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수정본 제출 몇 주 후 정식으로 박사 학위 수여를 승인한다고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하루에 몇 번이고 수정본 승인 안되면 어떡하지... 라는 마음으로 안절부절대고 있었던 게 사실이라 집에서 완전 뛰고 소리지르고 난리였다. 엄마가 영국에 와 있을 때였는데 엄마는 그냥 논문 내면 박사 따는 건 줄 알았다고... 무슨 이렇게 심사가 많냐고 엄마도 불안해서 죽겠다고 하던 차에 받았던 연락이라 더더욱 기뻤다.
그 이후엔 그냥 .... 놀았다.
정말 생각없이 놀기만 했다.
아 놀기 전에 컨퍼런스 2개를 다녀왔는데 가서 co-author들도 만나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지도교수랑도 와인 마시면서 그 동안의 회포를 풀고 그러느라 모티베이션이 쫙! 들어와 있었는데 돌아와서 엄마를 만나고 나니 모든 긴장이 다 풀렸다.
엄마랑 한 달 내내 맛난 거 먹고 여행하고 술 마시고 수다 떨고 영화보고 티비보고 그렇게 지냈다. 사실 내가 쉰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혼자 아빠 없이 여행 가 본 적 없었던 엄마에게 최대한 새로운 것들을 많이 경험하게 해주려고 했다. 우리 엄마가 정말 우리 공부 시킨다고 검소하게 살아서인지 생각보다 해 본 게 별로 없었던지라 새로운 경험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사소하게는 쌀국수 먹기, 집에서 베이킹하기, 아보카도 샐러드 만들기..... 이런 거에서부터 재즈클럽가기, 애프터눈 티 마시기, 화려한 옷 사기 등등... 뭘 할 때마다 엄마가 "나 이거 처음 해봐!!! 나 이거 처음 먹어봐!!!!!! 우왕!!!!!" 이래서 미안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참 그랬다. 그 동안 엄마는 날 누리게 해 준다고 본인이 누릴 것들을 참 많이 포기하고 살았겠구나 싶어서 미안하고 앞으로도 많은 것들을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엄마가 가고 나서는 친구들이 와서 협동조합 대장정(?) 비스무레 한 것을 했다. 10년 넘게 함께한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며 우리가 실현하고자 하는 모습들과 관련된 역사적 장소들을 방문하고 얘기하니까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
너무 멀리까지 다녀온 까닭에 집에 와서는 이틀 내내 누워만 있었고, 이제서야 좀 정신을 차린 상태.
그 동안 너무 만화만 보고 게임만 하고 놀아서 더 놀 것도 없겠다 싶지만 그래도 더 놀고싶다.
노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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