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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the UK

근황 그리고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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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퍼런스 페이퍼를 쓰는 중이다. 일단 제출할 정도의 퀄리티는 됐는데, 또 고쳐야 할 부분이 있어서 다시 작업하는 중. (왠일로 데드라인 일주일 전에 다 끝냈다 ㅋㅋㅋㅋㅋㅋ) 


완성해서 일요일 새벽에 교수한테 보냈는데 일요일 오후 3시 정도에 바로 답장이 왔다. 어떤 부분을 어떻게 고치라고. 

일요일은 그들도 쉬겠지... 나도 쉬어야징 ^^^^ 이러고 있었는데 갑자기 크리티컬한 내용의 답장을 받아서 순간 멘붕이........ 

왔으나 그냥 무시하고 저녁 6시부터 침대에 누워서 뒹굴거리고 영화보고 긴 잠을 잤다. 


어차피 쉬기로 마음먹은 거 붙잡고 있는다고 승질만 나지 뭐 괜찮은 성과가 있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에 비록 마음은 아주 약간 무거웠으나 그냥 놀았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오늘 좀 고치려고 했는데 이것저것 하다보니 벌써 저녁 6시... ;ㅅ; 

데드라인은 수요일 밤이니까 이삼일 내에 좀 더 신경써 봐야지.... 베스트 페이퍼 이런 건 꿈도 꾸지 않고 그냥 가서 잘 발표하고 잘 얘기하고 잘 놀고 쉬다 오는 것이 목표기 때문에. 그리고 피드백 받아서 향후에 더 좋은 페이퍼로 만드는 것이 목표기 때문에 뭐 마음에 큰 욕심과 부담은 없다. 흐 


이번 컨퍼런스는 페이퍼 퀄리티보단 체어링을 어떻게 하느냐가 다 걱정된다...... 나같은 나부랭이한테 체어를 맡기신 분........ ㅅㅂ 겁내 부담됩니다 ㅠㅠㅠ 내가 속한 스트림이 다 그런 거 같긴한데, 한 세션에 한 명씩은 체어, 토론자, 발표자 세 가지 역할을 다 하도록 구성이 되어있다. 근데 우리 세션에선 그게 하필 나 인 거 ^^^^^^^^;;;;;;;;;; ㅅㅂ ㅠㅠㅠㅠㅠㅠ 왜 저죠... 하필이면 왜..... 저............... 


나 학교에서도 포멀한 자리에선 그런 거 안 해봤단 말여............................. 토론까진 어케어케 할 수도 있겠는데, 체어, 토론, 발표 세 개를 1시간 동안 맡아서 하라니 나 겁내 정신없을 듯 ㅋㅋㅋㅋㅋㅋㅋ 가기 전에 연습해야지 ㅜㅜ 그나마 다행인 건 컨퍼런스 첫날 세션에 배정되어서 첫날 딱 끝내고 나머지 이틀은 그냥 편한 마음으로 구경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중간중간 네트워크를 쌓기 위한 소셜 활동에도 힘써야 하지만 ^^^^^^^ ㅅㅂ 가벼운 마음으로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텍스트로 써 놓으니 겁내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이 확 치고 들어오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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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삶에 큰 욕심이 없고 뭘 크게 이루겠다 - 이런 생각도 별로 없다. 그냥 하고싶은 일 그리고 하고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일들을 즐기면서 한다. 뭐 스탠포드나 아이비리그에 잡을 잡겠다! 이런 생각은 해본 적도 없고, 그냥 내 일을 하다보면 뭐가 됐든 어떤 기회라도 오겠지~ 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데도 주변에서 보기엔 겁내 열심히 사는 인간으로 보는 게 가끔은 신기하다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내 의도가 다르게 이해되는 데에서 사람들은 정말 자신의 눈으로만 세상을 본다는 걸 많이 깨닫는다. 예를 들어서 누군가가 "이야 영국에서 박사도 하고 넌 이미 성공한거야" 라고 말했을 때, 난 그 사람이 왜 내가 성공했다고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면 실제로 난 아직 학위를 따지도 못했고, 딸 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상황이고, 학위를 딴다 하더라도 그 이후의 삶이 어떨지 전혀 예측이 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고, 영국에서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다른 직업, 삶과 비교했을 때 그 정도로 대단한 것인가? 라는 물음에 그렇다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 그런가? 아직 멀었지... 아직 해야할 일이 많지." 라고 대답하면 "역시 넌 현재에 만족하는 법 없이 늘 열심히 사는구나!!!" 라는 칭찬(?)을 듣게 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나의 반응은 "음......????? (어리둥절)" 이 되고 마는 것이다..... 사실 난 늘 엄청 현재에 만족하는 인간이고;;;;;;; 현재에 만족하고 현재가 행복하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 는 마인드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현재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 이런 저런 노력을 하는 것 뿐이지 미래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그 때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타입은 아니기 때문이다. 


뭐 이렇게 써놓고 보니 단지 철학이 다를 뿐이지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열심히 사는 인간으로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든다 ㅋㅋㅋㅋㅋ 어쨌든 무언가를 계속 하니까 ㅋㅋㅋㅋ 그럴 수는 있는데 막 난 뚜렷한 목표가 있어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좀 그들의 평가와는 다른 인간이라는 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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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석사 입학 면접 때 교수님 중 한 분이, "그래서 미래 계획이 뭐예요? 미래에 뭘 하고 싶어요?" 라고 물으셨는데, 난 그 자리에서 겁내 당당하게 "전 그런 거 없습니다. 그냥 지금 제가 하고 싶은 걸 열심히 그리고 잘 하고 싶어요. 그러다보면 미래에 뭐라도 되어있지 않을까요?" 라고 대답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지금 생각해보니 겁내 웃기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그 땐 난 진짜 진지했고 ㅋㅋㅋㅋㅋㅋ 왜 저런 질문을 하시는지 이해도 못했고 ㅋㅋㅋㅋㅋ 


그 말을 들으신 교수님이 "그 삶의 철학은 매우 훌륭하지만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 미래의 내가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목표를 설정해서 실행해 나가는 것도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라는 식으로 말씀을 해주셨는데, 난 그 얘기를 들으면서도 "흠....... ㅇㅋ" 이 정도의 생각을 했던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교수님도 겁내 당황하셨을 거 같은게 보통은 면접에서 그런 질문을 하면 "네 저는 교수가 되고 싶어요. 절 이 석사 과정에 입학시켜 주신다면 어떤 연구를 바탕으로 ~~~~해서 박사과정에선 ~~~~연구를 해서 ~~~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런 대답이 나와야 마땅한데 ㅋㅋㅋㅋ 대부분 그렇게 대답할 거고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ㅈㄴ 나라는 인간은 "그런 거 없는디유. 왜 제가 교수가 되고 싶어해야 하죠?????" 이러고 있으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치겠다 ㅋㅋㅋㅋㅋ 


뭐 이런 생각없는 대답하는 게 한 두 번이 아니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놀랍진 않지만 오랜만에 떠올려보니 겁내 웃기닼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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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면 박사 시작한 것도 비슷한 맥락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석사를 마친 당시 다니고 있던 연구소 일이 무척 좋았고 재밌었고 월급도 잘 받았고 ㅋㅋㅋㅋ 여차여차해서 걍 거기에 안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박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연구소 일이 넘나 재밌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박사해야겠다는 마음만 있었지 외국으로 나가겠다는 생각은 한 톨도 안하고 있었음. 


근데 어느날 지도교수님이 부르시더니 "야, 너 영국으로 박사하러 가." 이래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몇 달을 그냥 그 압박 아닌 압박을 무시하며 살다가 압박이 점점 심해져서 "야, 너 왜 추천서 써달라고 안 해???" "야, 너 지원했어????" "야, 지원서 낸 거 갖고와 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날 볼 때마다 교수님이 하루에도 몇 번씩 저 말을 하셔서 "아오 ㅋㅋㅋㅋㅋㅋ 지원서 내고 만다 내고 말아 ㅋㅋㅋㅋㅋ ㅅㅂ 대충 써서 했다는 표시만 내야지 ㄹㄹㄹㄹㄹ" 하고 대충 세 군데에 지원했는데 그 중 하나에 덜컥 붙어버린 것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이왕 붙었으니 가자 ㄹㄹㄹㄹㄹ 해서 시작하게 된 것이 나의 박사 과정인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이 얘기 할 때마다 주위 애들이 가끔 졸라 한심하게 볼 때도 있는데 ㅋㅋㅋㅋㅋ쿠ㅠㅠㅠㅠ 아니 내가 그렇게 시작한 걸 어떡합니까 ㅋㅋㅋ큐ㅠ 


암튼 제가 그렇게 보이는 것만큼 되게 진지한 삶을 살지 않아유..... 감정, 그리고 정서적 안정에 대해서는 매우 신경쓰고 그 누구보다도 진지한 삶을 사는데 몇 명 안되는 나랑 가장 가까운 사람 중 한 명인 동생 말에 따르면 겁내 충동적으로 사는 인생<- 이라고 함미다. ㅋㅋㅋㅋㅋㅋ 한 마디로 "될 대로 되라~" 는 식의 삶을 사는 것 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에 있을 때야 엄마, 아빠, 동생이 내가 나를 갑자기 확 내려놓고 충동적인 결정을 내리려고 할 때마다 옆에서 워워워...... 진정하고 조금만 더 생각해봐<- 이랬는데 외국에서 혼자 사니 그런 사람도 없고 이런 성향이 더 심해지는 거 같긴 하다 ㅋㅋㅋ 태몽이 망아지가 겁내 길고 높게 이어진 산 봉우리들을 막 한 번에 확확 점프하면서 날아다니는 꿈이라고 했는데 그러고보면 태몽은 정말 정확한 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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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2-3주 인텐시브하게 글을 썼더니 좀 놀고 싶다. 그렇다고 그 동안 아예 안 논 것도 아니지만 ㅋㅋㅋㅋ 놀지 않고 공부만 하는 건 나에게 넘나 불가능한 일... 이라는 것을 논문 쓰면서 깨달았다 흐 ㅋㅋㅋ 


수요일 데드라인까지 조금만 더 달리자 ! 그리고 나선 하루 정도 쉬면서 네일도 하고 영화도 보고 맥주도 마셔야지. 


그리고 나선 다시 힘내서 논문 써야지. 5개월 남았다.