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어찌 그리도 변할까.
오랫동안 흠모하던 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6-7년간 근황을 전혀 알지 못했던.
건너 아는 사이였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이야기도 못해 본 애틋한 사람.
그 사람의 글을 몇 번이나 읽으며 웃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가슴 아파하고 가끔은 울기도 했다.
내가 가지지 못했던, 그리고 못한, 시니컬한 통찰력과 동시에 행동력. 그리고 사람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애정을 쏟는 대상이 바스라질까 늘 조심스러우면서도 본인이 상처받는 건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글에서 수많은 상처들을 읽어내릴 수 있었기에 물론 매우 힘든 시간들을 보냈으리라 짐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스함은 절대 잃지 않는 그런 사람.
나는 절대 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라 - 행동력, 사람에 대한 애정, 따스함 전부 - 거의 앓다시피 흠모했던 몇 안 되는 기억이다.
오늘 불현듯 그 사람이 생각나 인터넷을 약 한 시간은 뒤졌다.
그토록 흠모했다고 썼지만, 아이디나 블로그 주소 조차 기억이 나질 않아 관련된 검색어를 전부 구글, 네이버에서 찾았는데도 나오지 않았다.
그냥 잘 살겠지- 포기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불현듯 떠오른 이름을 페이스북에 검색하니 바로 근황이 나왔다.
(무서운 페이스북.............. 그리고 무서운 뇌내기억...............)
처음엔 충격이었다. 예전의 기억처럼, 정의와 인권을 내세워 행동하고 글을 쓰고 있을 줄 알았는데 내 예상과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예상했던 일도 틈틈히 하고 있는 듯 했지만 본업은 전혀 아니었다.
그런데, 정말 행복해보였다.
예전에 전해져오던 따뜻함, 아름다움 속 삶의 고단함의 그림자가 모두 사라져 있었다.
탈색머리에 스모키 화장을 하고 다녔던 시절에 대해 사람이 그럴 때도 있어야지. 그 때 나 참 귀여웠다 - 하고 웃어넘기는 여유도 좋았다.
그 사람의 그 시니컬하고 반항적인 표정이 너무나 오랫동안 기억에 자리잡고 있었는지 풀어져서 웃는 모습을 보니 괜히 내가 눈물이.
사람들은 그렇게도 변한다.
꼭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일념으로 스스로를, 그리고 타인을 옥죄는 것보다는
순간순간의 결정에 따라, 그리고 그 때 그 때의 상황에 따라, 자신을 가장 행복하고 충만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 사람이 내 기억 그대로였어도 난 분명 멋있다 했을 거지만, 그렇지 않은 지금도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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