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in the US

결혼 후 알게 된 점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올해 여름 가족여행을 두 번이나 다녀왔는데, 한 번은 우리 엄마 아빠랑 한 번은 남편 엄마랑 다녀옴. 두 번의 여행 다 뭔가 다르지만 재미있었고 다들 맛있는 것도 먹고 바람도 쐬고 기분 좋게 쉬다 와서 좋았다. 바다에서 온 몸과 얼굴이 완전 어둡게 타버려서 최소 1년 간의 미백을 위한 요양기간이 필요할 듯 하지만, 그래도 즐거웠으니 됐다. 쨍쨍한 햇빛 아래에서 일주일 내내 수영했는데 안 타길 바라는 것도 염치 없는 일이다. 

아무튼, 가족들과 이런 저런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알게 된 점이 있는데, 난 생각보다 가족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20대 때는 부모로부터 도망쳐서 혼자 살아보려고 꽤나 애썼고 (그래봤자 부모 및 동생의 도움 없이는 살아 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결혼 전 까지는 부모와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잘 지낸다고 생각했다. 결혼에 대해 로망이나 환상도 없었기에 딱히 뭔가 바뀔 거라는 생각도 없었다. 오히려 결혼 전에는 '시가'에 대한 정체모를 두려움? 거부감? 같은 것들이 있어서 적당히 거리유지하면서 지내야지 라는 생각만 어렴풋이 있었다. 

결혼하고나니 웬걸...... 우리 부모님한테 잘 하는 남편 보면서 겁내 사랑이 더 샘솟았다..... ㅋㅋㅋㅋㅋㅋ 엄마아빠가 해주는 밥도 잘 먹고 여행가서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천진하게 잘 지내고 엄마아빠가 같이 하자는 일이면 다 기쁘게 하고 ㅋㅋㅋ 

근데 남편이 그러니까 그냥 나도 남편 가족에 대한 방어기제가 허물어 진다고 해야 할까, 그냥 가깝게 지내는 게 좋고 편하다. 나는 그냥 시부모님이나 시누이 앞에서도 잠옷입고 벌러덩 누워있고 아침에도 제일 늦게 일어나서 차려준 밥 먹고 시어머니가 내 빨래도 다 해주실 때도 많은데 그냥 내 모습 그대로 꾸밈없이 있어도 돼서 편하다. 만약에 거리두고 지내야지 라는 생각이 계속 되었고 행동도 그렇게 했으면 이 정도로 편하게 지내지는 못했겠지. 

그래서 그런지 나도 남편 가족들이 좋고 나한테 잘 해주시는 만큼 나도 기쁜 마음으로 잘 해드리고 싶고 또 은근 그런 걸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결혼 전에는 생각 못했던 부분 들인데, 내 가족이든 남편 가족이든 이렇게 결혼으로 얽힌다는 게 넘나 대단한 것 같고 가족이 최고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결혼하고 뭔가 사람이 가족에 대한 정이 더 생겼다고 해야 하나. 이런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게 뭔가 재미있고 삶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 같다. 

'Life in the U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홈 오너가 됨  (0) 2023.09.22
불과 1년 전 뉴욕에서 못 살거라고 한 게 나일리가  (3) 2023.04.12
새 보세요 꽃 보세요 나비 보세요  (2) 2022.09.13
뉴욕뉴욕  (0) 2022.05.28
새로운 시작  (0) 2021.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