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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렇겠지만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을 설명하기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비슷비슷한 사람끼리 모이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정확히 말하지 않아도 어떤 과정에, 어떤 심경에 있는지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굉장히 힘이되는 일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에게만 둘러쌓여 있다보면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심정인지 설명하는 게 어렵고 귀찮은 일이 된다. 얼마 전 가까운 사람에게 너가 좋아하고 행복한 일이 뭔지 열심히 고민해보고 그 일을 해야지... 라고 말했다가, 너도 억지로 하면서 뭘 그래?? 라는 얘길 들었을 땐 정말 충격이었다 ㅋㅋㅋ
난 내가 행복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당연하게 느껴져서 그 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인지 종종 징징대곤 했던 게 억지로 공부하고 있다, 학위를 따기 위해 여기 있다.. 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모욕적인 발언이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면 나도 설명하기 귀찮아 했고 설명해봤자 너가 얼마나 알겠냐... 는 생각에 많은 것을 생략했으니 그의 입장도 이해가 가긴 간다.
근데 난 에너지가 딸리는 사람이라 일일히 설명해야 함에 매우 귀찮음을 느낀다는 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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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에너지가 딸리는 인간이 나라는 걸 잊고 오버하기도 하는데, 지난 몇 달간이 꽤 그런 시간이었던 듯. 매일매일 쉬지 않고 학교를 나가고 사람을 만나면서 지칠대로 지친 것 같다. 조그만 사회라 그런지 말도 많고 가십도 많고. 사실 난 그런 거에 별로 관심이 없고 알고싶지도 않은데 자꾸 나한테 와서 재잘재잘대니까 겁나 피곤함.
생각해보면 그런 거에 관심없는 이유도 사실은 에너지가 딸려서... 내가 가진 에너지를 나한테만 써도 부족한데 자꾸 다른 사람 일에 쏟아붓게 되면 인간이 피곤해짐. 컨플릭트 싫어하고 좋게좋게 가려고 하는 성질도 에너지가 딸려서...
그래서 공부하는 장소를 다시 바꿨다. 연구실에서 도서관으로 도서관에서 카페로 카페에서 집으로. 한 동안 여기저기 옮겨다니면서 하기로.
그 동안 정말 방해를 많이 받았던건지 장소를 옮기고 말을 거는 사람들이 사라지니 훨씬 생산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하루에 한 장도 못 읽는 날이 많았는데 야금야금 장수가 늘어 오늘은 한 챕터를 읽음.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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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이 끝날 때까진 제발 내가 에너지 딸리는 인간이라는 걸 기억하고 살았으면. 내 주변에 보이지 않는 원을 그리고 아무나 그 원을 넘어오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흔들리지 않는, 내 페이스를 유지하는 일 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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