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 쓰느라 뭔가 어색한 느낌.....
아무튼, 드디어 풀타임으로 취업을 했다. 공식적으로는 내일부터 일 시작이라 두근두근 거리고 있는 중. 정말 비자가 끝나는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원서를 제출했는데 마지막에 제출한 두 학교 중 한 학교에서 감사하게도 좋게 봐 주셔서..... 영국에 남아있을 수 있게 되었음!
사실 어쩔 수 없이 한국에 가야겠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마음 및 짐 정리를 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마지막에 취업이 돼서 춤추고 난리남 ㅋㅋㅋㅋㅋ 게다가 엄마가 영국에 와있던 중이라서 엄마랑 깨춤추고 신남신남 ㅋㅋㅋ
면접 보고 나서 연락이 없길래 또 안됐나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혹시나 해서 전화해보니 원래 비어있던 자리는 다른 사람에게 줬고 날 고용하기 위한 예산을 찾고 있는 중이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줘서 또 2주 정도를 맘 졸이며 기다렸다. 예산을 찾고 있다는 게 확실하게 있다는 말이 아니니까, 정말 학교에 돈이 없어서 나랑 같이 일하고 싶어도 못 할 수 있는 거니까.
2주가 넘어가는데도 연락이 없어서 다시 메일 보내고 전화한 결과, 예산이 된다고 ㅠㅠㅠㅠㅠ 확답을 줘서 그 다음부터는 또 빨리 비자를 받기 위해서 엄청 닥달하고 몰아쳤다. 오퍼를 주겠다는 확답을 받았을 때 비자가 일주일 남아있던 상태 ^^^^ 원래 맨날 일처리 느리니까, 이번 것도 천천히 처리해서 비자 못 받고 나가리 되는 건 아닌가 ㅋㅋㅋㅋ 엄청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학교에서 비자문제의 시급성을 인지하고 하루 만에 비자 관련 문서를 다 발급해 줬다. 휴 ㅠㅠㅠ 나중에 알고보니 원래 면접 본 자리에 오기로 한 애보다 내가 더 계약서랑 오퍼레터 한달이나 더 빨리 받음 ㅋㅋㅋㅋ
뒤돌아보면 진짜 모든 과정이 드라마틱했고 하나라도 타이밍이 안 맞았거나 했으면 어려웠을 자리인데, 진짜 교수님들 언니들한테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되냐고 엄청 물어보고 난리친 결과가 좋게 나와서 넘나 기쁘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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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오퍼 받고 나서는 바로 졸업식이 있어서 아빠까지 와서 엄마랑 아빠랑 나랑 셋이 같이 영국 여행하고~ 원래 엄마랑 프라하 가려고 예약 다 해놨는데 비자 신청하느라 여권이 잡혀 있어서 쌩돈 150 정도를 날렸다 ^^^^^^ㅜㅜㅜㅠㅠㅠㅠ 진짜 내 피같은 돈... 너무 가슴이 아팠지만 비자 신청한 값이라고 생각하고 털어버림.
엄마아빠 보내고 나서는 그리스 다녀오고 또 대부분의 시간은 걍 침대에서 보냈다. 너무 누워만 있었는지 등이 아픈 수준;;;;;
내일부터는 좀 정신차리고 앉아 있어야지. 밀린 일들도 빨리빨리 처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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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잘 세어보니 지원서를 그렇게 많이 넣은 건 아니었다. 지난 1년 동안 15개 정도. 그 중에서 최종면접 본 경우는, 5번으로 약 30%의 확률로 면접을 봤으니까 면접 성공율은 꽤 높은 편인 것 같다. 내 주변엔 100개 씩 지원한 친구들도 많았는데, 나도 저 정도로 넣었으면 더 빨리 취업했을까 싶다가도 그렇게 넣을만한 자리가 내 분야엔 많지 않았다. 게다가 같은 이력서, 커버레터를 계속 다른 포지션에 제출해도 상관없는 분야가 있는 반면, 내 쪽은 거의 학교에서 요구하는 주제나 포지션에 맞게 수정을 해야되는 경우가 많아서 지원서 하나를 작성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려서 100개는 아무래도 무리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티칭을 일주일에 막 8시간씩 하면서 지원서를 100개 쓰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긴 하다.
결과적으론 내 상황에 맞는 선택과 집중을 했던 것 같고 (물론 그래서 끝까지 드라마틱 했지만 ㅠㅠ). 가장 많이 배운 건 면접은 정말 보면 볼수록 는다는 것. 아무 생각도 준비도 없이 갔던 첫 면접을 생각하면 지금도 속이 터짐 ^^^^^ 물론 그랬던 이유는 한 번도 취업면접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고용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고 그래서 뭘 준비해야 할지 더더욱 몰랐던 것. 난 그냥 내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면 될 줄 알았지, 따로 준비가 필요하다고는 크게 생각을 안 했었다. 하지만 면접을 보면 볼수록 비슷한 취지의 질문이 반복된다는 걸 알게 되었고 한 3-4번째 면접 부터는 대충 뭘 물어볼지 알게되고 모범 답안을 준비하게 됨 ㅋㅋㅋ 그리고 친구들이랑 물어보고 답하기 연습도 했음.... 그 결과가 다섯번째 면접에서 긍정적으로 발휘된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섯번째 면접에서 내가 완벽했다는 건 아니다. 지금 생각해도 더 잘 대답할 수 있었던 부분들도 많음.
두번째로는 내 이력서와 커버레터, 자소서를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처음 영국 왔을 때를 생각하면 내가 영어로 글 쓴 게 너무 창피해서 뭘 써도 그 어떤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았는데 3년차 정도 되면서 걍 친구들한테 다 보내주고 보여주고 고쳐달라고 하고 부족한 부분 알려달라고 하는 게 거의 생활화가 되었다. 지원서도 비슷하게 써서 친구 여러명, 지도교수에게 다 보내고 피드백 달라고 했다. 또 피드백 받은 부분은 고쳐서 다시 또 봐달라고 하고 ㅋㅋㅋ 이런 과정을 몇 번 거치니까 지원서가 예뻐짐. 누가 봐도 내가 뭘 하는 사람이고 앞으로 뭘 하고 싶은 사람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고 또 영어 표현 같은 것도 고급스럽게 많이 바뀌었다. 주변의 이런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최종면접까지 가는 횟수가 더 적지 않았을까 싶다.
가장 뼈아프게 느낀 건, 영국도 어쩔 수 없는 인맥사회라는 것이다. 솔직히 영국에 처음 올 때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라는 기대가 매우 컸고, 내 이러한 기대는 박사 끝나고 취업시장에 들어설 때까지도 매우 공고했다. 다시 말하자면 학생일 때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 사회의 진짜 깊은 부분까지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주어지지 않는다. 물론 나도 이제 시작이지만, 영국 사회에서 일을 시작한 지난 1년 동안 보고 느낀 영국 사회의 단면이 학생일 때 5년 동안 보고 느낀 것보다 훨씬 많다. 아무튼, 영국도 아는 사람이 많고 인맥이 좋으면 그만큼 취업이 빨리 된다. 나는 뭐 아무래도 유학생에다 아시안, 여자이다 보니까 영국인/유럽인 백인 남성 등에 비교하면 그다지 인맥이 화려하지도 않았고, 그래서인지 이미 누군가를 뽑기로 한 면접에 들러리 격으로 불려간 경우도 있었다. 이건 뭐 나만의 경험이 아니고 꽤 많은 사람들이 겪는 일인데,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에 처음엔 참 충격을 많이 받았다. 내가 알고 있던, 생각했던 공정한 나라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우게 되면서 진짜 쳐울기도 많이 쳐울고 욕을 욕을 했는데, 그냥 사람사는 데 다 똑같고 겉으로 보이는 것만 믿으면 안되겠다고 마음 먹으면서 조금은 편해졌다.
그래서 인맥 없이 정말 건너 건너 아는 사람도 하나 없이 면접 보러 간 학교에 취업이 된 게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영국에서 취업하고자 하는 분들이 인맥을 공격적으로 잘 쌓았으면 하는 바람. 나같은 경우는 정말 맨땅에 헤딩한 경우고; 이렇게 그냥 들이 받아서 취업 되는 경우도 물론 많긴 하지만 내 취업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자 하는 사람 단 한 명이 있다면 취업에 겪는 어려움은 반 정도? 어쩌면 그것보다 더 많이 줄어들 것 같다. 본인이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있다는 전제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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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마음의 짐을 덜었으니 앞으로 다시 열심히 블로깅을 하겠습니당 뿅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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