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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the US

그냥 근황

요즘엔 책도 더 많이 읽고 글도 많이 쓰려고 마음을 먹고 있는데 쉽지 않다. 만화와 게임에 물든 몸뚱아리는 글과 책으로 돌리기 쉽지 않은 모양이다.

얘기 나온 김에, 요즘 재밌게 하고 있는 게임은 Medieval dynasty라고 중세 마을을 짓는 게임이다. 꽤 단조롭고 자유도도 별로 없고 퀘스트도 반복되지만 그냥 넋 놓고 반복작업하기 좋아 한 달 넘게 하는 중.

작년에 했던 제일 별로였던 게임은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였다. 원래 발할라의 한 부분으로 만든 게임이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플레이타임이 너무 짧았다. 생각보다 별로 내용이 없고 일단 너무 빨리 끝나서 실망했다.

재미나게 본 만화는 스킵과 로퍼. 나이 먹을수록 이런 잔잔하고 귀여운 만화가 좋다. 올해도 귀엽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만화를 많이 읽어야지. (야, 책 읽는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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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샜는데, 취미 생활도 근황의 한 부분이니까……

일은 잘하고 있다. 작년에는 학계에서 인더스트리로 업장 변경을 한 지 일 년도 안 되어서 승진도 했고 연봉도 많이 올랐고 뉴욕으로 이사도 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뭔가 시간이 엄청 빨리 간 느낌.

이제 인더스트리에서 일한 지 거의 2년이 다 되어가니 내가 뭘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 감이 많이 잡힌 거 같다. 초반에 좋은 멘토들을 많이 만나서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 미국에서 특히 커리어 관련은 죽으나 사나 네트워킹이라는 걸 진짜 마음 깊게 새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일은 확실히 학계보다는 재미있다. 나는 일단 지루함을 잘 느끼는 편이라 진득하게 뭘 오래 한 적이 없는데 (박사과정 한 게 진짜 자의로 뭐 하나를 제일 오래 한 경험일 듯..), 학계에서 다른 교수들 하는 거 보고 “똑같은 걸 몇십 년 가르쳐야 된다고…?” 싶어서 미래에 대한 기대가 많이 사라졌었다. 게다가 저널에 출판하는 과정도 호흡이 너무 길고 비슷한 과정이 반복되는 게 지치고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많이 들고 심지어 우울증까지 심해졌었다.

다른 이유들도 많지만 짧게 중요한 부분만 얘기하면 교수를 평생 하긴 힘들겠다 생각한 게 주로 그런 이유들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힘들게 교수해서 그걸 왜 그만두냐 하기도 했지만 막상 해보면 그냥 수많은 직업 중 하나일 뿐이지 뭐 그렇게 대단하고 말고 할 만한 것도 없다는 거. 그냥 본인 적성에 맞는지,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등등에 따라 남고 떠나고를 결정하는 거지 힘들게 됐다고 해서 나한테 안 맞는데 굳이 굳이 잡고 있을 만한 직업은 아니라는 의미.

암튼 인더스트리는 싸이클이 꽤나 빨라서 새로운 프로젝트가 계속 들어오고 연구하고 보고하는 과정이 비교적 착착 진행되니까 내 성격에 더 맞는 거 같다. 성취감도 꽤 큰 게 학계에서 논문 하나를 일이 년 혹은 그 이상을 붙들고 있었다면 지금은 일 년에 연구 보고서를 대여섯 개 혹은 그 이상씩 발표를 하니까 성과가 눈에 확확 보인다. 그리고 일단 눈에 보이는 결과에 기여한다는 장점도 있어서 아직까지는 매우 만족 중이다.

또 한 가지 신기한 점은 인더스트리는 다른 전문분야,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목적을 향해 함께 나아간다는 것이다. 진짜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의 전문지식을 활용해서 없던 것을 뚝딱뚝딱 같이 만들어내는 그 과정에 같이 있으면 꽤나 희열이 느껴진달까. 물론 다 돈 주니까 하는 일이기는 한데 그것도 너무 맘에 들어!! 무상노동이 없다는 것.

게다가 워라밸도 좋아서 야근 안 하고 주말에 일 안 하고. 근데 또 맡은 일만 끝나면 되니까 평일에도 알아서 유연하게 일하고. 완전 이걸 왜 안 해??? 싶은 게 학계에 비해 천국이라서…. 이렇게 써놓고 삼 년쯤 후에 또 지겨워~~ 새로운 거 하고 싶어~~ 할까 봐 미래의 나를 위해 적어두는 거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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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학계로 돌아갈 생각은 없지만 이직 생각은 뭉게뭉게 한데 그러다 보니 한 회사에서 오래 진득하게 일하는 사람들은 어째서 그게 가능한지 궁금해졌다.

주변에 물어본 결과, 그냥 딱히 승진에 관심 없고 (책임질 일 늘어나는 거 별로), 일 년에 연봉 조금씩이라도 오르고, 워라밸 좋고 해서 그냥 있는 거라던데 신기했다. 나는 돈은 더 마니 벌고 싶고 앞에서 계속 썼듯이 새로운 일을 계속해야 하고 내가 한 일에 대한 인정이 없으면 열받아서 승진 없다 싶으면 바로 다른 조직으로 갈 것 같아서 말이다. 사람이 이렇게 다 달라…

난 그래서 아무래도 뭔가 한 곳에 진득히는 못 있을 타입인 걸로. 그냥 그런 재질이 아닌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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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에 대한 생각이 많아서 일 얘기만 썼는데 다음엔 뉴욕 얘기도 써보는 걸로.

잡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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