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따라 배우다 포기해버리고 말았던 일본어에 자꾸만 관심이 간다. 지금까지 외국어에 대한 내 관심은 거의 흥미, 재미 위주 였다면 이번에는 좀 다르다. 일본어가 재미있어 보여서 혹은 꼭 필요한 것 같아서 배우고 싶은 것보다 아시아 내에서 일본의 시민사회 움직임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조금 더 구체적이고, 확실히 앞서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고, 독특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인조이 재팬을 통해서 관심있는 단체들을 지속적으로 살펴보고는 있지만, 으..., 물론 그것만으로도 대충의 내용은 파악할 수 있지만, 한계점이 있을 것 같아 완전한 수단으로 일본어를 배워보고 싶은 것이다. 영어가 통하지 않는 단체들도 종종 있고...... 물론 일본에서 그것들을 직접 공부하고 계속할 것이 아니라면 굳이 직접 배울 것 까지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첫 단계이지만) 일본의 시민사회, NGO 등의 활동과 움직임, 목표 등은 한 번 쯤 눈여겨보고 정리 및 한국,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그랬듯이 그것이 눈에 확연히 보여지는 그들의 홍보 방식, 다르게 말하면 겉치레... 일지도 모르겠으나 그런 것들에 함께하고 움직이는 '시민'이 있다는 것, 그들의 행동이 어떠한 '의식'에 기반한다는 것은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경제적 성장 뿐 아니라 이러한 의식의 성장에 있어서도 일본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고 나서 검색을 해 보니 이와 같은 책이 나왔다.
박원순 변호사의 일본시민사회 기행
책 소개
참여연대의 박원순 사무처장이 미국시민사회기행에 이어 내놓은 책이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세 달 동안 일본 남쪽 규슈의 가고시마에서부터 북쪽 홋카이도까지,도쿄·오사카의 대도시에서 야마가타의 시골 마을까지 일본시민사회 여행을 다녀오면서 매일매일 보고 느낀 것을 일기 형식의 기행문으로 묶었다.
개인과 집단의 성실성에 기초한 전통과 협동의 힘!
"미국사회에서 발견한 것이 법률과 제도의 힘이라면 일본에서 발견한 것은 개인과 집단의 성실성에 기초한 전통과 협동의 힘이었다. 일본 시민단체 활동가들로부터 받은 인상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진지함이었다. 이들 단체는 ○○을 생각하는 회라든가 ○○을 공부하는 회라는 이름이 많다. 그렇게 많이 생각하고 공부만 하면 언제 운동을 하느냐고? 그렇지 않다. 이렇게 생각하고 공부하고 그 결과가 축적되어 오늘과 같은 깊이를 쌓았다. 그들은 정말 꼼곰하고 성실하다. 게다가 하나의 일 그것도 공익을 위하여 평생을 바치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들이 괴짜라는 뜻을 가진 '가와리모노'들이다. 가와리모노가 많은 나라 그것이 좋은 나라다. 그런 괴짜들이 많은 곳이 바로 일본의 시민사회이다."
참여연대의 박원순 사무처장이 미국시민사회기행에 이어 {박원순변호사의 일본시민사회기행-가와리모노를 찾아서}를 내놨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세 달 동안 일본 남쪽 규슈의 가고시마에서부터 북쪽 홋카이도까지, 도쿄·오사카의 대도시에서 야마가타의 시골 마을까지 일본시민사회 여행을 다녀오면서 매일매일 보고 느낀 것을 일기 형식의 기행문으로 묶어낸 것.
최근 역사교과서 왜곡 사건으로 '가깝지만 더욱 더 멀어진 나라 일본'에서 박원순 변호사는 400여 명이 넘는 시민사회의 일꾼들은 만났다. 지은이는 "그들이 가진 진지함과 그것이 주는 감동"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일본의 시민사회에는 진짜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것일까?... 역사교과서 왜곡과 같은 해묵은 일들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양국의 시민사회가 추구해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가와리모노'들이 만들어 가는 튼튼한 지역공동체
지은이가 발견한 일본시민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구석구석마다 살아 있는 지역사회와 지역운동"이었다. 식민과 분단, 전쟁과 독재, 새마을운동 같은 무지막지한 개발로 사라져 버린 우리의 지역사회를 생각할 때 '마을만들기'라는 말로 대변되는 그들의 지역공동체 문화는 매우 훌륭한 취재대상이었다.
이러한 튼튼한 지역공동체 문화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개개인의 양심과 노력, 헌신들이 모여[…] 튼튼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의 '꼼꼼함'과 '성실성'은 일본시민사회의 힘이다. 공익을 위해 평생을 바치는 사람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미나마타병의 피해자와 함께 평생을 바친 노인, 대학을 박차고 나와 반핵운동에 평생을 바쳐온 시민과학자, 스물 일곱 번씩 해고를 당하면서 현장을 지키고 있는 노동운동가, 나리타공항 건설에 반대하며 주민들과 함께 투쟁한 학생운동가가 아예 그 고장에 남아 농민운동을 하고 있다. 그들이 괴짜라는 뜻을 가진 '가와리모노'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박원순 변호사는 특별히 일본의 생협운동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스스로 '생활자'라고 말하는 '주부'들이 세상을 바꾸는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유전자조작식품의 수입 문제가 화두가 되었을 때 우리가 수입반대 데모 한 차례로 끝내고 말았다면, 대규모 생협조직에서 그것을 소재로 한 식품을 안 사먹는 운동을 벌여 구체적인 실효성을 획득하는 것이 일본이다. 소위 말하는 '아줌마의 힘'을 기행문의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총론에 강하고 각론에 약한 것이 한국의 시민운동이라면, 각론에 강하고 총론에 약한 것이 일본이다. 한국의 시민운동이 전략적인 지점을 폭격하여 사회변화를 유도하는 공군이라면, 일본은 아래에서부터 하나하나 바꾸어 가는 육군이다."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를 비교한 박원순변호사의 비유가 재미있다. 서로 배울 점이 참 많다는 생각이다.
지은이가 두터운 일기장을 공개하는 것은 한국의 시민사회 성숙을 위해 함께 생각해 볼 자료로 삼기 위함이라고 한다. 특히, 고정팬이 있을 정도로 정감있는 박원순 변호사의 구어체 문장은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건강한 사회 만들기를 위한 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실무지침서로서, 참여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좋은 길잡이로서 이 책이 갖는 유용함은 NGO에 대한 많은 학술서의 그것보다 뛰어나다.
사실 일본 시민사회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것을 주제로 한 여행, 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특히 요즘 어떤 아이디어를 내면 이미 전례가 있었던 경우가 많다. 나 또한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정도 밖에 생각해내지 못한다는 거겠지. 다음 번엔 '창의력'에 대한 글을 한 번 써 볼까.
요즘따라 박원순 변호사와 관련된 기사, 책 혹은 정보 등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한국에서의 지역사회, 시민사회, 사회참여 등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듯.
이외에도 검색 해 보니, 일본 시민사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은 듯 하다. 연구자료도 몇 가지 있는 듯 하고. 무턱대고 일본어를 배우겠다고 난리치기 전에, 그것들부터 우선 한 번 훑어보고... 일본 시민사회가 정말 독특함이 있다면, 그것이 한국 내 혹은 아시아 내에서 하나의 모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지금까지는 왜 그러지 못했는지가 첫 단계의 연구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