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소셜..... 스스로는 별로 자각하지 못했으나 내 생활이나 행동을 듣더니 안티 소셜의 끝판왕!? 이라는 말을 하던 친구 때문에 자각하게 되었다.
그 때 당시 그 친구가 그렇게 얘기했던 이유는, 카톡, 페이스 북 등 SNS 를 다 끊어버리는 것도 모잘라서 엄마랑도 얘기 안 한다고.......ㅋㅋㅋㅋㅋ 자기는 그래도 엄마랑은 매일 얘기해야 된다며 엄마랑도 얘기 안 하는 건 정말 대단한 안티 소셜이라고 했었더랬다.
당시에 난 영국에 있으면서 인터넷 라인으로 연결되어 있는 희미한 줄을 잡고 있는 게 너무 짜증이 나서 한국과 연결되는 모든 방법과 수단을 메일 외에는 끊어버리고 오프라인의 관계에 집중하려고 애썼다. 그렇다고 오프라인에서 많은 사람을 만난 건 아니지만 ^0^
아무튼 사람하고 얘기가 필요하면 오프라인의 사람들과 얘기하려 애썼지, 최대한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나 가족들하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그냥 얘기하는 걸로 밖에 끝나지 않고 내게 실질적인 영향도 못 끼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두 달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는 또 괜찮아 졌었더랬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얘기도 잘 하고 필요하면 만나고 전화도 하고.
그런데 이번에 또 방에 한 번 쳐박히기 시작하면서 저 증상이 나타났는데 이번엔 완전히 반대였다. 온라인으로는 사람들이랑 얘기를 하는데 오프라인으로는 만나지 않음.... 허허허 전화도 하고 문자도 하고 각종 SNS도 하는데, 식량을 구하러 나갈 때 외에는 집 밖으로 아예 나가지를 않았다. 신발은 열 켤레가 넘는데 신지를 않아.... 새로 부츠도 두 켤레나 샀는데 신지를 않아... 8ㅅ8
그렇게 지낸지 어언 3주. 생각해보니 2년 전에도 1주일 동안 이렇게 지낸 적이 있었는데, 2년 동안 밖에 나가지 않고 살 수 있는 기간이 길어졌구나.. 히키코모리로서의 자질이 정말 충만한 듯.
오늘은 밖에를 좀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침 산책을 나섰다. 플랏메이트 님은 여어~~~ 잘 다녀와~~ 라며 응원을 했고 ㅋㅋㅋㅋㅋㅋ 막상 나가보니 바깥 세상은 내 생각만큼 짜증나고 위험하고 나쁜 곳이 아님을 깨닫고 돌아왔다.
혼자서 숲길을 50여 분 걸었는데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활짝 웃으며 굳모ㄹ닝 이라고 인사를 해줬고 뛰어다니는 개들도 얼굴이 얼어버릴 것 같은 추위도 바람도 그리고 서리 내린 들판을 비추는 햇빛도 모든 것이 따뜻했다.
나는 왜 그렇게 방에만 쳐박혀 있었던 것일까. 누군가를 만날 생각도 안 하고.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인데. 오글거리지만 그게 오늘 아침의 순수한 감상이었다.
이제는 좀 밖으로 나가도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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