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언에게 세 번째..아니 네 번째 편지가 왔다. 군대가 참 잔인한게, 편지 내용은 "화생방은 정말 괴로웠다." "그렇게 무거운 무게는 다시 지고 싶지 않다." "땅하고 이렇게 가까운 적이 있었나." 와 같은 내용들을 귀여운 군인 캐릭터들이 활짝 웃고 있는 편지지에 써서 그걸 똑같은 모습이 그려진 편지봉투에 넣어서 보내게 한다. 보급용인 듯하다.
물론 자기는 매우 건강한 것 같다. 부모님께 감사한다....등의 내용도 있지만, 으레 그렇듯이 힘들었다는 내용만 더 눈에 쏙쏙 박히지 않나. 그래서인지 마냥 안쓰러운 내용이 담겨있는, 평화로운 느낌의 편지지 세트 디자인은 나도 모르게 불편함을 자아낸다. 그래서 편지함 밖으로 살짝 보이는 군대를 상징하는 초록색을 발견하면 기쁘지만, 왠지 쓴 웃음을 짓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류동언의 편지 내용을 살짝 살펴보면, 누나가 군대를 가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라는 것. 누나의 진로는 어떤 모습을 띄어가고 있느냐는 것, 남자친구는 생겼냐는 것, 사랑한다는 것... 등등인데. 나는 그러한 류동언의 편지 내용에 대해 "너 주제에 내 진로나 남자친구 문제를 걱정하다니!?" "군대가니까 사랑한다는 말이 그렇게 쉽게 나오더냐!?" 등의 일상적인 답장을 보내 주었다. 게다가 내가 성심성의껏 보내 준 시에 대한 감상을 써 보내지 않는 것에 대한 독촉까지 잊지 않았다.
남들이 보기엔 마냥 구박하는 것 같아도, 나름의 사랑을 담고 있다 자부하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후에 다시 온 답장에 의하면, 나 땜에 웃는댄다 ㅎㅎㅎ 덕분에 훈련 스트레스가 풀린댄다 ㅎㅎㅎ 나한테 저런 말을 듣고도 즐거워 할 사람은 류동언밖에 없을거야.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밖에 안 그러긴 하지만! 이런게 진정한 남매의 우애랄까!? 말하지 않아도 아는 그런 느낌!??
류동언이 처음 군대에 갔을 때는 별로 보고싶지도 않고 실감도 안 났는데, 요즘들어 부쩍 잠에서 깨면 이 이름부터 입에서 나온다. 항상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말이 기분따라 뉘앙스 바꾸어 가며 이름 부르는 거였는데. 음.
내일은 드디어 훈련소에서 나오는 날. 그러면, 전화도 약간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 조금만 참으랜다. 쪼끄만 게 웃겨 아주. 첫 휴가 나오면 12월이나 1월이겠네. 아잉 보고싶어라. 휴가 나오면, 만약에 시간 나면 놀아줄께(ㅋㅋㅋㅋㅋㅋㅋ) 시간이 빨리빨리 지나가서 빨리 만났으면 우리 아들 궁디 퐝퐝퐝퐝 해줘야징 ♥
불편한 감정에서 시작한 글이 궁디 퐝퐝으로 끝나다니 . . . . . . 이럴수가 . . . (자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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