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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정도 됐겠다 싶어서 눈을 떴는데 오후 3시 반이었다. 어떻게 한 번도 안 깨고 12시간을 잘 수 있는지....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 동안 피로도 쌓였고 마음이 좀 편했나 싶었다. 어제 새벽에 이론 챕터를 제출했다. 물론 아직도 드라프트고 논문 최종본을 제출할 때까지 계속 수정, 수정, 수정을 거듭할 거지만, 일단 드라프트가 생겼다는 게 마음이 편하다. 이 챕터를 만들기 위해 5개월 정도를 끙끙댄 것 같은데 막상 가지고 있는 글자수는 8천자 정도 밖에 안 된다. 초안을 읽으면서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많이 잘라내기도 했지만, 이론을 읽고 이해하고 내 것으로 소화해서 다시 내 언어로 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얼마 전 런던언니와 통화하면서 이 속도로 계속 쓸 경우, 언제쯤 논문을 끝낼 수 있는지 계산해 봤는데, 1년으론 턱도 없었다. 허허허. 제일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론 챕터를 대충이라도 써두었으니 이제 파인딩 챕터에 몰두해야 한다. 파인딩 챕터는 쓸 말이 좀 있고 재료가 준비되어 있으니 양으로는 걱정이 되지 않는다. 그걸 어떻게 재미있게 이론 챕터에 쓴 틀에 맞추어서 잘 빚어낼 수 있을지는 걱정이 되지만...
글을 쓰는 게 힘든 게, 스스로를 극한으로 자꾸 밀어내고 예민하게 만들어서 힘든 것 같다. 내가 쓴 글을 내가 읽어봐도 부족한 부분이 보이고 어떻게 고치면 더 나을지 알겠는데, 그걸 알면서도 더 나은 모양새로 바꾸는 게 생각보다 힘들다. 그렇게 하려면 진짜 날카로워지고 문장이나 구조 등등을 끊임없이 정말 점 하나하나까지 다듬고 다듬어야 하는데 그 정도로 스스로를 예민하게 만드는 게 굉장히 정서적 정신적 노력을 요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다보니, 그 정도까지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걸 거부하게 되고 몰아세워지는 것도 거부하게 되는 일이 잦다.
수퍼바이저들이 쓴 글을 보면 굉장히 빈틈이 없는데, 그런 글들을 볼 때 마다 그 사람이 그 생각을 글로 섬세하게 나타내기 위해 얼마나 자신을 밀어붙였을지 생각하면 물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종종 짠해지곤 한다.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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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누군가로부터 "경영학 공부하는 애들 무시했는데 무시할 게 아니구나-"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묘한 기분이 들었는데 첫 번째로는 우선 내가 순수한 경영학도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런저런 인문학과 사회과학 전공을 거쳐 경영학과까지 흘러들어온 내가 저 말을 듣고 기분 나빠해야 하는지 아니면 나도 같이 경영학 하는 애들을 무시해야 하는지 확신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기분이 묘하게 어이가 없었으니 난 경영학과에 소속된 인간이 맞긴 맞구나 싶었다.
그런데 사실 영어로는 "경영학도" 라는 말이 없는 것 같다. 있는데 내가 모르는건지 몰라도 벌써 4년째 경영학과에 소속되어 지내고 있는데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doing business study" 라고는 말 하는데, 이런 식으로 덧붙인다. "I am a psychologist." 나는 누군가 물어오면 political scientist 라고 대답한다. 그런 식으로 경영학 내에서도 여러 갈래가 있고 관점이 있고 실용적인 연구를 하는 사람도 있고 이론적인 연구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 안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단순히 경영학은 실용학문, 돈버는 학문 - 사실 그들이 경영학을 학문이라고 생각하는지조차 모르겠지만 - 이라고 생각하고 무시해왔다는 게 참 이상했다. 실용학문이라 무시받아야 한다면 공학이나 응용과학도 무시받아야 하는가? 돈버는 학문이라 무시받아야 한다면 당신은 왜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십니까...? 근데 어떻게 돈을 벌지 연구하는 사람들은 천하고요...?
두 번째 이유는 과연 학문에 귀천이 있는가?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떤 연구나 학문을 하던지 세상에 기여하는 분야가 있고 의미하는 바가 있는데 누군가가 무시하고 쉽게 생각해도 되는 분야가 있는 것인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학교에서 배울 땐 누군가가 하지 않은, 알려져있는 지식의 폭을 확장할 수 있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연구를 해야한다고 얘기하는데, 사실 나는 그 가치나 영향력이 아주 대단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와 비슷하게 어떤 분야의 연구를 하더라도 내가 모를 뿐, 분명히 그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인지 공부하는 분야에 더 낫고 낮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관점이 불편했다.
세 번째 이유는 그 동안 그런 시선으로 나를 바라봐 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 뿐만 아니라 나와 함께 경영학과에 소속된 사람들을 그렇게 바라봐 왔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그들과 지금까지 관계가 좋지 않았다거나 한 것도 아니었지만, 내가 어떤 공부를 하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그냥 경영학과에 있으니 쟤가 하는 공부는 내가 하는 공부보다 덜 학문적인 것, 덜 이론적인 것이라고 규정하고 그러니 무시해도 되는 것 이라고 생각해 왔다는 게 참 신기하달까. 실제로 그랬을지 안 그랬을지는 모르겠으나, 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쟤보단 내가 낫지, 암." 이라고 스스로를 응원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매우 불쾌한 것이다.
나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관점이니 이해할 수 없는 게 당연하지만, 그다지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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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쓰고 공부하고 이런 얘기 그만하고 싶다. 지겨워. 그래서 내년이 되기 전에 할 일을 생각해 보았다.
우선 반드시 할 일은 지난 1년 동안 본 영화와 만화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다. 진짜 쉬지않고 봤다. 영화는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세 편 정도는 꾸준히 본 것 같고 그 외의 시간엔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봤다...... 허허허. 해가 갈수록 상승하는 덕후력. 본 아이들을 다 기억이나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진 다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이라고 뭔가를 볼 때마다 반드시 기록을 남기려고 한다. 블로그에 계속 리뷰를 쓰는 건 무리지만 혼자 다이어리에라도 계속 기록을 해야한다. 점점 기억력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덕후력과 관련해서도 자세하고 길게 쓸 주제들이 몇 개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최애캐에 대한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나에게 최애캐가 생겼기 때문이다. 드디어. 한동안 최애캐에 빠져서 헤어나오지를 못했다. 핸드폰 배경화면도 다 그의 모습으로 바꾸고 오프라인에서까지 주변인들에게 그의 사진(???)을 보여주고 그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리는 등.... 그래도 내 주변인들은 아무도 나를 미쳤다거나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잘 해보라는 등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고 그의 안부를 묻기까지 하였으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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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트위터 계정 오픈 사건으로 인해 한동안 잠잠히 지내다가 다시 계정을 새로 만들었다. 그런데 하도 트이타를 안 하다보니 나 좀 촌스러워진 듯. 뭔 말을 써야할지 모르겠어서 누굴 팔로우 할지 모르겠어서 어리둥절ㅋㅋㅋㅋ 옛날에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써서 올렸을꼬. 내 온라인 생활에 이런 순간이 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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