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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wing Pains

공포의 계절



낙엽이 떨어지는 계절은, 나 같은 조류공포증 환자에게는 최악이다.

평소에도 땅에 떨어진 물체들을 살아있는 새 또는 새, 동물의 사체로 착각하는 현상이 내게는 아주 자주, 하루에 한 번 이상 발생하는데,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 있으면 .... 당연히 그 횟수와 효과는 증폭한다.


이런 식으로 낙엽이 떨어져 있을 경우를 예로 들면.




어제 아침, 집 밖으로 나와 이 광경을 처음 봤을 때 나는 마치 수 십 마리의 참새가 모여있는 걸로 착각했다.
물론 이 착시현상은 1~2초 정도로 아주 순간이지만 그 순간의 정신적 충격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하다.


이제는 하도 익숙해져서 오히려 길에서 진짜 동물 사체를 보더라도 에이 또 착시현상이겠지~라고 생각했다가 진짜 사체인 걸 깨닫고 허걱할 때도 있는데 ... 그러다보니 착시인지 현시인지 확실하게 하기 위해 땅 위의 '무언가'를 꽤나 열정적으로 관찰하게 되었다.


어쨌든 이상한 건 이런 공포증 자체를 그다지 고치고 싶지 않다는 사실이다. 착시현상은 어차피 익숙해졌고, 생활 속에서 내가 공포를 느끼는 범위 내에 새가 침범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가끔 뻔뻔한 비둘기들 때문에 지나가는 아저씨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_- 




얼마 전 종로에서 치킨먹다가 -_- 
조류공포증 극복에 도전하는 한 여성의 모습을 살짝 봤는데..

새 그림, 사진을 가까이서 보여준다던가, 새 인형을 가지게 놀게 한다던가, 히치콕 감독의 새를 감상한다던가.... 온갖 공포스러운 방법이 총동원되었다. 

옆에 있던 심리학 전공자는 "헤에-교과서에 나오는 공포증 극복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네" 라며 신기해 했으나
나는 오히려 공포증 치료하다가 더 공포증이 심해질 것만 같은 압박을 경험했다 -_-
도대체 저렇게까지 하면서 극복해야 할까.


난 그냥 무서워하면서 지나가는 아저씨들 도움 받으면서 한 평생 살래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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