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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wing Pains

일을 안 하니 연구가 재밌어졌지만 그래도 하기 싫다

왜냐. 돈을 안 받기 때문. 

나는 무상노동이 정말 정말 싫다. 누구나 조금이라도 일을 한다면 그 대가,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특히 적절한 경제적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심지어 내가 생각하는 내 시급보다 적은 시급으로 일이 들어온다거나 하면 대개 거절하는 편이다. 돈 받고서도 그냥 내 노동력만 쏟아부어준 느낌만 드느니 차라리 그 정도의 돈은 깔끔하고 포기하고 그 시간에 다른 걸 하는 편.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게요.... 내 씅에 안차는 돈 받고 나중에 '또 부려먹어졌어....' 라며 후회하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더 공부하고 이것저것 해서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게 낫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인간인데 일하는 와중에 이미 하겠다고 했던 일들은 그대로 하고 있으니.... 내가 열이 뻗칠까요, 안 뻗칠까요. 더불어 진짜 학계는 모든 이들의 무상노동으로 돌아가는 곳이라는 걸 절절히 깨달으면서 마구마구 정이 떨어지고 있는 중. 

이미 한다고 했던 일들이라 심플하게 '나 일 그만 뒀으니까 이것도 이제 안 할거야!' 라고 말하기엔 내가 너무 책임감 없는 사람처럼 보일 거 같고 ㅠㅠ 그렇다고 그 일들에 엮여있는 모든 이들과 쌩까기는 또 힘들고 ㅠㅠ 이래저래 진퇴양난이고 거기다 돈도 안 받아서 더 짜증나..... 

학계는 경제적으로 금수저들만 가는 곳이 맞습니다, 맞고요.... 저는 그저 너무 어렸어서 그리고 어릴 땐 진짜 세상물정 모르는 이상주의자였어서 그런 말들을 들어도 쉽게 무시하고는 했었죠....녜녜... 하지만 현실은 그렇다는. 돈 벌 걱정 별로 안 해도 되는 부잣집 자제 분들이 하면 딱 좋은 직업이기는 하다. 돈 별로 못 벌어도 맨날 무상노동해도 그냥 학생들 가르치고 연구하는 것만으로 삶의 기쁨이 채워지는 분들도 가능할 것 같고. 

나는 아쉽게도 돈을 안 벌어도 되는 집의 자식은 아니고 학생들 가르치는 기쁨도 그냥 쏘쏘하고 무상노동하는 것도 싫어해서 뭔가... 학계에 있으면 있을수록 현타가 오는 쪽이랄까. 뭔가 일하면 일할수록 삶이 피폐해지는 느낌이고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나, 이게 진정 나를 위한 일인건가 자꾸만 곱씹게 됨. 

아니 이러다가 맨날 먹고 산 일이 이거기 때문에 다시 학계로 기어들어갈 수도 있지만.... 아무튼 잠시 쉬는 시기에 슬쩍 돌아본 학계와 내가 좋아하는 것/싫어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객관적으로 보려고 했던 결과는 대충 이런 것. 

이놈들아 일 시켜먹으려면 돈 내고 시켜먹어라 엉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