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중국에 발을 디딘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학교에서 관심있는 학생들 몇몇을 모아
그때의 중국은 3박 4일 내내 관광버스만 타고 돌아다니고, 선생님 및 가이드는 우리를 까르푸에 박아놓고 쇼핑을 하라고 했다. (헐) 그랬으니.. 중국을 느낄 시간도, 여유도 없었고, 대륙이라 불리는 중국을 크다고 느낄 만한 이유도 없었다.
두번째는 아빠와 약 8일간 함께한 상해-황산-항주-소주 여행이었고, 여행사를 전혀 통하지 않고 단 둘이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여기저기 쏘다녔다. 그때 처음으로 중국은 정말 거대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정아언니와 약 한달 간의 실크로드 여행, 하얼빈을 거쳐 이번이 다섯 번째 중국 방문이다.
중문과를 졸업하고서도 난 절대 중국과 관련된 일은 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선을 그었다고 생각했는데, 졸업 후 벌써 두 번째다. 그러다보니 왠지 중국과 나는 애증관계가 되어버린 것만 같은 느낌이다. 초기에는 중국의 모든 것이 재밌고 신기하고 좋기만 했는데, 이제는 (드디어!!) 사람많고 지저분하고 위험한 중국에 짜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모습에서 그래, 중국이니까.. 하면서 경멸도, 환희도 아닌 묘한 감정을 느끼는 나를 발견했다.
오늘만해도 유화촌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나한테 어떤 남자가 다가와서 버스를 타지 말고 자기 차를 타고 가라고 했다. 멀리까지 갔다가 차가 끊기면 어떻게 돌아올거냐면서... 40도에 가까운 날씨에 평소에 잘 안나던 땀 투성이에 짜증이 날대로 난 나를 자꾸 건드리길래 그냥 "듕국어 모태여" 라고 했더니 "아하하하하 그럼 내가 간단하게 설명해주도록 하지 ^^" .... 열받아서 영어로 ㅈㄹㅈㄹ 거리고 길거리에서 싸울뻔했다....
그런데도, 결국 올라탄 버스에서 거리를 바라보다가 괜히 감정이 격해져서 눈물이 나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중국은 아주 오지가 아닌 이상 어딜가나 사람이 많다. 한참 시골쪽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해도, 그 지역에서 번화한 지역은 항상 사람이 북적북적하다. 어디에나 사람이 살고 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이 사람들은 도대체 다들 어디서 온 건지, 무슨 얘기를 할지, 각각 어떤 사연들을 담고 있을지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두근두근해지는 것이다.
다니면서 사기도 많이 당하고, 그랬기에 더 믿을 수 없고 안심할 수 없는 곳이 중국이지만, 왠지 미워할 수 없는 곳 역시 중국이다. 앞으로 중국에 얼마나 더 오게 될까. 중문과 전공을 버리다시피하고 중국에 올 일이 다시는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의 나는, 절대 중국을 버릴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의 여섯 번째 중국은 또 어떤 모습으로,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