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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wing Pains

*주의* 자랑가득포스팅



얼마 전 다녀온 섬머스쿨은 정말 좋았다. 우선 내 분야에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다양한 내 또래 친구들을 만나고 친해지고 얘기하고 토론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쪽은 정말 특별하다. 모두다 점잖은 척 하고 대단한 걸 발표하려는 양 뽐내거나 거만한 표정의 사람들이 거의 없고, 열려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는 것, 그리고 재미와 협력을 추구한다. 


이번이 이 학회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2번째로 참가하는 거였는데 둘째날이나 셋째날이 되면 "Social Dinner" 라는 이름 하에 다 같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웃고 떠들고 그리고 춤을 춘다. 학회장이나 오랫동안 그 학회에 몸담아왔던 교수님들이나 실무자나 박사생들이나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함께 모여 딩가딩가 춤을 춘다. 


나는 늘 창피해서 그냥 앉아서 몸 좀 흔들다 마는 편인데, 매 번 "오늘 밤 누가 춤추지 않았는지 알고있다!"며 놀림을 당하고 있기에... 내년 학회에선 와인을 미리 벌컥벌컥마시고 한국식 테크노라던지... 전통 덩실덩실이라던지.. 캉캉이라던지..를 선보이려고 벌써부터 마음을 먹고 있다. 


아무튼 말이 좀 다른 데로 샜는데, 학회라는 이름 하에 모인 사람들이 이 정도의 친근함, 격식없음을 보여주는 것은 어디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한 구성원들이 늘 존경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서 가장 인정받는 학회라는 것도 자랑스럽고. 공부할 땐 공부하고 놀 땐 놀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있기에 토론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공동작업이나 출판도 더 쉽게 이루어지는 편이다. 이제 곧 논문도 쓰고 페이퍼도 써야하는 나로서는 함께 일할 수 있는 동료들, 그리고 심정적으로 서로 돕고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의 존재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비록 너무나 멀고 힘든 길이었지만 정말 잘 다녀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좋았던 점은, 섬머스쿨이라는 이름 하에 한 그룹 당 4-5명의 박사생들, 그리고 2명의 교수를 배치해서 심층면접, 토론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난 솔직히 우리 교수하고만 맨날 얘기해서 내 연구가 외부에선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두려움과 회의감이 좀 있었기 때문에 외부에서의 발표 기회와 토론 기회가 정말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게다가 정말 운이 좋아서, 내 분야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이 글을 쓰면 200% 인용하는 교수님이 내 담당교수로 배치가 되어서 나름 존경받는 분의 지도를 받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이건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 연구가 인정받지 못하면 어떡하지.... 라는 두려움도 밀려들어왔는데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우리 그룹 4명 중 나 혼자만 폭풍 칭찬을 들었다!


*** 블로그 말곤 이런 걸 자랑할 데가 없으니 읽는 분들은 오글거려도 이해해 주세요 ㅋㅋㅋ 이 이후로는 더 오글거릴 예정이니 제 자랑에 부담을 느끼실 분들은 읽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 



아무튼, 논리적인 전개나 흐름도 문제가 없고 이론적 틀이나 방법론, 그리고 필드워크 내용이나 방식도 모두 완전 좋고 분석까지는 못했지만 간단하게 정리해간 필드워크 결과도 너무너무 재미있다고 내 논문이 너무 기대된다는 얘길 들었다. 분석과 라이팅업이 박사과정 중 가장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잘 할수 있을 거고 큰 문제 없을 거라고. 


모든 발표자에게 이런 피드백을 주었더라면 나 역시 "에이 뭐야..... 저런 칭찬에 기준이 없군.." 이라고 생각하고 별로 안 기뻐했을텐데 다른 발표자들은 재미있지만~ 뭐가 부족하고 이런 건 왜 저렇냐느니 고치고 다시 생각해봐야 할 부분들이 많다고 혼났기 때문에 (;;??) 저게 진짜 칭찬! 이라는 걸 느낄 수 있어서 더 기뻤다. 


쳐 울었던 시간들이 정말 의미가 없었던 건 아니었구나. 그리고 남은 필드워크도 더 열심히 해서 잘 끝내야지, 잘 할 수 있어!! 이런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정말 정말 뜻깊었다.  


그리고 이 교수님이 한국에 또 다른 컨퍼런스가 있어서 그 이후에도 계속 만날 시간이 있었는데, 한국 사례 연구하는 다른 사람들 발표 아무리 들어도 음... 내 연구만한게 없다며 ;;;;;ㅅ;;;;;;; 여기까지 쓰고보니 이 분이 나를 왜 그렇게 잘 봤나;;; 하는 의심이 나 스스로도 들긴 하지만 아무튼;;;;;;;; 음음. 


대화 중에 박사 따고난 후엔 영국에 있을 예정인지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인지에 대해 물어보길래 영국이나 유럽 학교나 연구소에서 포닥이나 정식 연구원 자리가 있으면 그 쪽에 더 있다 나중에 한국 오고 싶다고.. 그런데 영국은 언어 문제가 없고 비자도 1년까진 지원이 되는데 다른 국가로 가게 되면 언어나 비자문제가 걸림돌이 될까봐 고민이라서 불어를 배워야 하나 생각하고 있다고, 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비자는 펠로우십을 받으면 해결되는 문제고 언어는 불어 전혀 할 필요 없다고! 본인 연구소에선 토론, 발표, 그리고 연구 내용도 다 영어만 쓴다며 너 정도 애면 충분히 받아줄 수 있다고 했다 ㅋㅋㅋㅋㅋ 으앙..... 


여기까지 또 쓰고보니 이 분이 남자라서 어리고 동양에서 온 여자인 나에게 잘해주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들 수 있지만 이 분 여자고 결혼도 하셨어요.... ㅎ_ㅎ;;;; 


저 말을 듣고 아 말 그대로 열라 흥분돼서 그 날 밤 잠도 못 잘 정도였지만, 사실 그런 기쁜 감정과 늘 함께 드는 생각은 늘 같다. 이럴 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겸손해야 한다. 한 번 칭찬들었다고 자만하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늘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 조용히, 더 열심히,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만 든다. 공든 탑이 한 번에 무너진다고.. 내 자만심이나 가벼움으로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무너트릴 수 없기 때문에 정말 앞으론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해졌다. 


더 쓸 말이 많았는데 친구가 곧 도착한다고 해서... 


제 지나친 자랑으로 심기가 불편하셨다면 읽어주신 분들께 죄송.......... 오프라인에선 자랑하면 재수없다고 까일까봐 이런 걸 풀어놓을 데가 없어서유......... 그리고 실제로 나중에 논문이 나왔는데 그지같을 수도 있으니깐...... 오프라인에선 당당히 말하는데 위험부담이 너무 큼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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