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을 보고 왜인지 마음이 풍성해져서 행복하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한 복잡미묘한 기분이다. 비긴 어게인은 정말 오랜만에 극장을 뜨기 아쉬워지는 영화였는데, 다들 그랬는지 일요일 오전 좌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대부분 엔딩 크레딧이 전부 올라갈 때까지 그대로 앉아있었다.
좋았던 포인트가 몇 군데 있었는데, 우선은 음악... 영화를 보기전에 ost를 먼저 다 듣고 갔는데 영상과 스토리가 합쳐지니 더 멋있는 음악으로 다가왔다.
역시 가장 좋았던 건, 타이틀 곡인 Adam Levine의 Lost Stars. Keira Knightley 가 부른 버전은 뭔가 행복하고 안정적인 상황에서 나오는 노래였다면, Adam 버전은 이미 너무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되어 버린 상태에서 다시 만나기를 바라는 애절한 마음이 느껴져서 너무 절절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면서 마음을 정리하고 돌아서는 그레타의 모습이 왠지 쿨해보이면서도 안타까워서 그런지 이 장면에서 자칫 눈물을 쏟을 뻔 했다.
다음으로 좋았던 곡은 데이브와 헤어지고 나서 이제 다 끝났다는 걸.. 바보처럼 널 사랑하기만 했다는 걸 음성 메세지로 남겼던 Like A Fool. 헤어지고 나서도 온 세상이 끝났다는 듯 펑펑 울지 않고 담담하게 눈물 몇 방울, 그리고 fucking 이라는 단어 하나를 내뱉고 마는 모습이 더 가슴아팠달까. 멜로디는 너무 달콤함.
그 다음 곡은 좋았다기 보단 Adam Levine이 진짜 표현을 잘 하는구나.. 라고 느꼈던 건데. 초반 몇 마디를 듣자마자 새로운 사랑이 시작됐구나-! 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던 Higher Place. 마룬파이브는 이번 영화를 통해 좋은 노래 많이 생겨서 좋겠다.
음악 이외에 좋았던 부분은.. 여타 막장 할리우드 같지 않게 힘든 시기에 만나서 음악을 통해 교감하고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된 남녀가 사랑에 빠지지 않고 얌전히 자신의 삶으로 돌아갔다는 점이었다. 영화 보면서 계속 속으로 "제발 둘이 키스하지마 ㅠㅠㅠ" 이러면서 봤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정말 정말 다행이었음. 물론 둘이 미묘한 감정은 있었지만, 연인보다는 서로의 삶을 응원해주는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는 사실이 더 감동이었다.
영화 흐름이나 구성이나 연기나 다 꾸밈없이 심플하고 솔직하고 담백해서 명량과 해적 틈 사이에서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달까...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는 ost를 크게 틀고 바람을 맞으며 한강변을 드라이브 했는데, 서로 아무말 하지 않고 영화의 여운을 느끼는 그 시간이 마치 영화에서 얘기했던 진주와도 같은 시간들로 느껴졌다. 이런 느낌을 그리고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소중했던 일요일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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