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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the UK

논문 수정본 제출함




논문 수정본을 제출했다! 


이대로 아마 통과가... 되겠지??? 되겠지???? 될 거라 믿는다....;ㅅ; 


암튼 이그재미너가 다시 한 번 수정본을 검토하고 컨펌을 해줘야 최종적으로 논문을 제본해서 제출하고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진짜 최종적으로. ㅋㅋㅋㅋ


논문만 쓴다고 다 되는 게 아닌.... 


기분은 그냥 그렇다. 그래도 바이바를 막 마쳤을 때보다는 훨씬 안정이 된 느낌. 


다들 바이바 후 뭐가 바뀌었냐고 박사 후의 삶은 좋냐고 많이들 물어보고 궁금해하는데, 난 아직 직장이 없어서인지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그냥 똑같이 논문 수정하고 페이퍼 쓰고 그래서 그런가... 


바이바 후 두 달 정도는 미친 듯이 땅파고 나같은 쓰레기가 만든 쓰레기로 바이바를 통과하다니..... 이런 자괴감에 빠져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한 일이라곤 인터넷 찌라시 보고 만화 보고 영화 보고 티비 본 일 밖에 없는 듯..... 


그리고 나서 중간에 컨퍼런스를 한 번 다녀오고 그래도 조금 괜찮아졌다. 


같은 분야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 저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난 뭐하고 있는거지? (<- 자괴감이 자괴감을 이김) 


이런 생각도 들고 그냥 콧바람 한 번 쐬니까 기분이 좀 나아진 것도 있고. 


그래서 다녀온 이후로 잡 어플리케이션도 두어 개 더 썼고, 논문 수정도 끝냈고. 페이퍼 작성도 시작했다. 


논문은 시작하기 전엔 엄청 많이 고쳐야 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하다보니 이미 해 놓은 작업들의 모양새만 바꾸는 거였어서 


4일 정도 빡세게 하니까 끝이 났다. 


막상 하면 잘 하는데, 저렇게 시작하기 까지가 참 힘들다..... 흐 내 인생. 




논문 감사의 말에서 난 당연히 모두에게 감사하고 고맙다고 썼다. 


그 중에서도 부모님께는 "이 논문은 부모님이 내 손을 빌려 쓴 것과 같다" 라는 문장을 썼었는데, 프루프리더한테 짤렸다 ㅋㅋㅋㅋㅋㅋㅋ 


바로 뒤에 ethical declaration 써놓고 누가 나 대신 썼다 이런 말을 쓰면 안된다고 해서 ...... ㅎㅎㅎㅎㅎ 


그래서 "모두가 다를 뿐이지 틀린 사람/답은 없다, 세상에 정해진 답은 없다는 걸 가르쳐 줘서 감사하다. 내 논문은 부모님의 이러한 삶의 철학에 기반해서 시작됐고 쓰여졌다." 


라고 썼는데 정말로 그렇다. 


논문 쓰면서 계속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반복적으로 해줬던 말이 생각났고, 그 말에 영향을 받아 생겨난 내 관점이 이 논문에 그대로 담겨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엄마는 늘 정해진 답은 없다고 했다. 특히 글쓰기 연습 할 때 그런 말을 많이 해줬었는데, 다른 사람이 생각하거나 말하는 내용과 똑같이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내가 틀린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틀린 것도 아니라고. 참 많이도 반복해서 얘기해 줬었다. 


여러 그룹들이 한 단어를 사이에 두고 어떻게 해석하는지, 그리고 서로 다른 해석을 실제 조직의 모습으로 실현시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는지를 주로 살펴본 내 논문에서는 이런 다양한 해석들이 서로 다를 뿐이고 오히려 긍정적 발전을 가져온다고 썼는데, 그야말로 엄마가 참으로 반복해서 얘기했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부모님이 없었더라면 이런 생각도 못 했을 거고, 이런 논문을 쓰지도 못했을 것이다. 



 - 


부모님이 없었으면 사실 박사 과정도 생각도 못했을 거고;;; 


엄빠가 박사 할 돈은 있냐? 라고 물어봤을 때 1년 버틸 돈은 있고 2년차부턴 장학금 찾아볼 거라고 하고 왔는데 현실은.... 


2년차부터 지금까지 그냥 엄빠 돈 받고 있다....................


그러니까 사실은 냉정하게 생각하면 장학금 기회가 있을 때 박사 시작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 


나는 뭐 박사 과정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랐고 막연히 현지에 가면 기회가 더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렇다고 지도교수를 쪼아서 돈 벌 기회를 달라고 할 수 있는 타입도 아니었어서 


결국엔 엄마아빠가 서른이 넘은 날 먹여살려야 했다는 얘기. 



그래서 얼마 전엔 통화하면서 내 나이가 벌써 이런데 아직도 엄빠 돈 받고 ... ㅠㅠㅠㅠㅠㅠㅠ 이랬더니 


엄마아빠가 너무나 순식간에 무슨 소리냐고 ㅋㅋㅋㅋㅋㅋ 니가 몇 살이든 엄마아빠한텐 계속 애기고 지금은 앞으로 돈 벌 준비를 하는 단계니까 그런 건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해서 


감동 받았드아..... ;ㅅ; 



그래도 "그러게 이제 너도 돈 벌 때 됐지" 이럴 줄 알았는데 ㅜㅜㅜ 언능 돈 벌어서 효도해야지유.......ㅠㅠㅠㅠㅠㅠ 


힘내서 페이퍼를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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