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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wing Pains

연애사상



이 글의 맨 아래 링크하는 고민정 아나운서에 대한 글을 읽고 전부터 확고해져가고 있다고 생각이 들던 나의 연애사상에 대해 다시 한 번 뒤돌아 보았다. 본디 내 연애관은 '사람만 좋으면, 그리고 조건보다는 그 사람 자체만 바라보고 사랑하면 된다.'는 거였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주변 친구들은 다 내게 눈이 낮다며 더 좋은 남자를 찾아보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여기서 더 좋은 남자란 주로 외모, 키, 학력, 직업, 집안.... 등이 평균 이상인 남자를 의미하는 것이었고 나는 주로 그런 것들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더랬었다. 

그러던 내가 어떤 일을 계기로 현실적 조건이라도 봐야겠다! 고 생각해서 나름 정해두었던 게... 종교는 무조건 기독교에 수도권에서 그리고 화목한 가정에서 나고 자랐으며 컴플렉스를 느끼지 못할 정도의 학력과 경력과 직업, 정말 친한 친구가 최소 3~5명 정도 있고 자신의 삶은 자신이 스스로 결정할 줄 아는 주도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어야 한다 정도였던 것 같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거의 살면서 처음 있던 일로... 지금보면 그 전에는 너무 생각 없이 그저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그 사람이 좋으면 다 좋다는 생각으로 누군가를 만나왔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여길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조건들이 예전의 나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러한 조건과 배경, 그리고 삶을 대하는 가치관의 차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나니, 다시는 그 딴 것들 때문에 힘들어하고 싶다는 생각이 온 몸과 머리와 마음을 지배했다. 

그렇게 몇 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지금의 나는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왔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데 마음이 통하고 서로를 진정 평생 아껴줄 수만 있으면 되지 그 외의 것들이 뭐가 다 소용인가... 라는 마음으로 다시 돌아왔다. 돈이 많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장과 직위를 가지고 있고 누구나 한 번쯤 돌아볼 외모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나'를 '나'로 받아들이지 않고 '나'를 연봉 얼마에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고 학력은 어떻고 집안은 어떻고 그런 사람으로 받아들인다면 아마도 평생이 슬플 것만 같다. 그런 조건이나 배경 없이도 나를 빛나는 사람으로 봐주고, 또 더욱 빛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고 또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어 사랑하고 싶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서로에 대한 진정성과 분명한 가치관을 가지고 세상을 대하는 용기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자'가 아니라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

그저 슬프고 힘들고 세상에 부딪혀 흔들릴 때마다 서로 의지하고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바라보는 미래를 같이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을 만났으면 한다. 요즘 세상에 이게 가장 힘든 조건일지도 모르겠다. 높은 학력, 연봉, 좋은 직장은 몇 년이면 만들 수 있지만, 진정 타인을 이해하고 보듬고 함께 살 수 있는 마음과 가치관과 의지는 몇 년 만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리고 검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저 내 판단과 느낌과 운명을 믿어야 하는 것이기에 만남이 더욱 어려워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 때가 언제가 되든간에 나도 열심히 좋은 책과 글귀들을 접하고 겸손해지고 또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소중한 만남이 되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끊임없이 노력하고 기다리려고 한다. 

세상과 현실이 나에게 아무리 물질적으로 똑똑하게 살라고 해도 그저 '사람'을 바라보고 믿는 내 가치관은 앞으로도 크게 변화하는 일이 없을 것 같다. 이제서야 나름 순수했던 내 모습으로 조금 돌아온 것 같다. 독기가 가득 차 있는 동안 나에 대한 글을 시작하는 일이 너무도 어렵고 힘들었지만, 그 시간들이 나에 대해서 다시 조금은 뒤돌아보고 생각하는 기회를 만들어 준 것만 같다. 다시 나와 미래의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그리고 아름답게 살고 있자. 


고민정 아나운서와 조기영 시인의 이야기 

청혼 - 조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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