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나는 설리를 참으로 연모했다.
이렇다할 이유는 없었다. 아마도 시작은 예뻐서- 였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설리가 웃는 모습만 보면 따라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티 없이 해사하게 웃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참 여러 번이나 했었다.
여기저기에 올라온, 걸려진 사진들을 보며
몇 번이고 이쁘다... 이쁘다... 이쁘다를 되뇌이곤 했다.
설리의 여러 행동이나 발언이 주목을 받을 때도
설리는 참 용감하다, 대단하다 생각하면서 묵묵히 응원을 보내고는 했는데
사실은 정말로 힘들었고 힘들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 여러가지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설리는 본인을 두고 꽃같이 아름답다-는 표현에 대해서
자신은 잡초라고 말했다고 한다.
몇 번이나 이렇게 그냥 끝이 났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는데.
결국엔 나도 내가 보고 싶은 설리의 모습만 보고 내가 보고 싶은 모양대로
설리를 그 틀 안에 가두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설리에게는 나 같은 사람이나 악플러나 그다지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결국엔 본인의 모습 자체를 본인이 본인이 바라보는대로 봐 줄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니었으니까.
나는 너를 통해 웃었고 용기도 얻었지만
똑같은 힘을 보내주지 못해서 미안해.
이제는 평안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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