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꽤 글다운 글을 끄적였던 것 같은데, 최근 몇 년 들어 알맹이 없는 글만 적어내려가고 있다. '글'이라는 것을 쓸 때의 에너지를 '페이퍼'에 쏟아부어버려서..라는 변명이 어느 정도 통할런지 모르겠으나, '글자'가 가득한 페이퍼의 장수가 늘어나고 '페이퍼'는 공적인 공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음에 따라 블로그는 가벼운 공간, 그리고 편안한 공간이라고 받아들이게 되어서 점점 낙서거리들만 남겨지고 있는 것 같다.
비록 가치 없는 글들을 난자하게 생산해 내는 나라도 글을 보는 눈은 여전하다고 자부한다. 함부로 말은 못하겠지만, 때때로 진심없이 적어내려간 글에 눈을 찌푸리게 된다. 그런 글을 어떻게 가려내는지 그 기준은 정확히 없으나, 주로 내 직감이 그렇게 말한다. 이 글은 진심이다, 아니다 라고. 글쓴이가 '난 진심이었어'라고 반박한다면 할 말은 없으나... 진심으로 내 마음을 담으려 했는지, 진심으로 남에게 보여주려 했는지 따져 본다면 그 차이는 분명해진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남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욕구, 다른 이가 나의 욕망과 감정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 그리고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는 마음을 모두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어떤 것이 중심인가 하는 문제를 말하고 싶을 뿐이다. 인간으로서 인정받고 공감하고자 하는 욕구는 모두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타인과의 관계보다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것은 바로 나 자신과의 소통이다.
때때로 이러한 소통을 부끄러워하고 힘들어하고 게다가 필요없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나는 오히려 그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느낀다. 나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에 반응하고,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오랫동안, 깊숙히 생각해보고 그렇게 하려 노력해온 사람과 타인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타인이 무엇에 반응하고, 타인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과의 교감은 극과 극을 달린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은 나 자신을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 부분에서 온다. 자신과의 소통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단지 편향되어 있었던 것 뿐인데 바로 그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자신에 대해 자만하게 되거나 권태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 보면 결국은 또 타인으로부터의 관심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등이 고개를 든다. 그리고 자신과의 소통에 소홀해질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누군가의 글을 볼 때마다 진심이 아니라는 느낌을 자꾸만 받는다. 그리고 글을 구성하고 있는 하나하나의 단어, 줄바꿈, 문단 형식, 표현들이 '나를 제발 알아줘'라고 소리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 변화, 어려움 등 대부분의 것들에서 솔직함을 찾아볼 수가 없어 나는 그를 알아주기는 하겠지만 때때로 연민을 느낀다. 그와 동시에 아무리 가벼운 공간이라 하더라도 '글'이라는 것을 써내려갈 때 만이라도 나 자신에게 솔직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을 때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은 죽을만큼 싫기 때문에.
글은 하나의 표현 도구이다. 특히,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도구 중 하나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부디 다른 사람의 관심과 인정을 구걸하는데 쓰지 않았으면 한다. 타인을 중심으로 하나의 글이 완성되는 순간 오히려 타인의 마음은 멀리 떠나버린다.
아마 당신은 이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읽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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