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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mat 이제 4년차에 접어든 랩탑을 포맷하고 나니 "지금까지 포맷을 왜 망설였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속도도 빨라지고 소음도 사라졌다. 게다가 생각보다 내가 애지중지하며 깔아두었던 프로그램도 별로 없었다. 지금까지 난 단지 3년동안 생산해 둔 수많은 파일들을 외장하드에 옮기기도, 이것저것 양껏 설치해두었던 쓸데없는 프로그램들을 다시 설치하는 과정도 귀찮게 느껴졌을 뿐이었다. 무거운 머리와 감정들 사이에서 내가 지내온 시간과 기억들도 깨끗하게 포맷해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모든 것들을 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작이 어려운 것 뿐이지 막상 내 머리 속(?)도 포맷하고 나면 그렇게 소중할 것도 반드시 기억해야만할 것도 별로 없을것만 같다. 오히려 비어있는 그 공간들을 채워.. 더보기
극단을 달리는 INTP의 어려움 얼마 전에 사무실에서 MBTI 검사를 다시 했는데 결과는 또 다시 INTP... 두둥 그러나 더욱 극단적인 INTP가 되어버려 F와 J의 점수가 0 을 기록하고 말았다. 어째 점점 극을 달리는지는 모르겠다만 ... 관련 책을 읽다가 오늘의 경험과 아주 똑같은 사례소개가 있어서 잠시 정리해보고자 한다. 열등기능으로 외향적 감정을 가진 어떤 INTP 여성은 열등기능 분출의 초기 경고신호로서 자신이 본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되돌아보니, 이러한 분출은 분노와 자기연민의 복합물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넌 내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 "아무튼 너를 위해 한 일이었다구", "너는 항상 나를 이용하기만 해"와 같은 말들로 열등기능이 분출되었다. 그녀는 통제력을 잃기 전에 두 가지 일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더보기
Love Is Hard - James Morrison 자신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하는 A와 타인을 감당할 수 없는 B가 만나면 A는 자신을 이해시키지도 변화시키지도, B는 그를 받아들이지도 이해하지도 못해서 결국. 더보기
...되고 싶어  한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것 같다. 감정에 참 무뎌졌다는 생각을 한다. 무뎌졌다기보다는 반응이 느려진 것 같다. 모든 감정의 변화에 일일이 반응했던 때의 괴로움과 피곤함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어서인 듯 하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내가 완전히 이성적인 인간인 것도 아니고 예전의 내가 완전히 감성적인 인간도 아니었다. MBTI 상담 중 기억나는 몇 가지 대화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성과 감성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울어도 단순히 '슬퍼서' 우는 타입이 아니라고. 우는 행위에도 타당한 이유와 논리구조가 존재하는 인간형이라고. 생각해보면 한 번이라도 "그냥" 슬펐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유를 필요로 하는 인간이다. 짜증날정도로 왜? 라는.. 더보기
쓸데없는 스스로가 한 선택 혹은 결정에 대해서 후회따윈 없을 것이고 또한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단지 두려운 건 내 선택이 아닌, 타인에 의한 고통에 괴로워할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 과연, 올지도 안 올지도 모르는 그 날이 오면, 잘 견뎌낼 수 있을까. 더보기
그렇게 하지 않아도 너를 사랑해 제발 우리에게 화내지 말아라. 설사 우리가 없더라도 너는 똑똑한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겠지만, 만일 우리가 없다면 도대체 누가 너를 사랑하겠니? 그렇게 때문에 가족의 사랑은 부도덕해요, 어머니. 그것은 어떤 행위에 의해 얻은 것이 아니니까요. 사랑은 행위에 의해 얻어야 합니다. 차차 그렇게 해서 얻으면 되지. 그렇지만 여기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모두가 너를 사랑해. - 도스토예프스키, 미성년 上, 열린책들, pp. 459-460 가족이라기보다 부모가 자식에게 쏟아내는 사랑은 때때로 굉장하다. '혈연'이라는 것으로 묶여있다는 사실만으로 부모는 자식의 삶 또는 생활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체적으로, 끝없이 사랑한다. 어쩌면 원초적이라 할 수 있는 이 사랑은 아름다울 수도 있지.. 더보기
최근의 발견들 나는 뻬쩨르부르그 구역에 있는 어제의 그 음식점 앞을 일부러 지나쳐서, 바실리예프스끼 구역으로 가서 커피를 실컷 마셨다. 그 음식점도, 그리고 꾀꼬리도, 내게는 왠지 더욱 밉살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상한 성격이지만, 나는 장소나 물건을 사람과 똑같이 미워할 수 있다. 그런 곳 대신에 나는 뻬쩨르부르그에서 내 맘에 드는 곳을 몇 군데 알고 있다. 그곳들은 내가 언젠가 어떤 이유로 해서 행복감을 느꼈던 장소들이다. 그런데 나는 그 장소들을 아껴 두고 일부러 가급적 거기에는 안 가기로 마음먹고 있다. 그 이유는 언젠가 나중에 내가 완전히 고독하고 불행하게 되었을 때, 그리로 가서 실컷 슬픔과 추억에 잠기기 위해서이다. - 도스토예프스키, 미성년 上, 열린책들, p.249 스스로 장소에 꽤나 민감한 인간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