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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wing Pains

어젯밤


어젯밤 역시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일이 끝나자마자 안국역으로 달려가 친구에게 전할 선물을 사고

노트 만들기 & 만행을 만나러 완철 사무실로 달려가고

끝나지 않는 연애 이야기와 ... 끝나지 않는 웃음을 향한 경쟁심 -ㅅ-

만행에서 돌아오는 길은 흥분과 우울이 공존합니다.

만행에서 들뜬 기운 때문에 잠 못자는 님들이 부러웠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인 것 같아요.

만행에 가면 (원래도 약간 많지만-_-) 말이 조금 더 많아지는 저를 발견합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했을 뿐인데!

더 할말이 많았지만 참았을 뿐인데! 그런데도 '누구'의 영향인지 요즘엔 머리보다 혀가 먼저 움직인다는 ㅋㅋ


아무튼, 평소보다 많은 말을 해서 + 많이 웃어서 갑작스런 감정 변화들로

그걸 감당할 수 없는 연약한 감수성의 소유자는 약간은 우울해진다는 그런 생각.

아니면 아픈데 자꾸 오버해서 놀러다녀서일수도 ... ; _ ;




그렇게 가라앉은 기분으로 집에 들어왔는데

강아지가 차가운 베란다 바닥에서 발작을 일으키고 있었어요.

언젠가 보아야만 할 일이고 마주쳐야만 할 일이라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그래도 갑자기 그런 장면을 마주치니 놀랐고 너무 아프더라구요.

엄마는 소리만 지르고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_- ;;

들어가자마자 뛰어가서 안아줬더니 다행히 바로 괜찮아졌어요. 휴





그 동안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집에 혼자 있게 한 것도 정말정말 가슴아픈데

아플 때 조차 그렇다니, 나는 그래도 그 덕분에 많이많이 행복했지만,

그는 그래도 행복했을까. 라는 생각과 더불어 미안함 죄책감이 한 번에 머리와 가슴을 으윽.

자그마한 몸이 얼마나 아프면, 얼마나 괴로우면 소리도 못 내고 몸을 비틀고 있을까

앞으로 몇 번이나 더 그런 장면을 모습을 보아야만 하는 걸까요

생각하면 아씨 ...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 _ ;

 


어제는 그 외에도 천가지, 만가지 감정과 생각들로 뒤덮인 밤이었어요.

그래도 잠은 쿨쿨 잘 잤지만 -_-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었는데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강렬한 하루였던 듯.

요즘은, 말로는 무신경하다 무관심하다고 하지만 사실은 너무나 내 자신이 스스로의 감정에 예민해서

그리고 그런 예민함이 나를 괴롭힐 걸 두려워하고, 모든 것들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무덤덤해지려, 아니면 무시하거나 회피하려 노력해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내 안의 모든 감정 변화에 일일이 반응하고



스스로 상처를 만드는 게 너무나 힘들고 괴로웠는데,

지금은 또 오히려 그런 게 나 자신에 대한 순수한 응답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오늘 하루도 모두 행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