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끄적인 글.
집은 사람을 여유있게 만들면서도 약하게 만드는 것 같다. 영국에서 건강 문제로 마음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내가 큰 병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았고 집에서 지내다보니 마음도 편해졌고 여유를 가지게 되었고 심지어 새 머리카락들까지 마구마구 나기 시작했고.. 이제 다 괜찮다고 생각하며 영국으로 돌아가 강한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바로 어젠데, 비행기 안에서 드는 생각은 계속 집..집.. 엄마 아빠... 이렇게 나를 많이 믿어주고 지원해주는 가족이 있기에 더 열심히 해야하는데 자꾸만 눈물이 난다. 내가 진짜 뭐 한다고 혼자 타국에서 이러고 있을까.. 하는 생각만 들고.. 아무래도 집에 가면 한참을 소리내서 울 것만 같다.
누군가가 얘기한 것처럼 담대하게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들을 생각하면서 씩씩하게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데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꼭 해야만 하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처음 영국에 그리고 공부에 발을 들여놓을 때와 참 많이도 바뀐 나를 보면서 마인드 콘트롤이 가장 힘들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순간이다.
이제 돌아가면 제일 중요한 일들만 남아 있다. 컨퍼런스 발표, 그리고 1년차 심사. 약 1달 동안 거의 놀기만 하고 프로그레스가 없고 머리 속에 가득한 추상적인 관념들을 밖으로 끄집어 내지 못했기 때문에 걱정도 되고 앞으로 짧은 시간동안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도 뭐 늘 그렇듯이 - 어떻게든 하겠지.. 라는 생각이 크긴 하지만. 그리고 사실 그런 마인드가 지금까지 나를 이끌어 준 원동력이기도 하고. 어떻게든 하겠지는.. 될 대로 되라 가 아니고 나는 어떻게든 해 낼 것이다 라는 믿음 아닌 믿음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1. 일기
2. 규칙적인 생활 습관 - 운동, 수면, 식사, 공부
3. 침울해하지 않기
4. 명상. 마인드 콘트롤. 긍정적인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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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머리 속에 '나 그냥 여기서 살면 안될까' 라는 생각이 몇 차례 빠르게 스쳐 지나갔는데 그 때 까지만 해도 그런 생각에 대한 내 스스로의 반응은 '너 미쳤냐' 였지만 막상 비행기를 타니 미칠 것만 같았다. 내가 정말 집 떠나서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꼭 이거 아니라도 먹고 살 수는 있을텐데, 진짜로 때려칠까 라는 생각들이 머리 속에 가득해서 한참을 숨을 고르고 쪽잠을 자고 기도하고 글을 쓰면서 마음을 정리했다.
그리고 막상 집에 오니 별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도착 바로 다음 날 오전에 있을 미팅 때문인지.. 리터러쳐 리뷰까진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대충대충 한 인터뷰 정리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비행기에서 미친 듯이 써내려 갔는데 덕분에 교수가 그동안 라이팅 한 거 좀 보자고 했을 때 진짜 라이팅은 아니지만 보여줄 건 있어서 다행이었다.
미팅 끝나고 랩에 들려서 친구들 잠깐 보고, 다들 생각보다 너무 격하게 반겨줘서 고마운 마음만 가득했다. 영국인이건 아니건 다들 집 떠나서 혼자 공부하는 건 똑같으니.. 다들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지, 때려쳐야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한다며 ㅎㅎㅎ 그냥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상황과 환경에 놓인 우리들이 모여서 서로 다독이고 격려하면서 더 서로에 대한 마음이 애틋해지고 성장하는 거 아닌가 싶다.
난 사실 어렸을 때부터 '난 공부를 할거야' 라는 생각은 늘 해왔지만 그러려면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몰랐고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몰라서 그저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은 방향을 선택했고 늘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이라 여기까지 올 때 조차도 '뭐 유학 별 건가 공부 별 건가 그냥 하면 되지' 라는 마인드였다. 그치만 이번 일을 통해 사실은 내 멘탈과 몸뚱아리는 그저 한낱 유리 한 장에 불과한다는 게 밝혀졌고 ㅎㅎ 덕분에 이게 쉬운 게 아니라는 것, 조금 더 큰 목표와 계획을 가지고, 더 강한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걸 나름 깨닫게 되었다.
뭔가 약해진 마음을 다잡고 있는 변화를 내가 또 미팅에서 얼굴에 나타냈는지;;; 교수가 괜찮냐며 설마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건 아니지? 라고 묻기까지 했다. 하하... 단호히 아니라고 얘기했고 막상 미팅도 끝나고 친구들도 만나고 나니 날라간 한 달의 시간을 채울만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이번에 만난 친구 중 한 명이 "친구들 중 학부 시절에 하고 싶어했던 일을 진짜로 하고 있는 건 너밖에 없는 것 같다"고 한 말이 큰 격려와 힘이 되고 있다. 고마워. 정말 끝까지 해야 그 말이 계속 유효할텐데.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으니까 좀 더 즐기고 마음의 여유를 조금만 더 가지고 힘내야지.
돌아와 보니 확실히 해는 길어졌는데 날씨는 아직도 쌀쌀하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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