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엔 정말 우울의 절정을 쳤다. 생리전증후군이 겹쳐서 그랬는지 몰라도 1-2주일 정도를 울고, 젖은 운동화로 숲길을 싸다니고, 술 한 잔에 취해 이런저런 말을 지껄이는 그런 시간을 보냈다. 나는 무엇이 나를 그렇게 힘들게 만드는지 사실은 모른다.
공부인가, 환경인가, 사랑인가.. 우울이 극을 달하는 동안 이 주제에 대해 내내 곱씹고 되돌아봐도 하루는 공부야 공부.. 때려치든지... 하루는 내가 이 춥고 척박한 땅에서 도대체 뭘 하고 있나, 정 없는 새끼들... 하루는 오늘은 꼭 헤어진다 말한다.. 이런 식으로 우울해질 거리를 휘젓고 다니니 그 모든 게 이유가 될 수 있기도 하고, 그 모든 게 이유가 될 수 없기도 하다.
나의 그런 증상은 한창 밖을 쏘다니고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숙제가 주어지고 생리가 끝나고 화분을 사고 그리고 한동안 먼저 전화를 걸지 않았던 남자친구에게 먼저 전화를 거는 것으로 안정이 되었다. 많은 일이 동시에 일어나고 머리 속을 복잡하게 만들기 때문에 어떤 행위가 마음을 안정시키는 시발점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마음이 먼저 안정이 되었기 때문에 저런 행위를 할 수 있는 건지 알 수 있는 길이 없다.
아무튼 중요한 건, 한참을 바닥에서 골골거리다 지금은 다시 올라왔다는 사실이다.
그 시간 동안 '다섯 뮤지션의 산문집 -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 이라는 책을 무려 한국에서 받아 읽었다. 최근 주윤하 목소리에 빠져서 그의 앨범들을 수십번을 듣고 결국엔 그의 글이 실린 책까지..... 사실 뭐 책은 그저 그랬다 ㅎㅎㅎㅎ 팬심이 있었으니 사고 읽었지 음.... 언젠가부터 감수성 터지는 "현실"남자는 부담스럽다고 생각하게 되서인지 몰라도 음악을 듣는것과 음악에 담긴 스토리가 글자로 나열된 문장들을 읽는 것은 매우 다른 일이었다. 물론 음악하는 분들의 감수성과 그걸 음악을 통해 표현하는 능력에는 매우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울에서 벗어난 계기가 이 책을 읽고 나서였을수도. 오... 나 이렇게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서 훌쩍이고 있지 말아야겠다.. 하고;;
음음.. 그냥 한동안 그랬었다는 걸 기록해 두고 싶었을 뿐. 주윤하의 음악들로 두서없는 글을 맺어요.....
주윤하 EP - 사랑의 섬광
제목도 사랑의 섬광인데다가 멜로디도 마냥 포근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섬광(Flash)는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가사도 그렇게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그래서인지 뭔가 행복한건지 슬픈건지 묘한 감정만 남기고 떠나는 진짜 섬광 같은 곡이다.
주윤하 1집 - 당신의 평화는 연약하다
무심하게 플레이리스트 듣다가 어 이거 누가 부른거지?? 하고 가수와 제목을 찾아보고 주윤하 전 앨범을 찾아듣게 한 곡.
언제 깨질지 몰라 조마조마하게 숨기고 보듬고 있는 - 평화라는 말로 수식할 수 있는 내 모든 마음, 안정, 관계, 시간, 기억의 연약함을 쿡쿡 찌르면서도 위로하는 것 같아서 슬프지만 묘하게 안정이 된다.
주윤하 싱글 - Hate
뮤직비디오에서 눈을 뗄 수 없어서 한참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듣고 보고 듣고 봤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기타 매고 뚜벅뚜벅 어색하게 걷는 모습.
안타까웠던 장면은 여자 배우.... 백팩 좀 안 메고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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