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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the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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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점점 미칠 듯한 불안감에 휩싸여가고 있는 것만 같다. 교수는 드럽게 답장 안 주고 만나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얘기도 하고 싶은데 그냥 연락이 없다 ㅋ 걍 바쁜가보다 라고 생각해도 될 법한데 난 자꾸만 '이게 그 사람이 날 떨어트릴 징조인가?' 라고 오버해서 생각한다. 어쩌면 진짜일수도 있지만 ㅋㅋㅋ큐ㅠ 


오늘은 여기와서 처음으로 진짜 죽고싶다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단순 자기 비하는 절대 아니고 그냥 내가 노력을 안 해서. 그리고 노력도 안 하는 주제에 여기서 뭐하고 있나 하는 생각 때문에. 그리고 나 스스로의 멘탈을 내가 제대로 컨트롤 못 하고 있음이 너무 명확히 보여서 너무나 속상했다. 


지난 포스팅에서 밝힌 대로 난 여기서 토론 공포증? ㅎㅎㅎ 을 겪고 있다. 바보 같은 말을 하느니 그냥 말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그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문화에 익숙한지라 뭐라도 한 마디를 하려면 머리 속으로 그리고 실제로 입으로 내뱉으며 꽤 준비를 해야 한다. 뭐 어쨌든 매 번 한 마디라도 하려고 이것저것 준비도 하고 연습도 하고 그러다보니 점점 그냥 수업 시간에 크게 질문하고 얘기하는 데 많이 익숙해졌는데 문제는 지난 주 수업 시간에 일어났다. 


그 강사는 맨날 크리티컬하게 질문하고 진짜 사람을 벼랑 끝으로 몰고가는 데 좀 재주가 있는데, 내가 'we like this concept' 이라는 말을 쓴 걸 가지고 지난 주 수업 두 시간 내내 나를 괴롭혔다; 뭐가 그렇게 좋은데? 그래서 어쩌라구? 아무도 너네가 그걸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궁금해하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아. 라며 ㅋㅋㅋㅋ 


그리고 다른 조가 발표하고 있는 중에도 '그래? 쟤네 조는 like 라는데? 아카데믹한 표현은 절대 아니지만 말이야' 뭐 이런 식으로 장장 두 시간이 넘게 우리 조를 괴롭혔다. 맨날 그렇게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 걸 알아서 조원들과 사전에 두루뭉실하게 그냥 'like'라고 표현하자 라고 합의가 되어 있던 상태였지만 그 말문을 연 사람이 나였기 때문에, 그 사람이 'like'라는 단어를 가지고 하는 모든 조롱이 나를 향한 걸로 들렸다. 완전 티내지 않으려 애 썼지만 막 얼굴이 빨개지고 손이 떨리는 걸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하하하 


그리고 나서 오늘 수업이 있었는데 그 강사가 나에게 했던 말들이 트라우마가 되었는지 준비했던 문장들도 내뱉으려고만 하면 진짜 몸 안에 나비가 천 마리, 만 마리는 들어앉아 펄럭이고 있는 거처럼 미친듯이 쿵쾅대서 결국은 또 몇 주 만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왔다는 스토리. 


왜 이렇게 병신같은 걸까. 이럴수록 더 독한 마음을 품고 달려들어야 되는데, 그런 마음을 하나하나 쌓아서 올려 놓으면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밀려 넘어지고 넘어지고 넘어지고 또 쌓기 귀찮아지고 무서워지고 겨우겨우 쌓아 놓으면 또 누군가가 무너뜨리지 않을까 두렵고 그렇다. 그런 외부 자극에 초연해질 정도로 자신감을 가지고 그 자신감이 발현될 수 있는 실력을 쌓아야 하는데 그냥 지금 이러고 있는 내가 병신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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