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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wing Pains

미주신경성실신과 생활, 그리고 극복하기


그 동안 뜨문뜨문 털어놓았던 내 병명은 미주신경성실신이다. 사실 의사아저씨에 따르면 병명이라고 하기도 좀 뭐-한, 수명에도 지장없고 예방만 잘 하면 생활에도 전혀 문제가 없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아주 아주 조그마한 증상이지만, 사실 그걸 겪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지난 6개월간 2번의 실신을 경험하면서 뭔가 가볍게 생각할 게 아니라는 생각에, 무려 영국에서 한국까지 날아가서 검사를 받고 뇌파, 심장초음파, 심전도, 기립경 검사 등등..을 통해 '미주신경성실신'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쉽게 말해, 몸이 흥분하거나 긴장할 때 작동하는 '교감신경'과 그 흥분을 안정시키는 '부교감신경'이 제대로 조화롭게 작동하지 않아서 생기는 증상이라고 한다. 교감신경은 적당히 작용하고 있는데, 부교감신경이 괜히 오버해서 '너 너무 흥분했어!!! 좀 진정해야 돼!!!' 하고 너무 힘을 쏟는 까닭에 혈류가 뇌까지 미처 도달하지 못하고 몸의 퓨즈가 갑자기 확 나가는 증상이다. 


자세한 건 여기


사실 내 경우, 뇌나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쓰러진 후 10초 내외면 충분히 깨어나기 때문에 딱히 실신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문제가 되는 건, 쓰러질 때 주위에 위험한 물체가 있어서 넘어지면서 머리나 얼굴 등등을 심하게 다칠 수 있다는 것, 내 경우 첫 번째 실신 때는 뭔지 모를 날카로운 물건에 어깨를 긁혔고 두 번째 때는 얼굴 전체에 멍과 상처, 잇몸에 피가 흐르는 등의 타격을 입었는데 아직도 흉터가 남아있다. 그리고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건, 바로 기분이 아주아주 더럽다는 사실이다. 


몸 스스로는 마치 컴퓨터 전원을 껐다 키면 다시 잘 돌아가는 것처럼.. 스트레스에 지친 신체의 전원을 한 번 껐다 켜니까 스트레스를 다 날리고 프레쉬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땀으로 젖은 몸으로 혼자 바닥에서 눈을 뜨는 그 기분, 그리고 아- 또 쓰러졌네... 하는 그 더러운 기분은 적어도 2-3일은 가는 것 같다. 그런 기분 때문에 그 기간 동안은 뭐에 집중하기도 쉽지 않고, 이러다가 또 쓰러지면 어쩌지- 하고 전전긍긍하게 되고. 


그 전엔 미처 몰랐지만, 진단을 받을 후 실신 전 전조증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대충 속이 미식 거리거나 배가 아프다거나 시야가 갑자기 좁아지면서 깜깜해지는 그런 느낌이다. 최근 이 전조 증상을 몇 번 겪었는데 주로 운동 중, 또는 운동 후 였다. 오늘 아침에도 괜찮겠지- 하면서 운동 갔다가 결국은 중간에 중단하고 집에 돌아와 느낌이 괜찮아질 때까지 한참을 누워있었다. 결국, 수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중대하지 않은 증상이라고는 하지만 생활에는 매우 영향을 끼치는 증상이라는 것. 


언제까지 이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그저 어디에 기대고 눕고 괜찮아질 때까지 마냥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움직여야 되고 그저 그렇게 시간을 보내기도 싫고 운동도 해야 되니까. 그런데 더 이상 웨이트는 하면 안 된다는 걸.. 몇 번의 경험을 통해 겨우겨우 깨달았고, 대처할만한 다른 운동법을 찾아봤는데 가벼운 유산소 운동 또는 등척성 운동을 하라고 한다. 


쉽게 말해 등장성 운동은 근육에 무게를 가하는.. 내가 지금까지 즐겨한 웨이트 트레이닝이고, 등척성은 정지해 있는 물체를 사용해서 하는, 근육의 길이에 변화가 없는 운동인데, 필라테스가 등척성에 속한다고 한다. 그리고 바벨, 덤벨 없이 할 수 있는 플랭크, 스쿼트, 팔굽혀펴기 등... 을 빠르게 하는 게 아니라 자세에 조금씩의 변화만 주면서 약 10초 동안 동작을 반복하면 된다. 


대충 이런 거. 다른 것들도 봤는데 대부분 정말 환자를 위한 재활 운동... 이거나 40-50대를 위한 운동.. ㅠㅠ 나에겐 그나마 이 정도 강도는 있어야 할 듯 하다.. ㅜㅜ 





별 게 아닐 수도 있는 이런 증상의 전조 증상이 자꾸 나타나니까 은근 스트레스 받고 이 스트레스 땜에 또 쓰러질 것만 같고 ㅋㅋ 난 정말 멘탈이 유리로 만들어졌나보다..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할 듯 한데... 진심으로 나 스스로는 그렇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지 않다고 굳게 믿고 있는데 몸이 반응해 버리니 내가 뭐라고 할 수도 없고...;;; 하체 근육을 키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데..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이 증상에서 극복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는 수 밖에. 쓰러질 것 같아. 아플 것 같아. 라고 생각하면서 전전긍긍하는 것도 지친다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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