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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wing Pains

다시



다시, 치열하게. 




예전의 나는 스스로 되돌아보더라도 매우 감수성이 넘치는 소녀였다. 어쩌면 소녀였기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소녀였을 당시, '영원히 소녀처럼 살거야' 라고 생각하곤 했었지만 불과 몇 년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나는 전혀 그 때의 모습, 감정, 생각, 감수성... 모든 것을 간직하고 있지 않다. 누군가는 아주 작은 외부로부터의 자극에도 예민하고 민감하게 반응했던 몇 년 전의 나를 사랑했겠지만 또 어떤 누군가는 그렇지 않았고, 그랬기에 그들도 나 자신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을 뿐더러 그 때의 모습과는 다른 지금의 내가 있게 되었다. 


뭐가 다른가 생각해보면, 그 땐 미치도록 귀여울 정도로 모든 것에 솔직했고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 다른 사람과 다르게 생각하는 게 있으면 호기있게 말할 줄도 알고 슬프면 슬프다 좋으면 좋다 우울하면 우울하다 울고 있으면 울고 있다.. 고 말할 줄 알았는데, 뭐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금은 그런 감정들조차 극명하게 느껴지지도 않고 가끔 그런 감정이 생기더라도 한 걸음 멈춰, 참고 쉬어가는 게 더 낫다고 여겨진다. 그러니까 예전에는 나 스스로의 감정 변화에 민감했었고 무조건 표출해야만 했었다면 지금은 그게 무엇이든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것 같다. 


어떤 게 더 좋은 건진 모르겠고 굳이 좋고 나쁨을 가릴 생각도 없고 그저 시간과 나이와 경험에 맞는 모습이 그 때 그 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가 그리운 점은 그나마 치열했다는 것. 나 스스로의 발전을 꿈꾸고 그 꿈들을 이루기 위해서 정말 많은 일들을 하고 온 힘을 쏟았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나 꿈꾸고 노력하고 있는지 회의감이 든다. 모든 삶의 형태는 각각의 노력이 투영되어 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가끔씩은 지금 내가 쏟고 있는 노력보다 덜 노력하며 살 수 있는 삶이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과 유혹이 강하게 든다. 


난 무엇을 위해 이러고 있는걸까... 라는 질문을 던지는 걸 멈춰서도 안되겠지만 그 답을 찾기보다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임이 분명한데 그것마저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그저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무조건 치열해지기 위해 노력했던 그 때 그 모습이 그립기는 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때의 기록들이 남아있고 게을러질 때마다 들춰보며 치열함을 다질 수 있다는 사실인데 그게 얼마나 갈지는 또 모르는 일이다. 


요즘 자꾸 내 기억과 의식의 아주 깊은 곳으로 밀어버린 사람이 내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자꾸만 눈 앞에 보여 그 때 그 시간의 나는 어땠었는지 생각하다 여기까지 왔네. 그 때 그 모습을 나만 잃어버린 것 같아 조금 그렇기도 하지만. (이후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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