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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the UK

미팅이 끝날 때마다 돌아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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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이 끝날 때마다 돌아오는 블로깅의 순서. 

미팅이 끝났다. 아마도 올해의 마지막 미팅일 수도 있고 잘하면 2주 후에 한 번쯤 더 할 수도 있다. 


어쨌든 이번 미팅의 수확은 당분간은 이론 챕터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지금 단계에서 충분히 좋다고 컨펌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다음 한 달은 오로지 분석과 파인딩을 찾는 데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월말까지 1. 분석을 끝내고 2. 파인딩 챕터 아웃라인을 만들고 3. 컨퍼런스 페이퍼 드라프트를 쓰기로 했다. 올해는 벌써 3주 밖에 남지 않았는데... 분석은 어찌저찌 계속 진행을 해와서 60% 정도는 되어 있는 상태다. 잘 끝낼 수 있을까... 으어 


크리스마스-뉴이어 기간에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공부에 집중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크리스마스 이브 전까진 끝내려고 한다. 그리고는 좀 놀아야지 ㅠㅠ 



이론 챕터를 거의 6개월을 걸려서 드라프트를 만들었는데, 재미있으면서도 힘들었다. 또 수정을 할 때는 지금처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힘든 건 마찬가지 아닐까. 


이론 챕터를 쓰는 동안 세컨 수퍼바이저가 진짜 많이 도와줬다. 맨날 읽어주고 피드백 해주고 부족한 링크를 어떻게 채우라고 조언도 해주고 필요한 리딩이 무엇인지 꼼꼼히 알려줬다. 나 혼자 했으면 이 정도 모양도 안 나왔을 것.... 세컨이 너무 꼼꼼하게 봐줘서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지금 결과물을 보니 그냥 감사함. 그래서 미팅 때 또 말 함. ㅋㅋㅋㅋㅋ 


세컨: 너가 이 정도 퀄리티를 만들어내서 기쁘다. 

나: 당신이 없었으면 해내지 못했을 일. 감사드린다. 

세컨: 정말 그렇게 생각하냐?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 


둘 다 얼굴에 미소 한 가득 지으며 이렇게 훈훈하게 끝남. 


물론 세컨의 - 이 정도 퀄리티를 만들어내서 기쁘다 - 라는 말에는, 6개월 전에는 진짜 맨 땅이었는데... 애가 이론적인 거 아무 것도 모르고 헤벌레 거리고 있어서 어떻게 글을 써낼지 진짜 암담했다... 는 말이 생략되어 있음을 나는 잘 안다. ㅋㅋㅋㅋㅋㅋ 미팅할 때마다 이거 작년에 이미 했어야 되는 거였잖아...를 몇 번이나 되뇌였던 세컨.... 이런 날 참아주고 감당해주어서 감사함미다. 


겨우 이론 챕터 쓰고 이 난리면 논문 쓰면 완전 세상 뒤집어질 기세. 허... 



이론 챕터가 끝나고 파인딩을 디테일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니까 논문이 나를 닮아 있을 것임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특히 오늘 미팅에서 세컨이 "메인 스트림에서도 크리티컬한 뷰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 이 결국 너가 말하고 싶은 거 아니겠느냐고 했는데, 내 생활 방식이나 모습이나 사고 방식 등등을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다. 나는 완전 익스트림하게 크리티컬한 뷰를 가지고 싶어했으나 그럴 수 없는 사람임을 안다. 소심함, 용기 없음, 귀차니즘... 등등을 이겨낼 자신이 그다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혁명가, 운동가는 될 수 없다. 그런 자질 자체가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티컬한 뷰를 버리고 싶지도 않다. 일말의 양심이랄까. 그냥 좋으면 좋은거지, 변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 그냥 생각 없이 위에서 내려오는 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고 싶지 않다. 언제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새롭더라도 좋은 것이 있으면 받아들이는 것을 발전이라고 보고 그런 관점을 기반으로 내 삶을 만들어가고 싶다. 


그래서 다들 논문을 자기 자식처럼 여기는 건가. 단순히 4년 동안 끌어안고 있었던 애를 세상에 내보인다는 의미에서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의미에서도 그 기분이 무엇인지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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