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다 싫어
무엇하나 즐거움을 주는 게 없다
사실 무언가로부터 즐거움을 얻어야 하는 것은 나의 노력과 의지인데
뭐가 됐든지간에 즐거움과 기쁨을 꾸역꾸역 처넣어주었으면 하고 힘없이
바라고 있을 정도로 나약해져버렸다
다 필요없고 초롱이만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뭉클한 하얀 몸에 기대어 한없이 그저 그렇게 울었으면
늘 그랬던것처럼
초롱이를 안고 울면 그의 몸이 너무 뜨거워서 내 눈물이 금새 식어버리는 걸 종종 느끼곤 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홀로 어둠에 빠져 흐느끼다가도
그의 몸에 떨어진 눈물이 치익-하며 증발할 때마다
내 모든 슬픔이 사라지는 것 같아 위로를 받곤 했다
인간에게 이런 위로를 받길 기대하는 건 사치다
묵묵함과 따뜻함도 없을뿐더러 (무엇보다 말하지 않으면 뭐든지 모르는 멍청함이 싫다!)
그 누구도 우울한 인간을 반기지 않기 때문
그것도 나처럼 정기적으로 혼자 훌쩍대고
훌쩍임을 드러내기 싫어서 소리나 질러대는 인간이 옆에 있다고 생각해보라
... 나 같아도 싫어서, 무엇보다 피곤해서 절대 피하고 싶은 타입인데 ...
처음에야 동정심이든 관심이든 뭐 어떻게 해결되겠지만
어쨌든 장기적으로는 힘든 유형임이 분명해
최대한 자제하고 자제하고 자제하려 하는데-
안된다
이런 나라도 괜찮을까 ... 생각했는데 분명히 사치다
나 역시 어떤 누구라도 괜찮지는 않을듯해- 사치일 수밖에 없는 것
무엇보다도 나에 대한 것 외에는 '자발적'이란 것 자체가 없는 인간인데
타인에 대한 노력
따뜻한 인간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기엔 난 너무 어리고 이기적이다
그러게 생긴대로 살자니까 ...
팔자에도 없는 착한 척 순한 척은 참, 왜, 뭐하러
요즘따라 자주 아프고 외롭고 우울한 건 방 안에 무조건적인 관심을 쏟을 생명체가 없어서일까
화분을 사주겠다던 그 남자는 아무리 말없이 기다려도 감감무소식이고
꽃을 사주겠다던 그 남자도
열매 맺지 않는 1년 내내 꽃만 피어있는 화분
작은 물고기 두 마리, 그리고 마리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