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이래도 응응 저래도 응응 하는 사람이었어서 한 때는 별명이 부처이기도 했다. 보통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이나 사건이 있어도 나는 위 아 더 월드 라는 기조하에 그들을 최대한 이해하려 애쓰고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다. 사람은 모두 다 착하다. 그냥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뿐이다.
그런 내가... 박사를 시작하고 나서는 종종 싫어하는- 싫어지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 사실을 깨닫는 나를 보게 되는 순간의 나도 싫다. 예전에 몇 번 포스팅한 적 있긴 한데 처음에는 주로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외국애들을 싫어하기 시작했고 그 다음으로는 한국사람들도 싫어지기 시작했다. 휴.
여기서의 한국 사회는 한국에서의 한국 사회보다 협소하니 당연히 더 서로 부딪힐 수 밖에 없어서인지... 이왕이면 잘 별로 문제 없이, 싫어하는 감정 없이 지내고 싶은 소망 따위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좋은 사람들도 만나게 되지만 그만큼 아닌 사람들도 만나게 되는데... 아 나는 그게 너무 싫다.. 나는 모든 이들과 다 잘 지내고 싶은데 다 사랑하고 싶은데 인간인 나는 그럴 수 없다는 걸 깨달을 때마다 좌절. 그리고 또 좌절. OTL.
그렇다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내가 가끔 "전 당신이 부담스럽습니다" 를 나도 모르게 티내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겉으로 팍팍 티내면서 치고박고 싸우는 게 아니기 때문에.. 속으로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더라도 현상적으론 그냥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 근데 도돌이표: 나는 그게 너무 짜증난다곸ㅋㅋㅋㅋㅋㅋㅋ
한국이면 별로 맘에 안 들면 그냥 무시하고 다시는 안 만나면 되는데 여긴 그게 안 되고 소문도 빨리 돌아서 개 짜증ㅋㅋㅋㅋㅋㅋㅋ 어휴.
내가 도대체 왜 저 사람을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할까를 한참을 고민했다. 몇 가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가다듬어보니 딱 이런 거다.
외국에 나와서 공부하고 있다는 걸, 게다가 "무려" 박사 학위를 위해 공부하고 있다는 걸 엄청 대단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걸 은근하게든 격하게든 어떻게든 티를 내는 사람들.. 이 나는 싫은 듯 하다 ㅠㅠㅠ 특히 밖에 나가서면 몰라도 왜 다들 똑같이 박사하고 있는 사람들 틈 사이에서 특히 자기가 더 대단하다는 식으로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는지.....는 정말 이해불가다.
다들 자신의 아이디어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놀라운 발견이라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요즘 잘나가는 피케티 급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자랑할만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 아래로는 다 고만고만한 거 아닐까. 박사 시작하는 사람들 다 어느 정도 똑똑하고 인내심있고 글 잘 읽고 분석 잘 하고 글 잘 쓴다. 근데 왜.... 그런 사람들 틈 사이에서도 자신이 겁나 잘났다고 생각하는건지........
이건 내부에서 박사 학위도 안 받은 사람들끼리 박사님~ 박사님~ 하는 걸로까지도 이어진다. 시발.. 제발 학위 안 받았으면 서로 박사라고 부르지 말자. 외부 사람들이 그렇게 불러드릴 수도 있다고 쳐도 내부에서 다 아는 사람들끼리 그러는 건 아니잖아요.. 박사 시작하는 건 박사 끝내는 것 만큼 어렵지 않다는 거 다들 알잖아요... 왜.... 왜 그러는 거.........
이런 건 사실 어떻게 보면 내 내면의 문제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나는 결과적으로 박사 못 따면 어떡하지, 나보다 잘난 사람 왜 이렇게 많냐, 박사 딴다고 해도 어찌 보면 착실히 직장생활 열심히 해 온 내 친구들이 더 대단한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자책하거나 괴로워하는 사람이라 그럴수도..... 게다가 어떻게 보면 오히려 내가 그런 사람들을 더 무시하는 거라고 느껴질수도 있고... "잘나지도 않은 게 왜 나대는거야!!!" 라며 열폭하는 걸로 보여질수도.....
아무튼... 이런 걸 더 객관적으로 차분하게 설명하고 싶은데... 난 안돼.. 안될거야... 정말 시르다..... 으으으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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