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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the UK

Mental Management, 멘붕 매니지먼트



잦아지는 멘붕을 잘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고치기 힘든 스튜던트 신드롬 때문에 데드라인을 코앞에 두고 허덕인다던가 나 스스로의 자격이나 능력 등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임포스터 신드롬.. 등은 사실 거의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이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이런 것들로 인한 스트레스는 주는 주체도 받는 주체도 나이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피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그냥 여기 가만히 있는데, 외부에서 괜히 날 건드려서 발생하는" 정신적 문제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고 결정적인 사건이 오늘 바로 일어났다. 동기 중 레바논에서 온 여자가 한 명 있는데 지난 학기는 그냥 같이 수업만 듣고 가끔 밥먹고.. 그래서 별로 상관이 없었는데 문제는 이번 학기부터 그룹 워크를 같이 하면서부터 시작이 되었다. 원래도 좀 고집스럽고 토론할 때도 다른 사람 절대 안 듣고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너네들은 다 틀린 거임 ㅇㅇ. 이런 애였는데.... 


이번 학기부터 듣는 토론 형식의 수업에서 내가 한두 마디 정도 밖에 안했더니 수업 끝나자마자 와서 

"너 수업 시간에 말 좀 해. 너가 틀린 말을 해도 상관 없어. 그래야 인스트럭터가 너가 수업에 참여를 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지. 안 그러면 너 이 수업 fail 할 걸?" ...이라며 (...) 자기가 뭔데 왜 도대체 "너 fail 할 걸" 이라는 말을 하는 건지..하하하 


한국은 아무리 토론이라고 해도 우선 많이 듣고, 그리고 쓸데없는 말은 굳이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비판한다기 보다 수용하면서 내 의견을 제시하는 문환데 여기 애들은 진짜 뭐 저런 거까지 말하나 싶을 정도로 별 거 별 거 다 얘기하고 비판하고.. 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쟨 별로 생각이 없나? 라고 생각하는 것도 알고 있다. 이런 문화에 익숙해지려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데 도대체 왜 저딴 말을 지껄이고 왜 저리도 가르치려 드는건지;;;;; 


같은 말이라도

 

"너 수업 시간에 말 좀 해. 너가 틀린 말을 해도 상관 없어. 그래야 인스트럭터가 너가 수업에 참여를 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지. 안 그러면 너 이 수업 fail 할 걸?" 이 아니라


"수업 시간에 아주 작은 의견이라도 말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너 생각을 더 잘 알 수 있고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아지잖아. 그리고 어쩌면 점수도 더 잘 받을 수도 있고~" 


라고 말하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6개월 관찰 결과 이 중동에서 온 아이들은 영어가 딸려서 저런 식으로 직설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원래 생겨 먹은 게 그런 애들이다. 


짧은 사례들을 몇 개 언급하자면 어떤 이란 아저씨는 자기 말에 조금 동의해줬더니 "그럼 받아적어 (Write down, then)" 이라고 하지 않나. 어떤 파키스탄 여자는 토론 주제를 자기가 잘못 이해해 놓고선 다른 조원 6명이 다 틀렸다고 해도 안 들어먹고... 나한테 너가 잘못 이해한 거라며 날 옆에 앉혀놓고 "잘 좀 읽어봐 (Read carefully!)" 라며 영어 단어 하나하나를 해석해줬다. 하하하... 그 사건 이후로 그 파키스탄 여자하고는 인사도 안 함. 


그리고 저 위에서 언급한 레바논 ㄴ은 수업 준비를 위한 그룹 토의 시간에 아티클을 한 문장 한 문장 한 단어 한 단어 읽고 앉아 있고... 애들이 다 짜증내도 아랑곳도 안 하심. 그러면서 내가 지겹다는 표정을 미세하게나마 지으니까 "뭐하는거야? 지금 여기에 집중하고 있는 거 맞아? (Where are you? Are you working with me?)" 라며.. 자기가 하는 걸 잘 보라며........ 더 이상 떠올리기도.. 손가락 아프고 머리도 아픔. ㅇㅇ. 


뭐 어쨌든 결론은! 오늘 인도 전문가님께 상담 드린 결과, "걔네들은 원래 그렇다. 마음 속으로 죽빵과 법규를 날리되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겉으로는 formal 하고 firm 하게 한 마디 하거라. 그 한 마디 또한 준비하고 연습하여야 한다." 라는 조언을 얻었습니다. 중동 아가들 때문에 더 이상 스트레스 받기 싫어. 최대한 부딪히지 않도록 생활 반경을 조정하되 그룹을 정해주는 경우는 "죽빵과 법규"를 마음에 품고 포커 페이스로 감정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formal 하고 firm 하게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해 주겠어요.... 이런 것들을 유연하게 잘 다루고 크게 상처받지 않는 매니지먼트 전략을 잘 짜야할 듯.. 


오늘 "너 fail할 걸?" 이 말 때문에 하루 종일 싱숭생숭 공부도 잘 못 했네. 그 식빵ㄴ.... 아오 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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