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사무실에서 MBTI 검사를 다시 했는데 결과는 또 다시 INTP... 두둥 그러나 더욱 극단적인 INTP가 되어버려 F와 J의 점수가 0 을 기록하고 말았다. 어째 점점 극을 달리는지는 모르겠다만 ... 관련 책을 읽다가 오늘의 경험과 아주 똑같은 사례소개가 있어서 잠시 정리해보고자 한다.
열등기능으로 외향적 감정을 가진 어떤 INTP 여성은 열등기능 분출의 초기 경고신호로서 자신이 본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되돌아보니, 이러한 분출은 분노와 자기연민의 복합물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넌 내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 "아무튼 너를 위해 한 일이었다구", "너는 항상 나를 이용하기만 해"와 같은 말들로 열등기능이 분출되었다. 그녀는 통제력을 잃기 전에 두 가지 일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우선, 눈물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자신을 무시했던 사람, 한번도 자신을 고맙게 여기지 않은 사람, 자신을 공정히 대해준 적이 없는 사람들을 내내 떠올리곤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분출들은 서투르게 발달한 감각 기능과 감정 기능의 조합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이러한 패턴을 인식한 이상, 그녀는 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자신의 사고 기능을 사용하여, 이러한 초기 경고 신호가 그녀 자신이 자기의 요구와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왔음을 나타내는 징후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정서를 다루는 전형적인 방법은 그 정서가 논리적인 것인지를 알기 위해 정서를 분석한 후 논리적이지 않은 경우에는 정서를 억압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논리적이든 아니든 자신의 정서와 요구를 표현하고 자신의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서와 요구를 이해하고 주목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종종 감정이 통제가 되지않을 때가 있는데 요즘이 바로 그런 시기였다. 결국엔 눈물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지 못했는데 왜 그러냐고 물어봤을 때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던 것은 나 스스로 왜 이런 정서적 표현이 나도모르게 갑자기 튀어나오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고, 이해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러한 소재를 제공한 사람의 행동, 말 한마디 한마디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 사람과는 이에 대한 소통이 전혀 없이 홀로 결론을 내려버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어떤 이의 생각이나 행동패턴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나 스스로가 만든 기준으로 그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혼자 서운한 감정에 휩싸여 또 다시 감정적인 우울의 극단을 달리고 말았던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감정의 흐름이 논리적으로 정리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 누구에게도 이러한 감정을 표출할 수도 없었다. 그런 과정 중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결국에는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까지 달해버렸던 것.
오늘도 그래서 내가 눈물을 흘린 이유보다 지금까지 어떤 생각들을 해 왔는지, 어떤 감정을 느껴왔는지 조금이라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는데 이것 역시 내게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운을 한 번 떼면 쉬운 것 같기도 한데 감정을 제대로 통제못하고 휘둘리는 것이 왠지 수치스럽고, 또한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상대방이 보면 얼마나 같잖게 보일까... 하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상태의 나를 과연 이해할지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고.
그런데 참 .... 둘 다 감정기능이 발달하지 않아서 그런지 어쨌거나 용기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했던 결말은 뭔가 나의 충동적이고 통제안되는 정서적인 면과 앞으로 또 이러한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었는데, 밥을 먹자마자 기분이 대체적으로 좋아져버려서 그런 얘기는 전혀 하지 못했다. 스스로 그리고 상대방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어렵고 불편해서였을까. 차라리 다행이었던 건 큰 마찰로 이어지지 않고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풀렸다는 사실인데, 그러면서도 불안한 건 그러한 흐름이 정말 자연스러운 거였을지 아니면 그저 감정적인 충돌이 너무나 불편하고 귀찮아서였는지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본래 감정이라는 것이 풀어내지 않고 쌓이고 쌓이다 보면 그 정도가 심각해지기 마련인데 오늘의 작은(?) 사건이 쌓이고 쌓여서 피곤함으로 여겨지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상대방이 감정적인 부담....에 힘겨워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자꾸만 내 감정 표현에 제한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은 버거워하는 듯 해 어느 정도로 선을 조절해야할지도 걱정이다. 지속적으로 제한을 둘 경우 스스로에 대한 통제가 언제까지 가능할지도 잘 모르겠고. 아무튼 그때그때 표현하고 대화든 글이든 활발한 소통과 교류로 풀어갈 수밖에 없는 듯 한데 서로간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한 것 역시 분명하다.
그리고 서로 간 어느 정도의 일치점, 합의점을 찾으면 조금 더 감정이나 요구하는 것에 대한 표현이 무겁지 않고 자연스러워지지 않을까. 우리는 이제서야 서로를 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관계에서든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때야말로 진짜 관계가 시작된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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