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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the UK

근황토크



하도 오랫동안 뭘 안 써서.. 몇 일 전부터 계속 뭐라도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오늘에서야 겨우겨우 글쓰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 동안 글쓰기 버튼을 누르기 어려웠던 이유는 늘 그렇듯이 정신이 없어서. 미칠 정도로 바쁜 건 아니었지만 뭐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그런 거였겠지요. 우선 생각나는대로 이것저것 적어보자면 


어제 교수님하고 미팅은 그럭저럭 잘 끝났고. 이번 미팅에 뭐 제대로 해서 가져간 건 없었지만 지금까지 했던 미팅 중 제일 controversial 했던 것 같다. 사실 요즘 뭘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될지 몰랐던 이유가 생각이 너무 많았기 때문인데, 다 만들어 놓은 research question, hypotheses, framework 를 두고 자꾸 이게 너무 부족한가?? 라는 생각도 하고 새로운 리터러쳐를 읽거나 하면 그걸 또 내 논문에 추가시키려고 하고 대입시키려고 하고 해서 자꾸 방향이 산으로 가고 있었던 것. 


그래서 그 내용을 엄청 어필어필하고 이렇게 해야 되는거 아니냐고 막 주장을 했는데 ㅋㅋ 교수가 그건 너가 처음에 설정해 놓은 연구가 끝나야 진행될 수 있는 거라며 그냥 하던거나 하라면서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정확히 말해줬다. 으앙... 역시 교수는 다르달까. 나 혼자 방황하면서 끙끙댔는데 그냥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 자기주도적 학습은 힘들다 ㅠㅠ 


그리고 철학적 관점에 대해서 막 토론을 하는데.. 세컨이 보내줬던 페이퍼가 엄청 도움이 많이 됐다. Marxism, social liberalism, neo-liberatism 과 social economy, solidarity economy, social entrepreneurship 의 다른 관점에 대해서 설명한 페이퍼였는데 얘네들을 내 논문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것인가에 대해서 토론토론... 결론은 걔네들을 가지고 한국적 상황을 설명할 필요는 없고 한국엔 한국에 맞는 철학적 관점이 있을 것이고 필드워크를 통해서 걔네들을 찾아내야 한다는 거였다. 다른 컨텍스트에서 나온 철학적 관점을 무조건 적용하기 보다는 한국적 상황에 맞는 철학적 프레임워크를 만들어내야 유의미하다는 것. 


이것도 엄청 고민 많이하고 도대체 어떻게 찾아야 되나 머리가 아팠는데 교수랑 몇 분 얘기하니까 클리어해져서 뭥미 싶었음. 그냥 시간이 갈수록 왜 교수는 교수인가 를 깨닫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세컨은 지금 당장 무슨 컨퍼런스 페이퍼를 쓰거나 저널 아티클을 쓰는 데 너무 힘을 빼지 말고 내 연구 자체는 굉장히 흥미롭고 파일럿 스터디에서 나온 결과들도 의미가 있고 충분히 가치가 있으니까 나중에 데이터가 더 모이면 그 때 더 유의미한 결과를 가지고 페이퍼 많이 쓰자고 하는데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을 해도 뭐 결론은 걍 다른 데 신경쓰지 말고 닥치고 데이타 모으러 갈 준비나 해... 어떻게 하면 괜찮은 데이타 모을 수 있을지 그거나 고민해.. 이거다;;;;;  


요즘 자꾸 성과를 내려는데 집착을 해서 컨퍼런스에 발표하러 갈 욕심, 페이퍼 낼 욕심을 자꾸 부렸던 걸 세컨이 간파를 했고 또 그렇게 해준 거에 머물지 않고 나에게 제대로 얘길 해줘서 고맙다 ㅋㅋ 지금 시기에 욕심은 많아지고 할 일도 점점 많아지는데 괜히 어디에도 집중 못하고 설레발만 치고 있었기에; 


세컨은 되게 젊어 보이는 예쁘고 늘씬한 여잔데 지금까지 쓴 글을 읽어보면 어떤 면으로는 퍼스트보다 나랑 관심사가 더 많이 비슷하다. 이건 아무래도 젊어서 그런 것 같지만, 그래도 세컨이 쓴 글을 읽다보면 막 오오 오오 이 사람도 이런 생각했어? 이 사람도 이런 연구 관심 있는거야? 오오 하면서 읽게 돼서 되게 좋음. 잘 만난 거 같고 앞으로도 잘 해봤으면 좋겠고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서 되게 좋다. 


아무튼 세컨 말대로 닥치고 필드워크 갈 준비나 해야지..;;;;; 페이퍼 쓰는데는 너무 힘 빼지 말고. 어차피 써도 그다지 퀄리티 높을 거 같지 않으니 세컨이 그러는 거겠지; 




파일럿 스터디 리포트 쓴 거에 대해서도 두 명 다 완전 풍부하게 피드백을 해 줬는데, 처음에 받은 메일 내용도 길고 ㅠㅠ 전반적인 지적사항이 포함되어 있었던 데에다가 워드 파일에는 코렉션이 엄청 진짜 두 문장 걸러 하나씩;;;?? 있어서 순간 식겁하고 한 시간 정도를 메일 읽기를 회피했다. 


그러다가 나중에 용기를 내서 천천히 메일도 읽고 코렉션도 확인 했는데... 으앙 ㅠㅠㅠㅠ 난 칭찬해주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꼼꼼하게 논리적으로 지적해주는 것도 너무 좋다. 이것도 애정이 없으면 귀찮아서 못 하는 일이니까. 잘 읽어보니 메일에 있던 지적사항들도 나를 비난?하려는 너 왜이렇게 못함 ㅡㅡ?? 답답해 죽겠음 ㅡㅡ 하... 이런 내용이 아니라 차분차분하게 이건 어째서 안되는 거고 어떻게 바꿔야 되고 이런 점은 좋고... 라면서 써 내려간 부분이라 스스로도 긍정적으로 수긍을 하고 제대로 다시 써야겠다는 용기와 의지를 키울 수 있었다. 


물론 표면적으론 그랬지만 교수가 속으로는 "아오 이걸 죽여 말어 이 답답이 화상!!!" 이랬을 수도 있지 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그걸 나한테 표현 안 하니까 그리고 그런 생각을 실제로 했다면 글에 그 느낌이 분명 묻어났을텐데 그렇지 않으니까 ㅋㅋㅋㅋ 내가 느끼는대로 받아들이련다. 




아무튼 지난 1년간 없었던 세컨도 생기고 미팅 때마다 세 명이 같이 만나서 으쌰으쌰 얘기하니까 되게 힘을 받는 기분이다. 퍼스트랑 세컨이랑 잘 안 맞아서 막 의견 충돌 일어나고 싸우고 ;;; 학생이 눈치봐야 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난 퍼스트랑 세컨드랑 의견이나 관점도 되게 잘 맞고 내 얘길 잘 들어주고 서로 나한테 해줄 말이 있으면 꼭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을 하는 등 세 명 모두가 서로서로를 다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 든든한 아군을 얻은 느낌이다. 물론 그 두 명이 보기엔 내가 아직도 엄청 꼬꼬마고 갈 길이 멀다는 걸 알겠지만 나로서는 앞에서 그렇게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줄 사람들이 확실히 있다는 느낌이라 힘이 많이 된다. 


그래도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우선 내가 진짜로 잘!! 하고 해내는 거지만. 그렇게 만들어야지. 해야지. 




뭐... 이런 거 말고는 근황이 없어서 사실 더 얘기할 게 없네예.. 


음 운동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염 ㅋㅋㅋ 운동은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고, 지난 주에 컨퍼런스 때문에 프랑스에 갔다오느라 1주일을 쉬게 되었음 ㅠㅠ 한 달 동안 2키로가 빠졌다. 이게 운동을 해도 내가 좀 이제 근육이 많아졌는지 키로수는 잘 안내려간다;; 대신 이제 치수를 재고 있다. 특히 허리 치수를 재는데 0.5 인치 정도씩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면서 조금씩 치수가 안정적으로 줄어드는 게 보인다. 


지금 이제서야 나 대학원 들어가기 전 몸무게? 정도로 되돌아온듯. 석사 시절 공부하면서 일하면서 찌운 살을 빼기가 이렇게 힘든 겁니다. 네..... 진짜 거의 고3 시절에 육박했으니까 장난 아니었던 듯; 하. 


이제는 운동을 안 하면 더 스트레스를 받고 막 두통이 오고;;; 그렇다고 운동 중독은 아니지만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몸을 움직여줘야 더 공부가 잘 된다. 스트레스도 없고. 짐을 못가면 학교까지 1시간 정도 거리를 걸어서라도 가고 있는데 억지로 운동하고 싶지 않은 날에는 걷는 것도 기분이 꽤 좋다. 


어차피 나이 들면 누구나 해야 되는 운동, 조금 더 일찍 시작하는 것 뿐이다. 라는 말을 봤는데 진짜 100% 동감한다. 나이 먹을수록 건강 관리를 하려면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고 운동을 하게 될텐데 나는 그 때 힘들기 싫어서, 그 때를 준비하는 것 뿐이니 그다지 유난스러운 것도 아니고 그저 내 라이프 스타일을 구축해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벌써 꾸준히 운동한 게 1년 반이 넘었으니. 




지난 주에 갔던 컨퍼런스 얘길 해 보자면.. 내가 기대했던 아카데믹한 컨퍼런스는 아니라 약간은 실망했지만, 그랬기 때문에 오히려 소규모로 모인 아카데믹들이랑 친해질 수 있는 기회라 좋았다. 이쪽 분야에서 거의 대가;? 이 키워드를 가지고 논문을 쓰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인용해야만 하는, 그럴 수 밖에 없는 교수님이 있다. 그 교수님이랑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었고 확실하게 이름과 소속 무슨 공부를 하는지 얘기했고, 프로젝트를 같이 할 수 있겠냐는 제안도 받았다. 


흐.... 그냥 뭐 완전.. omgomg 랄까. 지금 그 프르젝트 자체가 막 돈을 받고 이런 게 아니라 관련된 연구자들 모두 조금씩 참여를 해서 공동의 연구결과를 만들어 내는 게 목푠데 이걸 관리하는 연구기관 자체가 이쪽에서 되게 공신력 있어서 이름을 올리게 된다면 진짜 나같은 짬밥 없는 연구자로선 영광인...;;; 지금 계속 얘기는 진행 중이다. 끝까지 잘 되어야 할텐데! 




그리고 컨퍼런스 후에 애들하고 막 술마시면서 얘기하다가 박사 끝나면 뭐하고 싶은지 서로 자연스럽게 얘기가 나왔다. 한 명은 기업운영할 거라고 하고, 두 명은 교수 지망이라고 하고. 


나는 '내가 요즘 생각해 봤는데... 내가 학생들의 성장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케어해줄 수 있을 만큼 타인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교수는 못할 것 같아.' 라고 얘기하니까 애들이 완전 비웃음 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


그걸 그냥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어차피 기업에 가나 연구소에 가나.. 사람하고의 일은 어떻게든 해야 되는 것이고 그들이 원하는 걸 제공해줘야 하는데 학생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는 게 그들의 관점이었다. 


근데 한국은.. 좀 더 선생과 제자라는 관계에 있어서 선생이 학생이 잘 될 수 있게 적극적으로 끌어줘야 되고 밀어줘야 되고 사랑으로 감싸줘야 되고 블라블라... 라고 하니까 애들이 아 시끄럽고 유럽도 똑같다고 ㅡㅡ (...) ㅋㅋㅋㅋ 그리고 술 취한 이탈리안, 저먼, 스코티시랑 아무렇지도 않게 잘 얘기하고 잘 다루는 거 보면 되게 사람 좋아하고 잘 할 거 같은데 너 왜 너 성격 모르고 혼자 그러냐며 괜히 한 소리만 들었다 (...) 


녜... 늘 난 내가 되게 무척이나 내성적이고 차갑고 우울하고 타인한테 관심없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주위에서 아무리 너 완전 안 그렇다고, 사교적이고 마냥 밝고 활발하다고 말해줘도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네... 나는 내 성격 때문에 못 할거야.. 라는 변명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배움을 얻고 왔다. 




그리고 요즘 제일 스트레스 받는 건 영어. 영어 어려워 ㅠㅠ 이러면 다들 왜? 너 영어 괜찮은데? (your english is okay) 라고 하는데 아오! 그 your english is okay 라는 소리는 그만 듣고 싶다고.. your english is perfect! 는 아니더라도 your english is good! no problem! 뭐 이 정도 소리는 들어야 하지 않겠어..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이런 말을 하는 자는 유죄이건만. 아무튼 되게 스트레스 받네요. 이렇게 스트레스 받다가 결국엔 다시 정석으로 문법책 피고 단어 달달 외우고 받아쓰기 하는 식의 영어 공부를 하지 않을까 싶지만.. 차라리 더 스트레스 받아서 그렇게라도 했으면 좋겠네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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