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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the UK

두 번째 미팅 후기



그리스식 발음 & 억양으로 그레이트 스타트 라고 외쳐주셨다. 파일을 보내고 나서 미팅 전까지 조마조마 하던 마음이 그 두 단어를 듣자 더 조마조마해졌다. 오늘 깨질 생각 하고 있었는데 잘 했다 하니까 우와 교수님 초반이라 나이스하게 해주시는건가? 진짜 잘 한 거 맞나? 이제 다음 미팅까진 뭘 더 해야 하지? 하는 생각에 미친듯이 심장이 콩닥콩닥 뛰어댔다. 다행히도 심혈을 기울였는지 아닌지 티가 안나는 것처럼 보이던 테이블들을 교수님은 맘에 들어하셨고 대신 표에 집약된 정보나 리소스들을 좀 문장으로 풀어써보라고 하셨다. 사실 그렇게 해야되는 거 알고 는 있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했어요 ㅜㅜ 라고 말하진 못하고 속으로만 ㅋㅋ 


그리고 미팅 전에 교수님이 함 읽어봐 라고 던져주신 아티클을 읽고 느낀 나름의 문제의식을 얘기하니 나의 의견에 매우 동조하시면서 '그럼 다음엔 그것도 포함해서 더 발전시켜와. 발전시켜오라고 한 거 까먹지 말고 지금 당장 빨리 메모해 놔' ㅋㅋㅋ 지난 2주는 그저 시작일 뿐이었던 것. 이제 수업도 본격 시작되는데 앞으로 2주 동안 쪼끔씩 자고 매일매일 읽고 정리하고 생각해도 시간이 너무나 부족할 것 같다. 그래도 해야지 어쩌겠냐..




우리 교수님은 꼭 박물관, 전시회, 영화, 뮤지컬, 연극..... 등을 봤냐고 물어보신다. 첫 미팅 때는 그냥 형식적인 suggestion 인 줄 알았는데 오늘 또 물어보시면서 '운동과 리딩' 밖에 안 했다고 하니까 엄청 실망한 기색을 내비치시면서 무료 또는 저렴하게 좋은 전시와 공연을 볼 수 있는 곳들을 마구마구 추천해주셨다. 나는 하루 종일 앉아서 읽고 머리 굴리고 정리하기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 거 같은데 문화생활까지 강요 받았다 ㅋㅋㅋ 문화생활 진짜 나도 하고 싶지.. 하고 싶고 하면 너무 좋은데 그냥 부담스러운데 어떻게 해요 ㅜㅜ 그래도 다음 미팅 때는 하나라도 다녀왔다고 말할 수 있는 건덕지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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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내가 뭐 도와줄 거 없냐, 뭐 재밌는 거 없냐, 니 생활 어떻냐 물어보시는데 난 그냥 다 fine fine everything is okay 이러니까 뭔지 모르게 서운해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아.. 뭔가 한국과 다른 느낌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status가 달라져서 그런 거일 수도 있고 초반이라 빨리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나 역시 토종 한국인인지라 교수님한테 이것저것 개인적인 거, 친구들과 있었던 얘기, 놀러갔던 얘기, 그런 거 어색해 하는 듯. 다음부턴 casual 하게 얘기할 소재들을 3개 정도 준비해 가야겠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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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미팅 전, 오전에 교수님이 주최하는 디비젼 미팅이 있었는데 갈까 말까 갈까 말까 어제 밤부터 천 번도 넘게 고민하다가 아침에 겨우겨우 일어나서 달려갔다. 그랬는데도 10분 늦음 ㅇㅇ.... 그래두 수퍼비전 받는 학생인데 내가 안 가면 서운해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꾸역꾸역 일어나서 갔는데 역시나 개별 미팅 때 오늘 디비젼 모임 어땠냐고 ㅋㅋㅋ 뭐 친구도 만들고 이것저것 팁도 얻고 좋았다고 하니까 진짜 해맑게 것봐 ~~ 그런 모임에 나가는 목적은 역시 그런거지 ~~ 이러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비록 지각은 했지만 그래도 가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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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영어 수업을 들으려면 간이 테스트를 봐야 되는데 75점 맞음 ㅇㅇ....... 왜지? ㅋㅋㅋㅋ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몰까 ㅋㅋㅋ 영어를 못하긴 못하나 보다. 오늘도 교수님이 자꾸 영어 수업도 들을꺼지? 응? 그럴꺼지? 이러시고 자꾸 뭔가 내가 말 할 땐 미간을 찡그리시는 것 같아 OTL ㅋㅋㅋㅋㅋㅋㅋㅋ 하긴, 뭐 한 문장을 써도 무슨 백 번은 생각해도 맞았는지 틀렸는지 감도 없고 확신도 없는데 그렇겠지 ㅜㅜ 우선은 12월까지 빡세게 영어 & 수업 & 워크샵 & 리서치 & 운동 달려보자. 고고. 



교수님하고 나의 공통점 중 하나. 방 정리 잘 못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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