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무시를 당한다. 아직도인가? 라고 생각은 하지만 평생 무시를 당할 것 같기에 "아직도" 로 표현을 했다.
무시 당하는 부분은 매우 다양한데, 요즘은 연구자라는 입장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연구자로서 무시를 받는 경우가 가장 많다.
대략 이런 것들이다.
- 그런 연구 해서 뭐해?
- 경영학 백그라운드가 없네?
- 현장에서 10년은 일해야지, 그래서 어디 붕 뜬 글만 쓰겠지.
- 통계를 돌릴 줄 알아야지.
내 입장에서 보면,
- 이런 연구는 아직 사람들이 별로 안 했으니까 가치가 있고
- 경영학 백그라운드는 없지만 다양한 전공을 거쳤으니, 요즘 말하는 융합형 인재라 감히 말하고 싶고 한 전공만 한 사람보다는 다양한 관점의 접근이 가능하다고 자부하고 있고
- 이건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현장에서 3-4년 정도는 일했고 현장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한 것은 틀림없고, 또 현장에 깊숙히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할 수 있고
- 통계도 간단한 건 다 돌리고 볼 줄 압니다.
이런 답변을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처음에는 일일이 다 상처받고 그래 나 따위가 뭘 한다고... 자학을 많이 했지만 요즘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다.
그치만 이런 말을 하는 분들이 사실 다 날 정말 무시해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고... 나름 애정을 가지고 말하는 부분이 많다 라는 걸 대화 중에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말 내가 극복해야 할 것들이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 다른 사람들이 잘 안 한 분야의 연구를 가치있어 보이게 만들 수 있는 분석 능력과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고
- 경영학적 지식을 어떻게든 정치학이나 국제학, 개발학 정도의 수준으로는 끌어 올려야 하고
- 논문을 쓴 이후에도 계속 현장과 접촉하고 가능하다면 현장 경험을 최소 몇 년은 쌓아야 하고
- 질적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깡을 키우고 숫자가 풀어내지 못한 부분들을 풀어서 보여주고, 증명해야 한다.
사실 이런 식으로 받는 무시들은 진짜 무시가 아니다. 내 약점을 제대로 읽고 조언해주는 것들일 뿐. 위와 같은 행동계획이 나오게 되니까 결국엔 이런 말들로 인해서 더 나를 성장시킬 수 있으니 왜 좋지 않겠는가.
그런데 정말 무시받는다고 느끼는 것들은 이런 발언이다.
- 영국 시스템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미국보다 수준낮은 영국에서 학위 받아와 봤자라고 하는 것
- 그런 비주류를 공부하면서 제대로 취업이나 하겠냐, 라고 하는 것
반대로 내가 무시하고 싶은 것들은 이런 것들이다.
- 아직도 미국/영국을 나누고, 심지어 그 어떤 곳의 시스템이나 제도를 단 한 번도 겪지 않아본 사람이, 우월성을 논하는 천박함. 미국이든 영국이든 그 어떤 곳이든 강점과 약점이 있고 다양성이 존재하는데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고려하려고 해보지도 않고 그저 줄세우기에 급급한 논리.
- 비주류든 주류든 사람마다 문제의식이 다르고 해결하려는 노력도 다르고 얻고자 하는 바 역시 다른데, 모든 과정의 결과를 돈 버는 것, 일하는 것, 취업하는 것, 출세하는 것, 명예를 얻는 것 등으로 귀결시키려는 천박함. 그런 결과주의적인 사람이면 처음부터 비주류를 공부하지도 않았을텐데, 비주류라 여겨지는 쪽을 선택한 사람에게는 결코 적용되기 힘든 논리의 공격을 가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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