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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the UK

Christmas is really fantastic


크리스마스를 챙기는 편은 전혀 아닌데, 크리스마스가 엄청난 명절인 영국에 4년째 있다보니 어느새 조금씩 나도 동화되어가는 걸 느낀다. 사실 난 별 거 안 하는데 주변에서 챙기니까 그냥 저절로 나도 끌려가는 편. 


첫 해에는 뭐 아무 것도 몰라서 그냥 혼자 집에서 공부하며 보냈고, 두번째 해에는 평소처럼 공부를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사람들 다 노는 분위기 속에서 싱숭생숭함을 느끼면서 이불 뻥뻥 차며 보냈고, 세번째 해에는 그냥 아예 공부는 당연 못 할거라 생각하고 그냥 집에서 고기 먹고 와인 마시고 놀았고 전야제 격으로 프랑스 여행도 갔었다!!! 거기서 우리 교수한테 크리스마스 e-카드도 받았었지... 올해에도 그냥 해야 하는 일은 많지만, 마음 비우고 그냥 집에서 영화보고 스테이크 먹고 와인 마시고 음악 들으며 보냈다. 


오늘 본 영화는 인사이드 아웃. 딱히 볼 생각은 없었는데 요즘 계속 올해 최고의 영화로 꼽히는 걸 보면서 아껴두었다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딱. 역시 크리스마스엔 동심을 자극하는 애니메이션이죠. (작년엔 크리스마스의 악몽 재탕함) 빙봉이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기쁨이를 본부로 보내는 장면에서 눈물이 딱 터져서 엉엉 울었다. 아마도 비슷하게든 아니든 잊혀졌을 내 상상친구가 생각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상상친구밖에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서 더 엉엉 울었던 듯. 


또 기억할만한 일은 바스로브를 선물로 받은 것...!!!! 계속 사고 싶었는데 마음에 드는 건 비싸서 미루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고 함께 사는 분이 선물해 주심. 말한 적도 없는데...! 팔꿈치가 다 떨어진 후디를 계속 입고다니는 걸 보고 박사과정의 유물이 될 거라고 말씀은 하셨지만 사실은 내가 엄청 불쌍해보였던 듯.... 허허허허 



엄마, 아빠 한테 조차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본 적이 커서는 없는 것 같아서 무지 부끄러웠지만, 이 집의 막내니 (개 빼고) 챙겨주시는 거라고 ㅋㅋㅋㅋ 너무나 기뻐서 인증샷까지 찍음. 받자마자 입고 찍은 사진인데 얼마나 좋았으면 광대가 폭발하고 있.... 나름 네일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살려서 했다. 엄지가 제일 예쁜데 사진에선 엄지가 잘 안 나왔네... ㅠㅠ 


어릴 땐 생일, 크리스마스 이런 거 챙기는 게 부끄럽고 간지럽고 그랬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좋아진다. 근데 아직까진 너무 받기만 해서 문제... 새해를 핑계로 나도 무언가 보답을 해야될 것 같긴 하다. 


내일부턴 다시 열심히 공부해야지. 


Frank Sidebottom - Christmas is Really Fantas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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