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 학교에서 나오다가.
문득 참 학교에 오래도 있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딩 때부터 따지면 20년 이상을 학교에만 붙어 있었으니 참 짧지 않은 시간이다. 학생이 아닐 때 조차 학교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으니, 이 정도면 학교성애자라고 할 수 있으려나.
왜 이리 학교에 오래 있으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쯤 되다 보니 학교가 편하고 좋은 건 사실이다. 최근 전학은 영국의 이런저런 대학의 모습을 깊숙히 알 수 있게 되어서 꽤 재미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고, 지역을 옮기면서 친구도 없어서 매일 혼자 공부하고 밥 먹고 커피를 마시지만 뭐... 나쁘지 않다. 어차피 얘기할 시간도 많지 않고 자신의 신체 일부분을 자꾸 메세지로 보내거나 자꾸 데이트하자고 졸라대는 변태들을 만나는 것보단 혼자인 게 훨씬 나으니까.
원래 내 계획은 전학 오자마자 연구실에 열심히 나가서 새로운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자리를 잡는 거였는데, 비자 문제 때문에 한 달 넘게 연구실을 배정받지 못했고 학생증도 못 받아서 학교에선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모든 문제가 해결된 지금, 내일이면 방학이 시작된다. 계획했던 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뭐, 어쩔 수 있나 싶다. 소셜 라이프는 접어두고 연구에나 집중해야지.
파일럿 스터디 결과를 정리하다보니 논문 방향에 변화가 있을 듯 하다. 아니, 있어야만 한다는 걸 깨달았다. 파일럿 스터디의 힘..! 한국에서는 자꾸 통계를 쓰라고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 내 논문 내용에서 통계를 어떻게 끼워라도 넣을 수 있을지 전혀 감이 안 잡힌다. 우선 방향성을 교수와 얘기해보고 방법을 이것저것 좀 더 고민해 봐야지. 3월이 필드워큰데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으. 빨리빨리. 파일럿 스터디 하고 나니 더 조사하고 읽어보아야 할 것 들이 많아졌다. 그래도 신나니 다행.
오늘은 좋은 날이다.
동생은 취직을 했고,
난 써보낸 보고서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고
연구실 컴퓨터랑 책상을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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