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내가 정말 현실에 있는걸까,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계속 혼동됐다. 인셉션은 꿈 속에 침입하여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의 무의식에 숨겨져있는 정보를 훔쳐내거나, 새로운 의식을 심어주는 시도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물론 흥미진진했지만 꿈, 그리고 현실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영화를 다 보자마자 든 생각은 "잔인하다" 였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결말에서 보여주는 장면이 꿈인지 현실인지 말해주지 않는다. 물론 코브(디카프리오)는 그토록 보고싶어하던 아이들의 곁으로 돌아가 해맑게 웃으며 기뻐하고 있지만.. 중요한 건 그 순간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게 바로 내가 이 영화의 결말이 "잔인하다"고 느낀 이유다.
우리는 종종 현실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행복감을 맛보곤 한다. 그러나 만약 그게 현실이 아니라 꿈이라면?? 현재 너와 나는 함께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는데.. 그건 꿈이고 실제로는 만날 때마다 싸우기 바쁘다면..? 지금 나는 돈과 명예를 가지고 있는데 .. 그건 역시 꿈이고 현실은 시ㅋ궁ㅋ창ㅋ이라면?? 현재 우리는 대단한 미남, 미녀 (-_-) 인데... 역시 꿈ㅋ이면...???
그런 상황이 잔인하다고 느끼고, 이 "현실"을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소유욕에서 오지 않을까 싶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꿈에서라도 당신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와 반대로도 상상이 가능하다. 지금 현실이 행복한 게 아니라 너무 괴롭다고 느껴진다면, 우리는 "이게 제발 꿈이었으면........."하고 바라지 않는가. 인셉션에서는 이런 심리를 디카프리오가 죽은 아내를 보기 위해 매일같이 "꿈"꾸는 장면으로 표현했다. 꿈은 내가 원하는대로 너무나 아름다운데 현실로 돌아오면 절망감만 가득한 그런 상황들..
우리는 스스로가 현실이라고 믿고 있고, 현실이라고 보고 있는 모든 것들이 행복한가, 아닌가에 따라 자신의 "실체"가 존재하고 있는 곳을 현실이라고 받아들이(고 싶어하)기도 하고 꿈이라고 받아들이(고 싶어하)기도 한다. 결국, 어쨌거나 저쨌거나, 현실이거나 꿈이거나, 우리는 행복하게 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더욱 잔인한 건, 실제 현실(이라 믿고있는 곳)도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다시, 구토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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