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선정한 나만의 뮤지컬의 해, 2014년. 가만히 앉아서 영상보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해서.... 원래 뮤지컬을 즐겨보는 편은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덕후 아닌 덕후가 되었다. 큰 마감 하나를 끝낸 기념으로 올해 본 뮤지컬을 본 순서대로 한 번 정리해 봄.
1. 오페라의 유령 (The Phantom of the Opera)
런던 Her Majesty's Theatre에서 관람. 영국에 살면서도 한 번도 뮤지컬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 억지로 끌려간 그 곳에서 새로운 세계에 눈 떴음. 아니 뭐 사운드가... 마이크 없이 노래부르는거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지 선명하고 울림이 장난이 아니었음.
이 날의 팬텀은 Gerónimo Rauch. 라울은 무려 섹스앤더시티에서 스탠포드의 남자친구 마커스로 나오는 Sean Palmer 였음 ㅋㅋㅋㅋㅋ 아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이래뵈도 섹스앤더시티 전 시즌을 10번씩 반복해서 본 덕후임 ㅋㅋ 섹스앤더시티에서 정말 완전 조연이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커서 오페라의유령 런던 공연에 무려 라울로 등장하게 되었는지.. 얼마나 대견하던지 마치 엄마의 마음이었음. 노래도 무지 잘함 ㅠㅠ 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여...
어렸을 때 오페라의 유령 책을 적어도 다섯 번은 읽은 것 같은데.. 그 때는 불쌍하기만 했던 유령이 어른돼서 보니 왜 그렇게 스토커에 정신병자처럼 느껴지던지. 극장 구조 자체가 세로로 길어서 유령의 신비감이 더욱 더해졌던 무대. 아름다운 곡이야 말해서 무엇하리. 오페라의 유령 보고나서 집에 오자마자 영화도 다시 보고 한 달 동안 ost를 지겹도록 들어댔다.
내가 본 공연의 캐스트는 아니지만... 25주년 기념 Royal Albert Hall에서 공연한 영상이다. 으... 또 보고 싶네여... ㅠㅠ 저 팬텀 스토커 또라이 새끼 욕이란 욕은 다 했지만 벗어날 수 없어... 하앍
이 다음부터는 모두 서울에서 관람한 것들.
2. 서편제 at 국립극장
캐스트: 이자람, 송용진, 양준모
영화 서편제를 너무너무 재밌게 봤었던 터라 완전 기대하고 갔던 무대. 그런데 송용진 때문에 진짜.. 가사가 하나도 안 들리고 아 그런 힘들어 하는 듯한 창법 때문에 정말 괴로웠다 ㅠㅠㅠㅠ 괴로워서 극에 몰입이 하나도 안되고 짜증이 날 정도였는데 이자람의 마지막 심청가가 살려냄. 이자람의 심청가가 아니었으면 정말 최악이었을 수도 있었던 무대였다...... 마치 그 심청가를 듣기위해 그 고통을 다 이겨냈는가 하는 심정이었음.
이자람 심청가 한 번 듣고 가심이 옳을 줄 아뢰오.
3. 고스트 at 디큐브아트센터
캐스트: 김우형, 박지연, 이경수, 최정원
역시 너무 좋아했던 영화, 사랑과 영혼의 뮤지컬 버전. 무대장치가 화려하고 중간중간 마술로 보이는 기술들이 나와서 심각한 생각 따위 없이 그냥 재밌게 관람했다. 최정원 무대를 처음 봤는데 왜 그렇게 최정원 최정원 하는지 알 수 있었을 정도로 .. 아니 사람이 뭐 무대에만 나오면 눈길이 그 쪽으로 밖에 안 가는지 정말 익살맞은 연기 최고였다.
4. 모차르트! at 세종문화회관
캐스트: 박은태, 최성희, 민영기
세종문화회관 공연이라 정말정말 기대 많이하고 갔는데... 올해 최악의 뮤지컬 ㅠㅠㅠ 어휴... 노래도 잘하고 넘버도 다 너무 좋은데 뭐가 왜 그렇게 산만한지;;; 극의 흐름에 절대절대 몰입할 수가 없었다. 플레이DB 누적인기도 1위인데다가 해외에서도 극찬한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버전이 연출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건지.. 정말 실망을 감출 수 없었던 무대. 노래 자체나 의상, 무대장치 등은 너무 화려하고 좋아서 눈길을 뺏기에는 충분했지만 진짜 연출..... 어떻게 좀 해주세여.. 같이 갔던 분들도 다들 불만 한 가득. 배우들이 불쌍할 지경이었음.
5. 두 도시 이야기 at 국립해오름극장
캐스트: 서범석, 정동하, 최현주, 이혜경
배우 인건비 미지급으로 7/29 공연이 취소되면서 구설수에 올랐던 두 도시 이야기. ㅠㅠ 개인적으로 올해 최고의 뮤지컬으로 꼽고 싶다. 원작이 좋아서 그런지 스토리부터 연기, 노래, 무대구성까지 너무나 만족했던 무대. 끝나고 나오면서 감동으로 꽉 차서 흥분되는 공연은 처음이었다. 두 도시 이야기를 통해 서범석 아저씨한테 완전 반함...... 노래도 연기도 너무 잘하심 ㅠㅠ 집에오자마자 ibooks에 tale of two cities 다운 받음.. 크
6. 캣츠 at 블루스퀘어
캣츠 오리지널. 물론 공연 자체는 너무 재밌고 신났지만 오리지널의 의미가 뭔지 그냥 의문이 들었다. 영국 찾아보니 캣츠 공연 하고 있는데... 어디가 오리지널 캐스트인지 알 수가 없다; 나중에 다시 비교해봐야지.. 10월에 영국에서 캣츠 다시 볼 예정.
캣츠하면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노래 - 메모리는 기대만큼 감동적이지는 않았고, 그보다 개막과 동시에 부르는 Jellicle Songs가 더 깊게 기억에 남았다. 캣츠 보고난 후 한 일주일 정도는 캣츠 ost만 줄기차게 들었다.
이쯤에서 들어보는 Jellicle Songs.
아... 영상보니 빨리 다시 보고 싶네유 으흐흐흐흐흐
게다가 사진이나 영상으로 봤을 땐 저게 뭐야 ㅡㅡ 라는 생각이 들었던 고양이 분장들이 무대에서 보니 마냥 멋있었다는 거.. 그러니까 다 무대분장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이 있는 거겠쥬.. 젤리클석에서 봤으면 진짜 재밌었을 것 같은데, 내 자리도 나름 고양이들 왔다갔다하고 무대 정 가운데 자리라서 나름 만족만족.
아시아국가라 그런지 오리지널 캣츠에는 없는 중국 경극 등의 장면들이 등장한다. 배려심 쩐다고 해야하나..
7. 그리스 at 대학로 유니플렉스
캐스트: 강민수, 이지윤 ... 그 외 너무 많아서 기억 못함.
그리스는 공연 안하는 날이 없을 정도로 아주 장수하는 뮤지컬이다. 영화를 너무 재밌게 봐서 기대가 높았다. 그리스는 그냥 잘생기고 쭉쭉뻗은 오빠들의 몸매와 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달까... 연기나 노래는 그럭저럭이지만 그냥 신인들이 모여서 내뿜는 젊은 에너지를 받는 것만으로도 힘이 났다. 이 분들이 나중에 또 다른 큰무대에 서는 분들이 되겠쥬. 그런데 다들 왜 그렇게 훤칠하니 잘생겼습니까... 그리고 뮤지컬 제목을 그리즈 정도로 바꿔야 하는 거 아닌지. <- 의외로 Grease가 아니라 Greece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음;;;
8. 시카고 at 디큐브아트센터
캐스트: 아이비, 최정원, 준수아빠 이종혁
시카고 영화도 진짜 좋아했는데 ㅠㅠㅠ 그러고보니 영화에서 먼저 성공하고 뮤지컬로 번안되는 경우가 매우 많구나.. 시카고는 영화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였는지 뮤지컬에 대한 감동이 그다지 크진 않았다. 인상적인 건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에, 공연의 한 부분으로 참여하고 지휘자님이 중간중간 연기자로 변신했던 거 ㅋㅋㅋ 재미있으셨을 거 같음.
아이비도 최정원도 잘하고 넘 좋았는데, 아이비는 그냥 예전 생각이 자꾸 떠올라서 극 몰입이 방해되고;;; 최정원도 여전히 좋았지만 둘 다 고스트에 이어 시카고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하는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는 걸 복 디큐브아트센터랑 아이비 & 최정원의 관계는 무엇일까??? 라는 생각만 줄창 하느라 완전 100% 집중이 불가했음 ㅠㅠㅠ 허... 정말 이들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준수아빠도... 실제로 보니 역시나 잘생기셨고 역할에도 잘 맞는 것 같았는데 노래는 그럭저럭... 그냥 스타 캐스팅이라는 생각만 들었음 흐
영화나 다시 봐야지... 캐서린 제타 존스, 르제 젤위거, 리차드 기어.. 하앍하앍..
9. 조로 at 충무아트홀
캐스트: 김우형, 서지영, 김여진, 조순창
펜싱 연습 진짜 많이 했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우들의 노력이 느껴져서 좋았다. 어렸을 때 쾌걸조로의 광팬이었는데 ㅋㅋㅋ 뮤지컬 조로를 보니 어렸을 때 기억이 새록새록. 조로는 칼싸움, 그리고 무대배경 보는 재미가 컸다. 특히 조로랑 라몽이랑 기차 위에서 결투하는 장면이 포인트.
조로인 김우형도 좋았지만 난 자꾸 라몽인 조순창한테 마음이 가서 ... ㅋㅋㅋㅋ 악역인데 왜 이렇게 귀엽져?? 미워해야하는데 뭔가 미워할 수 없는 허세 가득한 캐릭터였음.
조로 영상을 포스팅하고 싶은데 왜 죄다 밤볼레오밖에 없는지.... 조로의 백미인 칼싸움 영상은 공개를 안 하는 듯.. ㅠㅠ
10. 프리실라 at LG아트센터
캐스트: 김다현, 마이클리, 김호영
그냥 말할 것 없이 화려한 무대. 공연 중에 261번이나 의상을 갈아입는다는데... 정말정말 라스베가스 쇼를 보듯 화려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화려함으로만 따지만 올해 본 뮤지컬 중 최고! 의상을 비롯해서 무대장치 등의 화려함에 압도당해 입이 벌어지는 공연이다. 영국산 미국산 뮤지컬이 넘쳐나는 중 호주산 뮤지컬이라는 것도 뭔가 신선했고 ㅎㅎ
꽃으로 불리는 김다현 공연을 봐서 너무 좋았고 마이클리의 어색한 한국어 억양은 늘 지적이 있어왔지만 실제로 보니 정말 ... ㅠㅠ 음... 프리실라는 노래부르는 장면도 그다지 많지 않아서... 노래를 잘 부르는지도 가늠이 불가했다;; 뭔가 계속 어색함.. 마이클리 찬양하는 분도 많은 거 같던데 난 그냥 넘 아쉬웠음. 김호영도 넘 귀엽고 좋았는데 아담 역은 정말 조권이 엄청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마냥 들었다. 그냥 딱 조권 캐릭터임.
찾아보니 이지훈, 조권 조합이 최고라는데... 아, 회전문 돌기 시작하나요......????? ㅋㅋ큐ㅠㅠ
헑헑... 이렇게 올해 본 뮤지컬 10개. 이렇게 보다보니 덕후가 안 될래야 안 될 수가 없음.. ㅋㅋㅋ 처음 두 세개 볼 때까지만 해도 뭔가 심드렁 했는데 두 도시 이야기 보고나서 덕심이 폭발해서 이것저것 뮤지컬에 대해 엄청나게 찾아보기 시작했다;;;;; 뭔가 관심사가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형성된 것은 처음이라 어색어색하긴 하지만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눈 떠서 그저 기쁜 마음.
영국 가서 올해 15개까지 찍는 게 목표다. 캣츠를 시작으로 위키드, 미스사이공, 레미제라블을 보고싶다. 우선 필수 뮤지컬들을 보고 그 이후에 다른 공연으로 옮겨갈 예정.
시간이 나면 뮤지컬 하나하나 다 정리해보고 싶은데 과연 시간이 날런지.... 아마 무리겠쥬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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