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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the UK

영국 도착하자마자 병원 실려간 사연


넵. 이제서야 뒤늦게 고백하지만, 저 도착한지 2주도 안 되어서 병원에 실려간 여자입니다. 놀랐던 마음이 드디어 진정이 되었는지 이제서야 용기를 내서 고백할 수 있게 되었어요. 오랜만에 Gym에 가서 신난다고 무리해서 운동하다가 탈수 현상이 일어나는 바람에.... 네.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라커룸에서 쓰러졌고 쓰러진지 1초 만에 일어나는 기적을 2번이나! 발휘해서 혼자 비틀비틀 기어서 집으로 돌아와 병원까지 찾아갔다는. 


그냥 트레드밀이나 로잉머신 같은 걸 했음 괜찮았을텐데 8키로 짜리 덤벨을 양손에 들고 신나게 웨이트 트레이닝 하면서 물을 마시지 않은 제 잘못이지요 ㅜㅜ 30미터만 가면 자동판매기가 있었는데 바보같이 물 안 마셔도 괜찮겠지 뭐~ 이렇게 안이하게 생각하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몸을 살펴보니 이마, 뒤통수에 혹 하나씩, 오른쪽 입술, 무릎, 정강이에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고 턱과 오른쪽 어깨에 눈에 띄는 상처가 생겨 있더군요. 하........ 운동할 때 조심합시다. 


어쨌거나, 머리가 너무 아프고 머리에 크게 난 혹도 마음에 걸리고 상태가 괜찮은지 알아보고 싶어서 병원은 가야겠는데 GP는 아직 등록도 안 했고... 고민하다가 생각난 곳은 바로 Walk in Centre. 꼭 GP에 등록 안 되어 있어도 그리고 여행자도 누구든지 갑자기 아프다거나 사고가 났을 때 가면 무료로 진찰해 주는 자비로운 센터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집 앞 병원으로 기어갔습니다. 마침 집 앞에 도시의 모든 대형병원이 몰려 있기에 다행이지 ㅜㅜ 안 그랬음 난 진짜 죽었을지도 모름 ㅇㅇ. 


집 앞 Royal Infirmary의 응급실 쪽에 있는 Walk in Centre에 물어물어 겨우 도착했는데 사람이 진짜 많았어요 ㅜㅜ 데스크에서는 번호표를 나눠주고 기다리라 그러더니 한 30분 정도 후에 내 번호를 불렀고 생년월일, 이름, 전화번호, 어디가 아픈지, Walk in Centre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어떤 교통수단을 통해서 왔는지 ㅡㅡ;; 에 대해 물어보고 또 기다리라고 했... 그리고 어느덧 또 30분 이상을 기다리고... 하.. 끝없는 기다림... 진찰실은 Consulting Room과 Treatment Room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난 Treatment Room으로 끌려감. 


두 번 기절했다고 하니까 의사 선생님이 엄청 불쌍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면서 혈압을 재고 혀를 살펴보고 눈동자에 빛을 비춰보고;; 머리를 여기저기 만져보더니 아무 이상 없다고 하더군요. 다만 앞으로 운동할 땐 꼭 물병을 챙겨 가지고 다니면서 물을 많이 마시라고 엄청 혼났습니다. 그래도 아무 이상 없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기뻐하고 무료라는 사실에 기뻐하면서 방을 나왔음 ㅎㅎ


그리고 나서 집에 와서 이온 음료를 벌컥벌컥 들이키고 약 하루 반을 계속 내리 잤습니다. 중간에 일어나서 밥만 먹고 자고 먹고 또 자고 먹고 또 자고... 나름 뇌에 산소를 공급해야겠다는 혼자만의 강박도 있었지만 머리와 몸도 그리고 정신도 놀랐는지 진짜 눈만 감아도 계속 잠들 수 있었던 한 때 였던 것 같아요. 


아무튼, 운동은 무리하지말고 꼭 물을 마시자!는 비싼 가르침을 얻음과 동시에 철저하게 예약제로 돌아가는 영국 진료 시스템 안에서도 이렇게 손쉽게 긴급 진료 및 처치를 받을 수 있게 해 둔 제도에 감사하게 생각했던 날이었던 것 같네요.


그나저나, 수면양말 하나 신으니까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 같음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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