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in the UK

시작시작


드디어 이제, 곧, 시작이다. 음.. 시작의 순간이 다가올수록 '내가 왜 뭘 한다고 이걸 한다고 했을까 ㅋㅋㅋ' 라며 어이없는 웃음을 혼자 터트리기도 하지만 어쨌든 시작이다. 오늘은 일요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빡세게도.. 오티가 있는 날이 었는데 생각보다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몇 개 있었다. 우선 무료로 영어 수업을, 것도 분야별로 리스닝, 리딩, 그래머, 아카데믹 라이팅.. 등등을 들을 수 있다고 하고 - 그러나 레벨은 장담 못한다고 함. 전체 학생을 위한 수업 이기 때문에 - "1,500자 내"에서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하면 라이팅을 검토해 줄 수 있다고 한다. 뭔가 조건이 많은 것 같지만 어쨌든 알아두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한다. 과연 내가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고 또 여유 있게 무언가를 쓸 수 있는 인간이느냐가 문제일 뿐... 


일요일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애들이 많이 안 모인 것 같았지만, 그 와중에도 느낄 수 있었던 건 나만 긴장을 타고 있는 게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supervisor 와의 관계 형성에 대해 학생 상담소에서 얘기를 해주는데 애들 완전 집중 ㅋㅋㅋ 게다가 질문도 엄청 많았다. 


1. 수퍼바이저한테 연락 했는데 답장이 안오면 어떡하나요? 나 완전 멘붕일 듯. 

2. 수퍼바이저가 정확하게 만나자는 약속을 안 정해주면 어떡하나요? 

3. 수퍼바이저가 컨퍼런스에 참석 못하게 됐을 때, 제가 대신 참석해도 되는지 먼저 물어봐도 되나요? 

4. 세컨드 수퍼바이저하고는 뭘 해야 하는 건가요? 

5. 수퍼바이저의 이름을 불러도 되나요? 

6. 수퍼바이저랑 겨우 미팅을 잡았는데 엄청 짧게 끝내면 어떡하져? 


등등... 


아... 나만 저런 고민을 하고 긴장타고 있는 거 아니구나, 유럽+북미 애들도 다 똑같구나 라는 생각에 그나마 쪼끔 안심이 되었음 ㅜㅜ 전공 소개를 비롯하여 약 3년 간의 학위 과정을 계획할 수 있도록 다음 주 수요일부터 2주 간 인덕션이 진행된다. 사실 인덕션 자체보다 welcome lunch, welcome reception 이런 게 더 부담스러워.... 맨날 welcome lunch 이런 거 개최해보기나 했지 받아본 적이 없다보니.... 게다가 소셜한 인간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소셜해야만 하는 장소나 이벤트에 가는 건, 게다가 아는 사람 하나 없이 ㅜㅜ 가는 건 진짜 부담스러운 거 같다. 


그리고 알고보니 지도교수님이 공식 일정 중 이번 학기 학생과의 첫 만남을 나로 잡은 것만 같은 촉이 마구마구 들어 더 부담스러워지고 있는 중. 그냥 교수님이 시키는대로 했는데 왠지 그 동안 메일을 너무 적극적으로 보냈나? 그런 생각이 든다.... 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그래서 이제 공부 좀 하려고 계속 책상 앞에는 앉아 있는데 학교 졸업한지는 벌써 1년 반이 지났고... 규칙적으로 책상에 안 앉아있기 시작한지는 벌써 2달이 지났고... 생각보다 활자를 읽고 정리하고 머리를 굴리는 습관을 다시 찾아오는 게 쉽지 않다. 일단 엉덩이라도 붙이고 앉아 있자는 마음으로 계속 앉아는 있는데.. 더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정신을 차리려나. 두렵고 긴장되는 일들이 자꾸만 눈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더욱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하나하나 헤쳐나가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