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워낙에 호기심이 넘치는 인간이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좀 잠잠해지나 싶더니 역시나...
내 성격이 아카데믹의 삶에 맞는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듣고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곧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우선 나는 다수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면 피곤함을 쉽게 느끼고 지친다. 그것보다 혼자 가만히 앉아서 읽고 생각하고 쓰는 작업을 더 즐겁게 여기는데 그런 면에 있어선 혼자 일할 일이 많은 아카데믹의 삶을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강의나 토론하면서 느껴지는 지적 교류도 좋아하는 편이고.
다만 문제가 있다면 내가 한 가지 일을 오래 못한다는 거... 싫증을 금방 느껴서 한 분야만 깊게 파야하는 길은 좀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죽하면 phd 가 내 인생에서 "자의"로 가장 길게 한 일일까.... 약 1년 전 쯤 내가 한 주제만 오래 파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에 논문의 방향도 많이 바뀌었고 지금도 그건 매우 잘 한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나 스스로를 관찰 했을 때 조차 나는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거. 그리고 사실 평생 공부만 하면서 그게 내 업인양 살고 싶지도 않다. 세상에 그것보다 재미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일은 일, 삶은 삶.
그래서 여러가지 재미있는 일들을 계획하고 있다.
그런 계획이 가능하게 해 준 건 역시 논문쓰는 과정이랄까... 논문 쓰는게 괴롭긴 한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난 이게 나를 찾아가고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그냥 생각없이 이것저것 하다가 돌아보면 나도 몰랐던 혹은 이미 알고 있었던 모습들이 어느새 자기만의 색깔, 형태, 느낌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나와있는게 보인다. 그 모습들이 선명해질수록 더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것들에 시간과 공을 들이고 나를 행복하게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나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해 볼 생각이다. 나 아니면 누가 날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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