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집에서 혼자 멍하니 앉아있다가 책장에 꽂힌 책을 발견했다.
"엔딩, 나의 인생에 후회가 있다"
난 항상 후회없이 모든 선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결국 그래도 후회는 있겠지. 라는 씁쓸한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우리가 성공했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의 인생에 어떤 실수가 있었는지.. 여러가지 사례 등을 이야기로 풀어나가면서 '너는 이런 실수 하지마'라고 말하는 듯한, 근데 기분이 나쁘지도 않고 그냥 유명인들의 숨겨졌던(?) 이야기들을 알 수 있어서 재미있게 느껴졌다.
내가 워낙 유명인들의 삶에 관심이 없기도 했지만.. 그래도 몰랐던 이야기들을 알게되니 나도 모르게 흥미진진했는데.. 그 중 우리 소희가 나왔던 '뜨거운 것이 좋아' 와 제목이 똑같은 영화에 마릴린 먼로가 출연했었다는 건 .. 처음 알았다 -_-;; 나름 영화감독 지망생이었는데 .. 참 관심 없었구나 ..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 EBS에서 마릴린 먼로가 출연했던 '뜨거운 것이 좋아'를 방영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ㅜㅜ!!! 이런 우연이!
아.. 고전영화가, 그리고 흑백영화가 이렇게 재미있는지 처음 알았다. 게다가 왜 그렇게 마릴린 먼로가 지금까지 여신처럼 떠받들여지는지도 처음 알았다. 우선 영화에서 마릴린 먼로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들을 감상해보자.
Marilyn Monroe sings "I Wanna Be Loved By You" in "Some Like It Hot"
Marilyn Monroe sings "I am Through with Love" in "Some Like It Hot"
Marilyn Monroe sings "Some Like It Hot" in "Some Like It Hot"
난 여자지만.. 마릴린 먼로가 노래부르는 장면, 그리고 그 목소리에 완전 반해버렸다. 영화 속에서도 약간 백치미가 있지만 예쁘고 귀여운 여자로 나오는데 .. 아 정말 그런 여자라면 과연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이 영화를 찍을 때 먼로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고, 촬영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 불성실한 모습 때문에 같이 연기한 Tony Curtis와 Jack Lemmon은 그녀를 꽤 싫어했다고 한다. 아무리 사랑스러운 모습이라도 현실에서 제대로 된 생활이 불가능하니 동료로서도 피곤해했던 게 아닌가 싶다. 뭐.. 그래도 중요한 사실은 어쨌든 내가 먼로의 매력을 이제서야 알게되었다는 것 .. ㅠㅠ 그리고 고전 영화의 매력도 ㅠㅠ
Tony Curtis 와 Jack Lemmon의 여장모습. 입모양이나 손모양까지도 마치 여자가 된 것 같아 ㅜ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를 높게 평가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다. 마릴린 먼로의 마지막 영화, 그녀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극대화되어 표현된 영화라는 점 외에도 최초로 여장남자 컨셉을 도입해 코미디 요소를 살렸다는 것, 1929년, 금주법이 있었던 시대 상황을 반영하여 현실감과 긴장감있게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것, 여자이기만 하면 다 좋아하는 얼빠진 남자들의 표상, 백만장자를 만나 신데렐라가 되는 꿈을 꾸는 여자들의 모습이 풍자적으로 반영되어있다는 것.... 등등.
이런저런 평가보다도, 내가 이 영화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까닭은 바로 엔딩 때문이다.
Jerry: Oh no you don't! Osgood, I'm gonna level with you. We can't get married at all.
Osgood: Why not?
Jerry: Well, in the first place, I'm not a natural blonde.
Osgood: Doesn't matter.
Jerry: I smoke! I smoke all the time!
Osgood: I don't care.
Jerry: Well, I have a terrible past. For three years now, I've been living with a saxophone player.
Osgood: I forgive you.
Jerry: [Tragically] I can never have children!
Osgood: We can adopt some.
Jerry: But you don't understand, Osgood!
[Pulls of wig]
Jerry: I'm a man!
Osgood: Well, nobody's perfect!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아! 그 한 마디가 얼마나 절실하게 와닿았는지. 그냥 돈만 많고 맨날 여자한테 차이는 바보같은 할아버지인 줄 알았는데 마지막까지 저런 바보같은 말을 ... 사랑을 할 때 우린 때때로 바보같아져야만 하는 순간들이 있다. 상대방이 완벽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본 모습을 받아들이고 그것만으로 행복해져야 하는 때. 나 스스로도 완벽하지 않으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이런 결심이 종종, 또는 대부분 불가능하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함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문제들이 자꾸만 머리와 마음과 행동을 가로막는다. 정말 우리가 행복해지는 길은 무엇일까. Imperfect한 나 자신과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 아니면 상대방이 Perfect해 보이는 순간까지만 함께하는 것?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믿는 것?
행복해지는 길은 너무나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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