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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wing Pains

Cosmetic Girls, 다녀왔습니다.



예고한대로 오형근 님의 사진전 Cosmetic Girls에 다녀왔습니다. 




애초에 Cosmetic Girls에 가고자 했던 이유는 작가의 인터뷰 중 
"우리나라는 여성이 힘든 사회입니다. 지나칠 정도로 아저씨 본위의 사회죠. 아줌마들에게선 전형성이 읽힙니다. 꽃무늬 스카프, 눈썹 문신, 진주목걸이 등의 코드가 있고, 보험 아줌마, 요구르트 아줌마, 시장 아줌마 등 금방 알아볼 수 있는 전형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남편에 의해 결정됩니다. 아줌마들한테서 보이는 불안함은 그런 얇은 정체성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소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진을 한번 더 보세요. 제가 여성을 건드리는 것은 우리나라가 아저씨, 오빠의 나라임을 이야기하려는 겁니다."
라는 부분을 읽고, 뭔지 모를 동감을 느껴서 였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 잘 보이기 위해 화장을 적극적으로 시작한 제 사례와 왠지 일치한다고나 할까. 물론 지금은 화장을 하면 예뻐지는 느낌에, 보이기 위한 것 20%, 자기만족 80% 정도에 화장을 하지만, 애초에 계기는 보이기 위한 것이었던 것 같군요. 




실제로 전시회의 소녀들은 비슷한 화장, 매섭게 모양을 낸 눈썹, 눈꼬리가 올라간 아이라인, 빠질 수 없는 자존심 언더라인(!!), 볼터치, 붉은 색 입술 등 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실제로 찍은 소녀(?)는 167명이고 실제로 작품화 된 건 단 28명의 사진 뿐이라니 물론 전형화 된 모습을 작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골라 내기는 했겠습니다만. 

같이 간 분은 애들 표정이 왜 저러냐 안 예쁘다 등등 불만을 토로하셨지만 -ㅅ- ;; 전 여자로서 그 모습에서 왠지 제 모습을 볼 수 있었달까요. 그 자리에서도 횡설수설 한 부분이기도 합니다만, 어린 시절 왜 '화장'이라는 것에 그토록 다가가고 싶어했었는지 생각해보면 약간은 분명해 지는 부분입니다. 더 예뻐보일 거라는 근거없는 믿음, 여자아이가 아니라 '여성'이고 싶은 마음, '어른'처럼 강하고 당당해 보이고 싶은 욕구, 그러니까 날 제발 더 이상 아이 취급하며 무시하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어린 자존심. 하지만 여자아이가 화장을 하면, 이상하게 더 예뻐보이지도 않고, 여성스러워 보이지도 않고, 어른처럼 보이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오히려 더 풋내기 같아보이고 유치해보이고 심지어는 무서워(!) 보이기 까지 하죠. (물론 소희는 제외...) 그런데도 그런데도 그런데도!! 사회의 어떤 곳에서는 끝없이 아름다운 "여자"에 대한 모습을 보여주고 강조하고, 때때로 유행하는 화장법이나 선호하는 외모상이 변화하기도 하면서 "예쁜 여자" 혹은 "예쁜 여자 되기"에 대한 방법론과 담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죠. 

중학교 때인지 고등학교 때인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사회성 부분에서 아프리카 어떤 곳에서는 남자가 화장을 하는 부족도 있다며, 여성성과 남성성은 사회적인 영향을 받아 후천적으로 형성된 것이라고 배우던 게 생각나네요. 물론 요즘에는 화장하는 남자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언제나 우리는 예쁜 여자와 화장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죠. '소녀들의 화장법' 역시 이런 사회적인 영향을 받아 만들어지고 변화한다 ... 우리나라는 아저씨, 오빠들의 나라이다. 가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바였을까요? ... 난 그냥 자기만족을 위해서 !! 예뻐지고보이고 싶어서 화장한다 !!! 라고 당당히 생각하고 있지만,, 당당히 말하기엔 실제로도 외부적인 요소가 많은 것 같아 왠지 작아지는 느낌. 아아


다음은 장소를 이동하여 --- 갤러리 담 & 웨이방의 최경태 개인전입니다. 끄적끄적 약도에도 불구하고 의미없는 길 찾기 능력을 한껏 발휘하여 단 한 번에 찾아낸 갤러리 담 ... 문을 열자마자 쭈그려 앉아 있는 여고생 그림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눈빛도 그렇고 어렸을 때 많이 하던 자세라 (-_-) 동질감에 꽤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갤러리 주인장으로 보이는 분과 잠시 이야기를 하고 ...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순간, 약 1초 흠칫.... 다행히도 저는 노출 혹은 사회에서 음란하다고 말하는 것들이 예술에 반드시 필요한 이유 ... 를 이해하고 때에 따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노출의 정도는 심하지만, 이상하게 제게는 전혀 야해보이지는 않더군요. 무엇보다 무표정하고 어쩔 때는 반항적인 표정에 더 눈이 갔었고... 


게다가 전 적나라한 여고생들의 모습보다 공허한 듯한 인형의 모습에서 더더욱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처럼 생긴 인형에는 이상한 반감이 있었던지라. 특히 여자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바비인형따위. 물론 목욕탕에 데리고 가서 머리를 감겨준다거나 목욕을 시켜준다거나 하는 기억은 있습니다만 아주 한 때 였던 것 같네요. 가지고 놀았던 이유는 단지 누가 주었기 때문에. 의지를 가지고 바비를 탐한 적은 없었던 듯!? 

애초부터 인형을 왜 사람처럼 만들어야 하는가. 에 굉장한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으 ... 이거야말로 변태적인 느낌이랄까. 사람이 있는데 왜 사람 모양을 만들어서 가지려 하고 만지려 하고 원하는 자세를(?) 만들려 하고 ... 사람 모양 인형의 탄생은 인간의 외로움과 더불어 변태적인 욕구가 합쳐진 게 아닌가 ... 뭐 예쁘지도 않고 차가운 느낌은 정말 몸서리를 치게 한다는. 제게는 정말이지 불편함의 최고레벨을 느끼게 하는 물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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