지 평화롭고 즐거운 삶을 누리게 된 것만 같았다. 더욱 더 다행인 건, 예쁜 의자로 변신했다는 사실.



아오이 유우의 매력을 뛰어넘는, 변신의자 그녀


2. Merde, Leos Carax

가장 마음에 들었던 영화. 처음에는 도대체 이게 뭐임.... 하면서 보다가 점점 웃음을 참기 힘들어졌다. '하수도 광인'이라 불리는 메르데가 도쿄 시민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심지어는 수류탄으로 무차별 살인(!?)까지 서슴지 않자 경찰은 그를 체포하기에 이른다. 문제는 그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 세계에서 유일하게 그와 대화할 수 있는 세 명의 사람 중 한 명인 프랑스 변호사가 도쿄로 날아와 그의 변호를 맡는다. 한 쪽 눈이 안보이는 거 하며, 수염 모양하며, 둘은 분명 공유하고 있는 정체성이 있을텐데, 단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둘이 대화하는 모습이 정말 가관. 이건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직접 보기 원하시는 분은 아래 동영상을 참고. 따로 만든 버젼 같은데, 가라오케 버젼이라니 ㅋㅋㅋㅋㅋㅋ 사실 대화 버젼이 최곤데, 아쉬울 따름이다.



Hymn to Merde.

눈에 띄는 장면은, 메르데의 사형을 두고 찬성 반대로 나뉘어 시위를 하는 시민들의 모습. 한 편에서는 인류의 재앙으로, 한 편에서는 신격화 시켜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는 말과 행동 따위를 그대로 따라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그저 우르르 몰려다니는 무리, 그러면서도 꽤 열성적인 척 하는 그들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도쿄 어디엔가 이런 광인이 존재할 거라는 상상은 꽤 설득력이 있다. 사실 도쿄 뿐만 아니라 현대화 된 어느 도시와 이러한 존재는 전혀 이상한 매칭이 아니다. 서울을 배경으로 '괴물'이 만들어졌듯이. 그런데 도쿄의 이 메르데는 죽지 않는다. 교수형을 당하고, 죽음을 확인했다고 여기는 순간, 허벅지를 긁적긁적대며 뭐라뭐라 지껄이는 그 장면은 정말이지 평범하면서도 의외성을 가지고 있다. 난 죽지 않는다. (그런데 신은 이미 늙었고)

메르데의 다음 목적지는 뉴욕이라는데, 과연!!??


3. Shaking Tokyo, Bong Joon-ho

그래도 가장 '도쿄'라는 테마에 충실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 일본의 히키코모리, 지진을 주제로 풀어나가는 사랑이야기는 왠지 따뜻했다. 로봇이 등장한 건 정말 좀 별로였지만 ...... 난 사실 히키코모리 같은 생활을 하라고만 하면 정말 잘 할 자신이!!!! 집 안에서 나가지 않고, 먹고 자고 싸고 읽고 정리하고 먹고 자고 싸고 읽고 정리하고 먹고 자고 싸고 읽고 정리하고 가끔 햇빛의 움직임도 관찰하고. 그런 생활을 다른 사람의 돈으로 유지하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혼자 그냥 그런 생활이 부럽고 부럽고 또 부럽고. 히키코모리도 나름의 고민이 있는 건 당연하겠지만. 우선 지금은 그래.


생각해보니 정리는 약간 자신없;;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11년 동안 집 안에서만 생활한 한 사람을 밖으로 끌어낼 수 있는걸까. 그것도 11년 동안 아무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은 사람을. 역시 가터벨트의 힘은 대단한 것인가! 음... 그저, 아오이 유우는 예쁘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뜨거운 감자의 봄바람 따라간 여인이 문득 떠올라,
아 왜 난 아 왜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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